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길었던 우기가 끝난 9월 16일부터 인도의 문화관광 축제 <파르야탄 파브 2018(Paryatan Parv, 이하 인도관광축제)>가 개최되었다. 인도 관광부가 주최한 본 행사는 인디아 게이트를 마주 본, 대통령 궁 앞의 라즈패스(Rajpath) 광장에서 열렸다. 매년 국경일 퍼레이드가 개최되기도 하는 본 장소는 그 위치와 규모 면에서 큰 상징성을 가진다. 9월 27일 세계 관광의 날(World Tourism Day)까지 무려 12일간 개최되는 인도관광축제는 각 지역의 공예품 판매 및 음식 판매, 문화공연 및 단체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광장에서 열리는 본 행사 외에도 각 주 별로 주 정부의 주도하에 문화 관광지 걷기 행사 및 운동, 퀴즈, 사생대회 등 3,150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첫 회를 맞은 관광 B2B 행사인 <인도관광시장(India Tourism Mart)> 역시 그중 하나로,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225여 개의 부스와 함께 개최되었다. 인도의 문화 관광행사로는 가히 최대 규모이다. 인도 관광부는 내수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인도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본 행사를 기획했다. 29개의 주 및 7개의 연방 직할지, 주별 공용어(지정어)로만 22개의 언어를 가진 인도는 그 수 이상의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인도관광축제의 메인 공연 무대(좌)와 관람하는 관객들(우)>
12시부터 시작되는 부스 활동 외에도, 매일 5시부터 9시까지 이어지는 공연은 각 지방의 전통춤과 음악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축제에는 다양성과 함께 어우러짐의 가치 또한 강조된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주요 무대에서 18개 주의 다양한 악기, 춤 등이 어우러지는 공연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공연은 펀잡(Punjab) 주에 위치하여 인도의 예술, 공예, 전통,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홍보하는 북부문화센터(North Zone Cultural Centre, NZCC)가 기획했다. 비슷한 듯 다른 악기의 모습들과 전통 의상이 각기 다른 생김새의 인도인들에 의해 어우러지는 모습, 전통과 발리우드를 넘나드는 음악 장르는 행사장에 모인 다양한 연령층과 지역 출신의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각 주의 관광 전시 및 음식, 공예품 판매 등으로 구성된 54개의 부스 역시 큰 광장에 넓게 펼쳤다. 주별로 꾸민 관광부스에서는 주요 관광지의 모습을 사진과 조형물 등으로 전시했다.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한편 각 주의 관광청에서 제작한 책자 등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지역별 음식 부스에서는 각 지역을 대표할만한 음식들을 판매하여 저녁 시간 많은 관람객들을 모았다. 나갈랜드 부스의 커리 생선과 돼지고기 탈리(인도식 백반), 라자스탄 부스의 인도식 케밥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인도 호텔 경영 조리학교 등 델리 내 요리학교 역시 다양한 음식과 음료로 참여하여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켰다.
<라자스탄 음식 부스의 모습(좌), 행사장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지역 음식을 즐기는 가족(우)>
2017년 시작된 관광축제는 본래 3일간의 행사였으나 올해 12일로 연장되었다. 보다 길어진 행사를 통해 더 많은 관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취지였다. 나갈랜드 부스에서 홍보물을 나눠주던 나갈랜드 주 정부 관광청 홍보담당 리사필라 아나르(Lisapila Anar)씨는 “인도 내에서도 동북지역 7개주(아루나찰 프레데쉬, 아쌈, 마니푸르, 메갈라야, 미조람, 나갈랜드, 시킴)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델리의 일반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인도는 문화적, 언어적, 종교적 다양성과 함께, 격차 역시 심화되어 왔다.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사이에 자리한 동북지역의 경우, 주요 도시와의 먼 거리와 독립운동 등 지리적, 정치적인 이유로 주류 문화에서 많이 멀어져 왔다. 인도 관광부는 본 행사를 계기로 상대적으로 관광지로서 관심이 부족한 동북지역과 잠무카슈미르 지역을 홍보하는 TV 광고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인도 내무부 장관은 이번 관광축제의 개막식에서 “현재 GDP의 7%인 관광의 기여를 10%로 늘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도 관광부는 본 행사와 같은 행사들이 내수 관광을 활성화하는데 기여 했다고 말한다. 2017년 인도 내수 관광 시장은 예년의 18%가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카르나타카(Karnataka)주 부스에서 사진을 찍는 관람객(좌)과 공예품을 판매 중인 부스 풍경(우)>
지난 3월 인도 언론 《파이낸셜 익스프레스(Financial Express)》는 ‘인도 관광객의 진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인도 내수 관광의 주요한 목적은 종교적 성지순례지만, 지난 몇 년에 걸쳐 모험, 요리, 문화, 스포츠 관광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아지며 여러 구성원의 관심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관광지가 떠오르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역시 수많은 가족 단위 관객들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음식, 쇼핑, 공연을 즐길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볼거리가 다채로운 편이었다.
한국 역시 인도 내에서 문화와 관광을 알리기 위해서 ‘코리아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2017에 개최된 문화관광대전은 쇼핑몰에서 진행돼 많은 관객을 모았다. 주말에 열린 행사였기에 가족 단위 관객들도 많았고, 아이들을 위한 체험관 역시 마련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번 관광축제를 관람하고 나니, 자국 내에서만도 너무나 다양한 문화를 가진 인도에서 한국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전략과 차별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한국이 인도 가족의 관광지로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2018 관광축제는 인도의 문화적 다양성과 관광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편, 여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가족 단위 문화 행사에 대한 수요 역시 보여주었다. 향후 인도에서 열릴 한국 문화 및 관광행사는 이러한 자국 행사들을 본보기로 삼아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담아내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