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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더 스테이지', 스페인 극장가를 점령하다

2018-11-2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일요일 극장 시네 이데알, BTS 영화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 출처 : 통신원 촬영>

 

지난 15일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여섯 개 지역에서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Burn the stage)>가 개봉했다. 201719개 도시를 돌며 40회 공연을 한 방탄소년단 윙스 투어 콘서트를 밀착 동행해 카메라에 담았다. 공연을 준비하는 무대 위의 모습들을 담으며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이 영화는 스페인뿐 아니라 전 세계 70개국에서 개봉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8개의 옐모(yelmo)극장에서 15, 16, 17일 상영되었고, 24일은 일부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옐로 극장은 지난달 방탄소년단 다큐 상영을 자신들이 소셜 미디어에 홍보하면서 당신들의 요청으로 마침내 옐모 시네에서 개봉하게 되었다며 스페인 아미의 청원운동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스페인 아미는 스페인에서 방탄소년단 다큐를 상영하도록 SNS을 통해서 스페인의 영화관 프랜차이즈에 청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트렌드임을 인식한 옐모시네가 상영을 확정했다. 그리고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마드리드 솔 광장 근처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옐모 시네의 시네 이데알(cine ideal)’의 표는 3일 모두 매진되었다.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영화관들도 거의 모든 좌석이 예매 시작과 동시에 자리가 거의 남지 않았다.

 

개봉 첫날 17일에는 영화 상영시간 1930분이 훨씬 전부터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팬들로 영화관은 북적였다. 팬들은 BTS나 멤버들의 이름이 새겨진 옷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상기된 얼굴로 인증 사진을 찍거나 함께 BTS 노래를 흥얼거리며 영화를 기다렸다. 17일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개봉 둘째 날이기도 했는데, 관객들이 섞여 크지 않은 영화관 홀이 혼잡하기도 했다. 이어 토요일에 이어진 상영에서는 혼잡스러운 상황을 막기 위해 영화가 시작하기 20분 전에 영화관 문을 열어 관객들은 영화관 밖에서 긴 줄을 서야 했다. 길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영화관 앞의 긴 줄을 보고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보기 위한 줄로 착각하기도 했다.

 

영화를 기다리는 긴 줄 중, 영화를 보기 위해 혼자 온 관객 알렉산드라(23)는 베를린의 방탄소년단 콘서트까지 갔다 왔다는 열혈 팬이었다.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 운명처럼 다가왔다“BTS 때문에 한국 여행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렉산드라는 왜 스페인 대중음악이 아니라 BTS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레게톤(단순하고 중독성있는 리듬와 상당히 마초적이고 선정적인 가사를 가진 라틴음악의 한 형태)이 난무하는 스페인 및 남미 대중가요들을 싫어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그보다 다양한 장르가 섞이고, 다양한 철학이 담긴 가사들이 세련되게 조화한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을 대부분 여자였고, 어린 학생들이었지만, 30, 40대 연령의 팬들도 간간히 보였다. 캐리어를 끌고 온 모녀는 자신이 사는 곳에는 개봉하지 않아 아예 주말을 이용해 마드리드로 영화를 보러 왔다고 하기도 했다. 또 줄을 서 있던 영국 소녀는 영국 콘서트 때 친구가 만들었다는 응원 카드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이 이들은 방탄소년단 이름 아래 하나였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팬들은 BTS와 각각의 멤버들의 이름을 부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영화의 타이틀이 화면에 나타나자 엄청나게 환호했다. 이는 마치 실제로 콘서트 현장에 와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모두 조용하자는 신호로 팬들은 서로를 달랬고,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팬들은 바로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는 멤버들의 콘서트 준비과정, 스테이지 뒤에서의 멤버들이 모습들을 밀착하여 영상으로 담았다. 인터뷰를 통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달려왔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여전히 두려운 미래와 싸우고 있음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관객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80여 분 동안 영화관에 모인 관객들은 자신들의 우상과 함께 울고 웃으며 함께 호흡했다. 그 장면은 마치 그들도 영화의 한 일부인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그들이 모습을 보면서 왜 아이돌 그룹들이 그들의 팬에게 항상 감사의 인사를 잃지 않고 애정을 쏟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이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때로는 극성스럽다고 여겨지는 아미덕분이었던 것이다.

 

다큐에서 방탄소년단은 그들의 어린 팬들의 멘토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가수가 아니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그들보다 어리거나 비슷한 또래들에게 그들은 가까운 우상인 것이다.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팬들은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을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들에게 영화가 어땠는지, 왜 한국 그룹인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느냐와 같은 질문들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들이 만난 방탄소년단이란 그룹은 그들이 지금 지나고 있는 인생에 전부인 것이다. 마드리드 시내에 위치한 시네 이데알 뿐만 아니라 BTS 영화를 상영하는 다른 영화관들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팬들이 몰려 영화관은 마치 BTS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영화를 기다리면서 방탄소년단 이름을 외치거나 마드리드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들의 상영관도 팬들이 몰리며 일부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3일 모두 매진되었으며, 이에 아 코루냐도시를 제외한 다섯 개의 지역에서 24일 한 세션을 더 상영하기로 오늘 엘모 시네가 결정했다. 또한 121일 이비자와 라스 팔마스의 엘모 시네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에 올라온 BTS 관람 인증 사진들(마드리드, 말라가) - 출처 : 인스타그램>


  •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