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과 20일, 인도 최대 발행 부수와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영자 신문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지는 ‘인도 신세대들이 한류를 타다(Indian millennials are riding the Korean Wave)’라는 제목의 한류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와 델리 판의 연예면 한 쪽 2/3면을 차지한 이번 특집 기사는 ‘케이팝부터 K-드라마 그리고 김치까지’라는 부제를 달았다. 트와이스의 ‘Likey’를 들으며 아침에 일어난다는 21살의 시바니 사룬케(Shivani Salunke)의 일상으로 시작한 기사는 ‘코리안부(한류의 열렬한 팬)’와 한류를 소개하며 이제 한류가 인도에 도착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 열풍(K-craze)가 전국의 밀레니얼들을 사로잡았다. 누가 한국의 음악, 연예 프로그램, 화장품, 언어 혹은 음악에 푹 빠지지 않겠는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케이팝의 매력을 “귀에 박히는 멜로디와 의미 있는 가사”로 설명한다. BTS, EXO, TWICE 같은 케이팝 밴드들은 인도 주류(음악)의 일부가 되기 전 이미 그들의 중독적인 멜로디와 다채롭고 완벽하게 짜인 뮤직비디오, 매력적인 멤버들로 이미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미 케이팝이 인도 주류의 일부가 되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또한 케이팝 팬들과의 인터뷰로 케이팝의 매력을 설명한다. 벵갈로르의 케이팝 팬 카비다 트리파시(Kaviya Tripathy)는 케이팝이 춤, 음악, 패션, 시각적인 부분 등 다양한 콘셉트로 구성되어 하나의 완성된 패키지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 안에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발리우드 음악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콜카타의 또 다른 팬은 페미니스트로서 케이팝의 가사에 대해서 설명했다. 케이팝이 정신건강과 청소년에게 주어지는 압력, 여성 인권 신장 등을 다루고 있어 팬들과 (다른 팝 음악과는) 다른 수준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7월 20일 델리 '타임스 오브 인디아'지에 실린 특집 기사 모습 - 출처 : '타임스 오브 인디아'>
기사는 또한 한국 음식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한국 음식은 새로운 중국 음식인가?’라는 제목의 꼭지에서는 인도 내에 45개 이상의 한식당이 운영되고 있으며 주요 도시에서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뭄바이에서 한국 음식을 배우는 쉐프의 말을 빌려 뭄바이 내에서 한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사에 사용된 사진은 치즈, 콘, 천사채, 영국식 콩 요리가 한군데 담긴 국적 불문의 음식처럼 보인다. 또한 ‘새로운 중국 음식’이라는 표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중국과의 불편한 외교적 관계와 화교가 없는 인도의 환경상 인도 내 중국 음식은 그 정통성이 사라진, 중국 느낌의 인도 음식에 가깝다. 대도시에서 중국 음식점을 찾기는 쉽지만, 막상 실제로는 인도화 된 중국 음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음식 역시 그렇게 변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심장함을 남기기도 한다. 한국 화장품과 관련해서는 더욱 간단하게 설명된다. 한국의 10단계 피부 관리 루틴과 한국 화장품들이 인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직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등 일부 브랜드만 진출해 있고 피부색과 선호하는 화장법의 차이로 케이뷰티산업이 많이 퍼지지 못한 인도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국어의 경우 주인도 한국문화원장의 말을 빌려 한국어 열풍과 함께 작년 말 시작된 인도국립방송통신대학(IGNOU) 한국어 과정을 소개한다. 또한 드라마. 케이팝을 통해서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유를 설명한다. 2013년부터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봐왔다는 산기타 푼Sangeeta Pun은 “자막과 함께 드라마를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려고 자막을 보느라 화면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미국, 영국 드라마보다 인기가 많다고 소개한다. 29살의 기자 카시카 사세나(Kashika Saxena)는 “인도 시청자들에게 한국 드라마가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보다 더 친근한 이유는 단순하다. 예를 들자면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될까 걱정하는 주인공이다. 이는 서양 드라마에서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한국 드라마를 봐온 수바락쉬미( Subalaxmi)는 “양국 간의 문화적 유사점이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자면 한국 사람들은 우리처럼 어른을 공경하며 이는 드라마에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또 우리처럼 진심으로 웃고 운다”고 말했다. 뭄바이에서 한-인도 문화를 연구하는 존 수지나(John Sujina) 박사는 “한국 드라마는 내용 면에서 너무 선정적이지 않고 한국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인도 시청자들과 공감한다”며 인도 내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설명했다. 주로 남인도 지역의 케이팝 팬들의 인터뷰를 담아낸 이번 기사는 한 특집 내에서 케이팝, 언어, 음식, 드라마 등 굉장한 다양한 분야를 망라했다. BTS의 사진과 함께 인도 1위의 영자신문에 크게 난 기사이니만큼 한류를 보다 크게 알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기사 내용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음식 사진의 경우 아직 한식이 인도에 알려지기는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표적인 메뉴 하나라도 소개되었다면 한식에 대해 충분히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 화장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이름조차 소개되지 않아 ‘한국 화장품이 인기가 있다’는 사실 외에는 특별한 정보를 찾기 힘들다. 인도 언론이 케이팝의 세계적 인기에 맞춰 한류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이번 《타임스 오브 인디아》 기사의 경우 뭄바이와 델리 등 여러 도시 판에 게재된 특집 기사인 만큼 한류가 보다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화 소개에 있어 여전히 피상적인 설명에 그치는 점이 아쉽다. 특히 팬들 및 전문가와의 인터뷰만으로 한류를 소개하는데 뚜렷한 한계점이 드러난다. 다른 국가들에서는 케이팝에 관심이 있고 한국 드라마를 보는 기자들이 한류를 심층적으로 취재한 것과 비교되기도 한다. 이번 기사는 과연 인도의 언론이 한류에 대한 충분한 이해과 내용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세계적인 관심에 맞춰 다루고 있는 주제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피상적으로 다뤄진 한류 특집 기사가 한류를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지 역시 생각해 볼 문제다.
※ 참고자료 《타임스 오브 인디아》 (19. 7. 18.) , https://timesofindia.indiatimes.com/life-style/spotlight/indian-millennials-are-riding-the-korean-wave/articleshow/70272103.cms
성명 : 김참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뉴델리 통신원] 약력 : 현) 주인도 한국문화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