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위안(桃園) 국제 야구 경기장에서 대만, 한국 양국 교류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의 주 용도에 걸맞은 스포츠 행사 및 치어리더 공연과 함께 떡볶이 파티, 김치 담그기 교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펼쳐졌다.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장소에서 열렸던 이번 행사를 앞두고, 전반적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현지인의 반응을 고려해 적지 않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던 바와는 달리, 태풍 북상과 후끈 달아오른 높은 기온으로 인해, 주최 측은 만여 명의 인파가 이 행사를 찾았다고 집계했다.
<만여 명이 모인 2019 한국-대만 문화 교류 행사 – 출처 : 桃園電子報>
애초 이 행사를 주최한 주타이베이대표부는 스포츠 팬뿐 아니라 많은 현지인의 관심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김치, 떡볶이, 바나나 우유와 같은 보편적인 한국 음식을 시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으나, 이 행사를 개최한 장소의 규모 대비 방문객 수는 예상보다는 저조했다. 한편, 타오위안 국제 야구 경기장이 홈그라운드인 대만 라미고 ‘Lamigo’ 팀은 국내 야구팀 롯데와 삼성을 초청해, 간단한 문화 교류 행사 및 경기를 진행했다. 또 야구 경기 관람에 빼놓을 수 없는 묘미 치어리더의 공연이 양국 합동 공연으로 펼쳐져 관중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국내 치어리더 중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박기량 씨와 안지현 씨가 이번 행사에 참여해, 간단한 시구 행사와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국민 타자 이승엽 씨가 직접 타오위안 국제 야구 경기장을 방문해, 타오위안 시장 및 주타이베이대표부 대사와 함께 하는 자리도 가졌다.
<이승엽 선수와 타오위안 시장 쩡원찬 – 출처 : 桃園電子報>
국민 타자 이승엽 씨는 전지훈련 및 올림픽 출전 등의 일정으로 대만과 인연이 유독 깊은 선수 중의 하나다. 타오위안 국제 야구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 적은 없지만, 도심 타이베이뿐 아니라 국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타이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정도로 대만 야구 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양국 교류 행사는 국제 경기장을 다용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대만 타오위안 정부에도, 한국 문화를 조금 더 현지인에게 홍보한 기회가 된 우리 정부에도 일거양득 하는 효과를 낳았지만, ‘문화 교류 행사’라고 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는 행사다. 물론 ‘김치 담그기’ 행사처럼 직접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틀간 만여 명 이상이 찾은 이 행사에 선착순 20팀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는 점은 이번 행사의 규모와는 걸맞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양국 경기 전 마련된 한국 문화 부스 전시대에는 가까운 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음식, 서점에도 찾아볼 수 있는 한국 관광의 자료 등 ‘문화 교류 향연’의 타이틀과 달리 별반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또 문화 행사가 연예 행사에 국한됐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대중 스포츠 경기에서 늘 이슈가 되는 섹슈얼리즘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문화 교류 행사 내 치어리더의 등장은 행사 개최 취지와는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치어리더 안지현 씨의 시구 행사는 이번 문화 교류 행사 내 중요한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일정에 소개되었지만, 이 시구 행사는 결과적으로 ‘문화적 교류’ 보다는 하나의 ‘연예 행사’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롯데 치어리더 안지현 씨의 시구 모습 – 출처 : Yahoo Taiwan>
<2019 한국-대만 문화 교류의 향연 일정표 – 출처 : 주타이베이대표부>
국민 타자 이승엽 선수의 방문 역시 시구와 팬들의 만남만으로 문화 행사라는 타이틀을 건다는 것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대만 문화 교류 향연’이라는 타이틀과는 달리, 주로 한국의 것을 소개하고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자리가 됐다. 또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현지 대중에게 ‘교류 행사’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문화’를 설명하는데, 앞에서 거론된 모든 요소가 문화에 해당할 수 있겠지만, 이번 행사는 문화를 ‘보여주기’만 하고 ‘교류’하지 못했던 행사였던 것 같다. 물론 두 나라 관계자들의 만남 역시 교류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당사자 간의 교류는 행사 개최의 취지와는 다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기획, 체험유도로 현지인들이 이 행사를 통해 자신의 문화와 비교해보고, 또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장기적인 교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회성 공연, 스타 초청 행사가 아닌 교류의 의미를 고찰해야 할 때다.
<국내 야구팀 롯데 치어리더 공연 행사 중 – 출처 : Yahoo Taiwan>
행사 종료 이후 현지 포털 사이트에는 ‘한국 치어리더 여신’이라는 검색어가 며칠 사이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다만 이 현상이 섹슈얼리즘 현상의 일환인지, 문화 교류 차원이었던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더불어 동 행사 개최를 주제로 한 언론기사 역시, 문화 체험 및 교류보다는 단순히 스타 초청 소식만을 전달한 것이 전부였다. 앞으로 양국 문화 교류가 더 심도 깊어지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기획이 관건일 것이다.
※ 참고자료 https://tw.sports.yahoo.com/news/中職-國民女神-安芝?開球-替桃猿男兒fighting-092917479.html https://tyenews.com/2019/07/22668/
성명 : 박동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만/타이베이 통신원] 약력 : 현) 대만사범교육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