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박민영이 열연 중인 <그녀의 사생활>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방영 한 달 만에 중국의 대표 SNS ‘핫토픽’ 조회 수가 20억 회를 넘어섰다. 2016년 중반 이래 조회 수가 20억 회를 넘은 드라마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있었더라도 1-2편 정도일 것이고, 10억 회 이상을 넘으면 매우 높은 편에 속했다. 20억 회의 조회 수는 보통의 중국 드라마와 비교해도 꽤 높은 편이다. 한류 팬을 중심으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5월 18일 드라마 핫토픽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한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그녀의 사생활>의 인기 비결은 뭘까? 우선 주연 배우에서 특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박민영은 <시티헌터>, <7일의 왕비>,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중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2015년 중국의 인기 배우 장한과 함께 중국에서 <금의야행(锦衣夜行)>을 촬영하기도 하였다. (<금의야행>은 사드 여파로 방영되지 못하다가, 내년에 구이저우 위성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배우의 인기로 20억 회를 넘길 만한 힘을 가진 배우는 아니다. 남자 주인공은 김재욱은 중국에서 박민영보다 지명도가 더 떨어지는 배우다. 그렇다면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뭘까? 기존의 지명도를 떠나, 웨이보와 리뷰 전문 사이트인 도우반(Douban)을 살펴보면 김재욱의 영향이 가장 크다. 김재욱은 다작 배우는 아니지만, 그가 조연으로 출연한 <커피프린스 1호점>이 중국 내 큰 인기를 구가하면서 일찌감치 중국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은 데다가, 드라마에서 주로 조연을 맡으며 두각을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사생활>이 입소문을 타면서 SNS상에는 김재욱의 연기에 잇따른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드디어 주연을 맡아 감격스럽다는 평을 남긴 네티즌들도 적지 않다. 방영 초기 김재욱의 열혈 팬들이 결집하며 관심도를 끌어 올리고, 이후 드라마의 재미가 결합되어 큰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도우반에 올라온 '그녀의 사생활' 네티즌 평 – 출처 : 도우반>
물론 김재욱의 팬만 호평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박민영의 웨이보 공식계정의 팔로우 수가 547만 명에 이를 만큼, 박민영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는 이도 적지 않다. 게다가 드라마를 통해 한류 팬들에게 끼치고 있는 영향 면에서는 박민영의 영향이 훨씬 크다. 중국의 대표적인 오픈마켓인 타오바오(Taobao)에서 <그녀의 사생활>로 검색을 하면 ‘박민영 통콴(同款. 똑같은 것)’이라고 해서 드라마에 나왔던 원피스, 티셔츠, 귀걸이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온다. 한 점포의 경우는 <그녀의 사생활>을 메인 화면으로 걸었고, 박민영이 입었던 원피스의 경우 월 판매량이 1,000건을 넘었으며, 누적 판매량만 2,000건을 넘었다.
<타오바오에서 판매되고 있는 '그녀의 사생활' 관련 패션 상품 – 출처 : 타오바오>
<그녀의 사생활>이 인기를 얻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한류 팬의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갖는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도우반에서 <그녀의 사생활> 섹션에 들어가면,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들이 같이 좋아하는 드라마로 <진심이 닿다>, <뷰티풀 인사이드>.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의 작품이 같이 뜬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전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세 작품은 다른 한국 드라마보다 꽤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한국 드라마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로맨스 코미디가 유독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작품마다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 구조와 뻔한 결말을 보여준다고 혹평을 남긴 네티즌이 적지 않지만, 한국 로맨스 코미디만 가지는 유쾌함과 감수성이 한류 팬의 관심을 끌어낸다. 일본의 로맨스 코미디 장르 드라마는 과장된 면이 있고, 반대로 중국은 딱딱하다면, 한국 드라마는 그 가운데서 균형을 잘 잡고 있다. 물론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리는 없다. 오래 보면 식상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한류 팬의 관심이 로맨스 코미디에 맞춰져 있고, <그녀의 사생활>은 그러한 기류를 잘 탄 것이다. <그녀의 사생활>은 이제 종영까지 4회분 남았다. 열흘 후면 종영이다. 보통 종영을 전후로 관심이 많이 증가한다. 웨이보 핫토픽 조회 수를 30억 회 넘을 수 있을까. 힘들겠지만, 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선전해 주길 기대한다. 비공식 경로로 유포되고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관심은 중국에서 한류를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 참고자료 https://movie.douban.com/subject/30395583/comments?status=P http://www.taobao.com
성명 : 손성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현) 산동대학 역사문화학원 조교수 북경대학교 역사학계 박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