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지코의 유럽 투어 첫 번째 공연>
지난 26일, 마드리드는 또 한 번 커다란 케이팝 스타 방문으로 들썩거렸다. 그룹 ‘블락비’의 멤버이자 솔로 래퍼로도 활동 중인 ‘지코’가 그 주인공이었다. 사실 ‘지코’의 유럽 투어 소식이 초여름 경 루머처럼 떠돌았을 때 스페인 팬들은 ‘이번에도 스페인은 건너뛰겠지’라며 체념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 투어 ‘킹 오브 더 정글’ 일정이 발표되고 유럽 투어의 시작이 마드리드이란 걸 확인하는 순간, 스페인 팬들을 환호했다. 지코의 이번 마드리드 공연 VVIP 입장권은 187유로(한화 약 25만원), 일반 입장권은 66유로(8만4천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 되었다. 스페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자 솔로 가수 ‘빠블로 알보란’의 콘서트 입장권이 29유로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해보았을 때도, 꽤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하이터치’가 포함된 VVIP 티켓은 매진을 기록했다.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높은 가격으로 표 구매를 원하기도 했다.
이번 지코 공연에서 공식 굿즈 상품들이 판매된다는 소식을 접한 팬들은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유럽 콘서트에서는 공식 굿즈를 판매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판매하는 비공식 굿즈 상품들로 콘서트를 기념하는 팬들에게는 이번 공식 굿즈 판매 소식은 콘서트와 함께 찾아온 귀한 선물과도 같았을 것이다. 공식 굿즈 판매에 더해, 지코와 함께 저녁/점심 식사를 하는 이벤트도 함께 열렸다. 총 12명에게만 한정되는 동 이벤트에는 지코와 함께하는 식사권, 지코와 단독으로 폴라로이드 사진 찍기, 공연 굿즈 상품 증정까지 포함됐다. 가격은 600유로(한화 약 77만원)였다.
위왁 같이 다양한 이벤트들과 함께 시작된 지코의 콘서트는 마드리드 ‘만자날레스 공원’에 위치한 공연장 ‘SALA RIVERA’에서 개최됐다. 전 세계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개최한 바 있는 동 공연장에서는 마드리드를 찾은 한국 뮤지션들의 공연도 여러 번 진행되었다. 지코의 공연은 오후 7시 반에 시작 예정이었지만, 팬들은 그 전날부터 앞자리 숫자가 적힌 팔찌를 받기 위해 공연장 근처에서 밤을 지새웠다. 공연에 앞서 공식적으로 줄을 설 수 있는 시간은 공연 당일 아침 10시부터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앞자리에서 지코를 만나고자 했던 팬들의 열정은 말릴 수 없었다. 한여름의 뙤약볕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팬들은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몇몇 팬들은 지코를 보러 공항까지 갔다고 전했다. 공식적으로 언제, 어느 비행기로 마드리드에 도착하는지 일체 발표된 바가 없었지만, 팬들은 한국에서 출국한 시간, 공항 사진들로 추리해 마드리드 공항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 팬들의 열정은 한국 팬들과 다를 바 없었다.
<공연장 앞에 몇 시간째 긴 줄을 기다리는 팬들(좌)과 스페인 국기 위에 쓴 지코에게 보내는 메시지(우)>
만자날레스 공연장 주변에는 공연 팔찌를 배부를 기다리는 팬들로 북적댔다. 아침 운동을 나온 시민들은 이 광경을 신기한 듯 쳐다보기도 했다. 공연 입장 숫자가 새겨진 팔찌를 받은 팬들은 잠깐의 휴식을 위해 흩어졌다가 오후가 되자 다시 모여들었다. 오랜 기다림이 끝나고,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지코를 보며 몇몇 팬들은 감격에 겨워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무대 위의 아티스트의 행동 하나 말 하나에 집중하며 환호했다. 공연은 1시간 반 가량 이어졌고, 지코는 22곡을 부르며 무대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물론, 그룹 블락비의 노래를 혼자서도 허전함 없이 소화하는 모습에 프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느껴졌다. 쉴 새 없이 달리는 공연에도 지치는 기색 없이 라이브를 소화하여 관객들과 호흡하는 모습은 가히 훌륭했다. 화려한 무대 영상과 백댄서들과의 호흡도 완벽했으며, 해외공연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든 퀄리티였다.
무대 위에서 지코가 보여준 에너지는 전날부터, 아침부터 공연장을 찾은 팬들의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도록 해주었다. 지코는 현지 팬들을 위해 스페인어로 인사했고, 이에 팬들은 열정적으로 환호했다. 팬들은 연신 ‘너 때문에 죽겠다’, ‘사랑해’, ‘잘생겼다’를 외치며 자신들의 마음을 전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빠른 한국어 랩 가사들을 따라 부르는 팬들에 입이 쩍 벌어지기도 했다. 공연 시간은 화살처럼 빨리 지나갔다. 팬들은 아쉬움에 ‘가지마’를 외쳤고, 몇몇 팬들은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공연장을 나서는 한 팬은 공연의 모든 것이 자신의 기대치를 완벽하게 넘었다며 벅차 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팬들은 언제나 한류 아티스트들의 방문을 기다린다. 이번 공연에서 지코가 선보인 무대 매너와 공연처럼, 언제나 현지의 팬들에게 열정적으로 다가가는 한류 스타들 덕분에, 마드리드 내 케이팝 공연은 2018년 후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지코의 공연 이전, 지난 5일 래퍼 ‘빅원’, 15일 아이돌 그룹 ‘빅톤’이 마드리드에서 공연한 바 있다. 이어 ‘빅스’의 멤버 라비의 솔로 공연이 10월 28일 예정되어 있고, 11월 27일에는 한국 아이돌 밴드 ‘THE ROSE’가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스페인을 찾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점점 더 많아짐에 따라, 현지 팬들의 기대감도 상승되고 있다.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연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