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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대한 반응

2018-12-2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남자친구><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방영 전부터 중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작품이다. 송혜교와 박보검, 현빈과 박신혜 각각의 주연 배우들이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아왔던 한류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명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티에바에 개설된 팬클럽의 회원 수만 해도 각각 37, 10, 13, 79만이다. 그리고 사드 여파 이전 이들의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적지 않다. 하지만 <남자친구><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대한 관심도는 예상밖에 높지 않다. 중국의 대표적인 SNS인 웨이보의 핫이슈 조회 수를 보면 <남자친구>5.8억 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1.9억 회에 불과하다. 올해 한국 드라마 중 종영될 때까지 조회 수가 2억 회 이상 된 작품이 몇 편 안 된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지만, 중국의 인기 드라마가 수십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가 안 된다.

 

혹자는 중국에서 정식으로 제공되지 않으니 인기가 많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고 할지 모른다. 이것은 반만 맞는 말이다. 중국에서 정식제공되지 않지만, 아마추어팀들이 자막을 만들어 올리고, 열혈 팬들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다운받아서 본다. 그리고 입소문이 나면 많은 이들이 찾아서 본다. 정식 제공되지 않으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다 찾아서 본다. 단지 비공식 경로를 찾아 다운받는 것이 약간 번거로울 뿐이다. 이것은 단순히 한국 드라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드라마 미국드라마 모두 해당한다.

 

예전과 비교해 왜 관심이 떨어졌는지 잘 모르겠다. 중국 드라마의 수준이 많이 오른 것도 있을 테고, 한국과 중국 사이의 취향 차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인이 단기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사드 여파 이전부터 나타났던 현상이다. 그것이 점점 심해져 이제 한류 팬들만 향유하는 문화콘텐츠가 되었다.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앞으로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 공식 유통된다고 하여도 3~4년 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기 힘들 것이다.

 

다만 위안으로 삼는다면, 한국 드라마에 대한 평이 전반적으로 좋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획일성을 벗어나 잘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리뷰 전문사이트인 도우반에 올라온 <남자친구><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대한 평점도 각각 7.2/108.6/10으로 높은 편이다. 이 두 드라마의 평점에 참여한 네티즌의 수도 8,000여 명으로 비슷하다. 흥미로운 점은 <남자친구>의 평점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보다 낮다는 것이다. 웨이보의 토픽 조회 수의 경우 <남자친구>가 더 높은 것에 비해 대조적이다. 이것은 화제성에 있어 <남자친구>가 앞섰으나, 작품성이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자친구>에 준 낮은 평들을 보면, 화면은 아름다우나 스토리가 진부하다, 스토리 전개가 너무 느리다,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의 전개다 등등이다.

 


<도우반 내 '남자친구'에 관한 네티즌 평 출처 : https://movie.douban.com/subject/30267930/>

 

반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대한 평은 매우 좋은 편이다. 배우들이 연기력이 뛰어나다, 화면이 아름답다 등의 전형적인 호평을 비롯해 소재가 신선하다, 스토리가 풍부하고 반전이 있다 등의 평이 많다. 이런 차이는 극본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중국 팬들도 이를 간취한 것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극본을 쓴 송재정 작가는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를 쓴 작가로 중국 팬들에게 꽤 알려져 있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 적지 않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송재정 작가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라는 낯선 소재를 극에 잘 녹아 들게 만들어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이다.

 


<도우반 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관한 네티즌 평 - 출처: https://www.douban.com/gallery/topic/38296/>

 

한국 드라마는 중국에서 일본드라마의 패턴을 보인다.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기보다는 일부 고정 팬이 즐기는 드라마가 된 것이다. 이것은 한국 드라마가 중국인들에게 대중적인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대중성이나 시장성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개성 있으며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 팬들도 스타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성을 보는 눈이 생기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호 정책이나 중국 드라마 산업의 발전으로 볼 때,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과거의 영화를 되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좋은 작품을 만들면 그것을 알아주는 중국 팬들이 있고, 좋은 작품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 성명 : 손성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 약력 : 현재)북경 항삼 국제교육문화교류중심 외연부 팀장 북경대학교 역사학계 박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