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이 넘는 케이팝 팬들이 모인 케이팝 랜덤 플레이 댄스 행사 현장>
한낮의 온도가 41도까지 치솟고, 건조한 바람에 수분이 바싹 말라가는 한여름에도 스페인 팬들의 케이팝에 대한 사랑 지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마드리드를 찾아 인상 깊은 공연으로 스페인 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케이팝 그룹 ‘몬스타 엑스’는 지난 29일 마드리드를 다시 찾아 다시 한번 스페인 팬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날 콘서트를 위해 일부 팬들은 27일부터 공연장 근처에서 줄을 서는 열성을 보였고, 또 일부 팬들은 공항에 나가 그룹들을 맞이했다. 이처럼 극한의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케이팝의 열기를 스페인 시내 오페라 광장에서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지난 27일 열렸다. 오페라 광장은 1850년에 완공되어 지금까지 세계적인 오페라 하우스로 명성 높은 스페인 왕립 오페라 극장이 위치한 광장으로, 스페인 왕궁 가까이 위치해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기온이 치솟는 뜨거운 날씨에 행사를 하루 앞두고 5시로 예정되었던 행사는 6시로 늦춰지기도 했다. 야외 행사를 하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라 많은 이들이 모이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이들이 광장에 모여 케이팝을 즐겼다. 이번 행사는 케이팝 랜덤 플레이로 양쪽으로 그룹을 지어 갈라져 서 있다가 짧게 짧게 나오는 노래에 맞춰 가운데로 나와 춤을 추는 이벤트이다. 행사 시작 전에는 케이팝 커버 댄스 그룹 6팀이 참가해 행사의 열기를 더 했다. 이들은 프로 댄서들이 아니라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들끼리 모여 결성해 연습하는 팀들로 어떤 보수도 없이 자신들이 즐기기 위해 참가한 것이다. 이들은 케이팝은 하나의 취미 문화로 케이팝을 보고 듣고 춤추는 것을 순수하게 즐긴다.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었는데, 흘러나오는 케이팝 안무들을 다 외우고 이었던 것도 놀라웠지만, 가운데에 나와 춤을 출 땐 쑥스러운 기색이 하나 없이 마치 무대 위에 오른 아이돌처럼 춤을 소화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케이팝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200여 명이 광장에 모여 케이팝에 춤을 추는 장면은 이날 지나는 관광객 및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동영상을 찍으며 흥미롭게 바라보거나 한국 관광객들은 케이팝의 인기에 놀라기도 했다. 통신원은 이날 더운 날씨 속에서도 현장을 누비며 행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던 주최자 '마도(Mado,22)' 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Deja vu Spain'의 '마도'>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 오랫동안 준비했나. 한 달간 준비했다. 장소를 물색하고, SNS 통해 홍보하고, 행사를 꾸며 줄 초대 그룹들의 신청을 받고 한 달 동안 ‘Deja vu Spain’ 행사를 같이 꾸리고 있는 친구 사라이(Sarahi, 22세)와 함께 한 달 동안 준비했다. 오늘 행사 진행을 도와주러 온 사람들은 친구들과 자원한 사람들이다. 행사를 앞두고 ‘몬스타 엑스’가 행사를 보러 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아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인 것 같다. 케이팝 커뮤니티 ‘Deja vu Spain’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친구들과 함께 ‘Han-a expo’ 같은 한국 문화 관련 행사를 즐겨 다니다가 우리가 따라 조직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 생각해서 2016년부터 친구 사라이와 함께 크고 작은 케이팝 행사들을 조직하고 있다. 케이팝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2011년 한국 그룹 샤이니를 통해 케이팝 세계에 입문했다. 중독성 있는 리듬, 화려한 퍼포먼스 등 케이팝만이 가진 스타일에 반했다. 오늘 행사 모인 이들을 보니 다들 어린 청소년들 같다. 이들에게 케이팝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페인 가요 시장의 메인은 ‘레게톤’(스페인어로 부르는 레게톤을 전신으로 하는 최신 라틴 팝의 한 장르, 화려한 리듬이 특징은 오늘날의 ‘레게톤’은 파티나 남녀의 육체적 관계’ 등 유흥 위주의 내용이 다수를 차지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인데, 왜 청소년층은 스페인 주류 문화보다 케이팝을 더 좋아할까? 보이다시피 오늘 대부분 중, 고등학생이다. 이들보다 위 세대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등을 좋아하다가 우연히 케이팝을 들거나 보고는 케이팝 팬으로 변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SNS나 유튜브가 익숙한 세대인 이들 어린 팬들은 처음부터 케이팝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접한 동영상 등으로 접한 케이팝의 신선함과 중독성, 세련됨에 놀란다. 케이팝이 스페인의 주류 문화가 될 수 있을까? 혹은 케이팝의 인기가 계속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가? 케이팝의 인기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은 BTS의 등장과 함께 이다. 불과 몇 년 전이다.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어린 세대들은 혼자만 좋아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문화를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이들은 학교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케이팝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되고 정보를 공유한다. 케이팝이 사람들의 관계를 연결해 주는 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청소년 문화 회관을 빌려 9월 14일 케이팝 노래 및 댄스 경연대회를 열 생각이다. 앞으로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다양한 행사들을 조직할 예정이다.
<관객들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행사를 즐겼다.>
이처럼 단순히 보고 듣는 것을 떠나 적극적으로 그룹을 조직하고, 행사를 조직하며 자신들의 좋아하는 문화를 다른 이들과 향유하는 것은 어떤 대중문화가 전파되는 과정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이들이 이렇게 케이팝을 받아들이고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이들에게 공부 이외에도 다른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주변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결정하고, 그것을 사랑할 수 있는 이들의 주체성이 케이팝의 인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2019년 상반기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스페인을 찾았다. 현지 케이팝 팬들은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많은 그룹들이 스페인을 찾아 이들 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는 바라본다.
※ 사진 및 영상 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