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한국에 열광하고 있다(Thailand’s going bananas for Korea)”. 태국의 권위있는 영문 일간지 «방콕포스트(Bangkok Post)» 국제 면에 매주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현지 원로 언론인 까위 쫑낏타원(Kavi Chongkittavorn)이 9월 17일 게재한 칼럼의 제목이다. 그는 2005년 드라마 <대장금>으로 시작된 태국 내 한류가 한국에 대한 태국인들의 인식 개선,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 증가 등을 낳고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태국 공식 방문을 통해 양국 기술 및 미래산업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거론하며, “오늘날 태국에서는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이 사업화 되고있다”고 단언했다.
<지난 9월 2일 태국 쁘라윳 총리와 환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 출처 : 방콕포스트 웹사이트>
태국의 한류, 특히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 열풍이 식지 않고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태국인들이 넷플릭스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한국의 최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거의 매주 개최되는 한류 스타의 콘서트 및 팬미팅에는 일반 회사원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비싼 티켓 값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팬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향후 5, 10년 후에도 이 같은 모습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이 사업화 되고 있다’는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태국 대중문화계 역시 ‘한류’를 통해 자국 문화 산업화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2014년 <풀 하우스>, 2017년 <궁> 등에 이어 올해 <시크릿 가든>, <오 나의 귀신님> 등을 태국 판으로 리메이크 제작해 중국과 동남아 인근 지역으로 수출하며 재미를 보았던 태국 드라마 업계는, 9월 17일부터 현지 시청률 2위 채널인 «채널3»가 <별에서 온 그대(태국판 제목: 리킷락 캄 두앙다우 – 별을 건너서 온 사랑)> 리메이크판 방영을 시작하며 또 한번의 ‘대박’을 노리고 있다. 일찌감치 <복면가왕>, <너의 목소리가 보여> 태국판 제작으로 시청률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던 현지 방송사 «워크포인트»는 최근 «SBS»로부터 음악 예능 프로그램 <더 팬>의 판권을 구매했다.
<태국판 '별에서 온 그대' 포스터 – 출처 : Channel 3 웹사이트>
2016년부터 일본 걸 그룹 ‘AKB48’의 태국 자매 그룹 ‘BNK48’이 성공적으로 현지에 안착하며 제이팝(J-Pop) 따라잡기에 먼저 나섰던 대중음악계도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태국 최대 연예기획사 ‘그래미(Grammy)’, 영화제작사 ‘나다오 방콕(Nadao Bangkok, GDH)’, 거대 공연기획사 ‘포놀로그(4NOLOGUE)’가 내놓은 남자 아이돌 그룹 ‘나인 바이 나인(Nine By Nine, 9X9)’이 그 시작이다. 한국 아이돌 컨셉의 멤버 구성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는 것을 비롯, 이들의 데뷔 앨범에 YG 소속 아티스트들과 작업했던 프로듀서(Young Gold)와 뮤직비디오 감독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케이팝 팬 끌어안기’에 나섰다. 그 결과 ‘나인 바이 나인’은 태국 내 음악 어워드인 , 에서 각각 ‘최고의 화제상(Top talk about 2019)’, ‘신인상(Rising Star 2019)’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케이팝' 컨셉으로 데뷔한 현지 아이돌 '나인 바이 나인' - 출처 : Star News 웹사이트>
이에 ‘나인 바이 나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포놀로그’ 사는 9월 19일 «방콕포스트» 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케이팝에 도전할 수 있는 티팝(T-Pop) 아이돌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놀로그’는 10년 이상 태국 내 케이팝 콘서트, 팬미팅을 주최하며 업계 선두로 올라선 공연기획사로 최근에도 ‘블랙핑크’, ‘갓세븐’ 등 한류 톱스타들의 태국 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아누왓 위치안나랏(Anuwat Wichiennarat) 포놀로그 대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4억 바트(한화 약 156억여 원)를 투입해 자체 아이돌 그룹을 양성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회사의 주 사업이 한류 이벤트 개최보다는 아티스트 제작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최근 자체 제작 아이돌 그룹을 통해 한류를 따라잡겠다고 밝힌 '포놀로그' 사의 아누왓 대표 – 출처 : 방콕포스트 웹사이트>
«방콕포스트»는 아누왓 대표가 “지난 13년간 사업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가 광고모델부터 콘서트, 드라마 등에 이르기까지 한류 등 수입 문화에 수십억 바트를 지불하는 것을 보았다”며 “이제는 국제 수준의 태국 팝 음악을 제작할 때이며 가까운 미래에 이를 수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매년 개최되는 태국 내 한류 콘서트 100여 건의 관객 절반 이상이 태국인, 나머지는 외국인이며 매 콘서트는 평균 3천500만 바트에서 5천만 바트(약 13억 6천만 원에서 19억 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1년 전체 매출이 최대 50억 바트(약 1천950억 5천만 원)에 이르고 있다. “케이팝이 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데, 태국 음악이라고 해외시장에서 유명해지지 않을 법이 없다(If K-pop is popular among Thais, why can't T-pop be popular abroad?)”는 아누왓 대표의 자신감은 내수 시장의 작지 않은 크기에서부터 나온 듯했다. 드라마 등 한국 방송 콘텐츠와 케이팝의 지역화가 잇따르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사업자들의 부재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경우 CJ엔터테인먼트가 현지 회사(True, Major 등)와의 합작 등을 통해 한류의 현지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음악계에는 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케이팝의 인기가 방송 콘텐츠 및 관련 상품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한류의 중심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안타깝다. 태국 음악계가 결국 케이팝 따라잡기에 성공하고 이를 다시 수출하는 과정에 한국 사업자들이 적극 참여하여, 앞으로도 태국 내 케이팝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참고자료 《Bangkok Post》 (19. 9. 17.) , https://www.bangkokpost.com/opinion/opinion/1751834/thailands-going-bananas-for-korea 《Bangkok Post》 (19. 9. 19.) <4nologue keen to promote T-pop revolution to Asia>, https://www.bangkokpost.com/business/1753454/4nologue-keen-to-promote-t-pop-revolution-to-asia
성명 : 방지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태국/방콕 통신원] 약력 : 현) 태국 국립쫄라롱껀대학교 석사(동남아시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