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토요일 자 《클라린(Clarin)》지 사회면에 '‘언어의 주’ 시리즈, 드라마 그리고 K-pop, 한국어 배우려고 하는 젊은 층 점점 늘어'라는 기사가 실렸다. 부제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언어센터(Centro Universitario de Idiomas, 이하 CUI)에, 2016년부터 지난 3년간 한국어 강좌 등록자 수가 60% 증가 발표'다. CUI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내에서는 가장 대규모의 언어교육기관으로 수도에 8개의 지부, 전국적으로는 총 11개의 지부를 가지고 있다. 스페인어를 포함해 영어, 독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불어, 러시아어 등 전 세계 20개의 주요 언어 강좌가 열릴 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원주민어 케추아어(Quechua), 과라니어(Guarani), 토바콤어(Toba-Qom) 어 등의 6개의 강좌도 제공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주요 일간지 ‘클라린’에 한국어 붐을 다룬 기사 캡쳐 화면 – 출처 : 클라린>
기사는 한국어 강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청소년과 20대 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 특히 한국 가요, 드라마, 영화, 시리즈 및 문학이 붐인데, 이는 특히 젊은 세대에 익숙한 유튜브 채널,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작용하는 방식으로 전파되었다. 점차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들은 자연스레 그들이 평소에 즐겨 듣는 음악이나 시리즈에서 보고 듣는 '낯선 언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될 뿐 아니라, 직접 이해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2016년 이후 3년간 일본어 등록자 수가 2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자!'라는 문구로 한국어 강좌를 홍보하는 CUI의 한국어 강좌 홍보 브로셔 – 출처 : CUI 페이스북 페이지(@CUIonline)>
CUI 책임자 로베르토 비야루엘(Roberto Villarruel)은 “아시아 언어에 대한 관심은 특히 10 대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등록하는 사람들의 전체 평균 연령도 25세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K-Pop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물론, 문화 소비 루트가 대거 증폭된 것도 그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스트리밍을 통해 날마다, 그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일상 속에서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10대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도 늘어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에서 현재 가장 사랑받는 음악 장르인 일렉트로닉, 힙합, 랩 및 팝의 요소를 취하는 K-Pop은 아르헨티나 젊은 층도 사랑하는 장르의 음악이고, 특히 젊은 세대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힙'한 장르란다. 일본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일본만화를 좋아하는 소위 '오타쿠' 스타일의 지망생이라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은 K-pop과 한국 드라마에 빠진 10대와 젊은 층이라는 것이다. 이만하니, 한국어 강좌는 한류와 직결되는 지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10월 19일 자 기사, 시내 중심가로 옯겨 가는 한식당과 환호하는 사람들' - 출처 : 클라린>
물론, 《클라린》이 제시한 한류의 지표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시내 중심가로 이전하는 한식당들의 입지가 그것. 이전까지는 한식당은 한인 이민자들이 거주해왔던 플로레스(Flores)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서 현지인들이 한국 음식을 접하기에 다소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파송송(Fa Song Song)’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많은 사무실과 각종 정부시설 등이 밀집한 레띠로(Retiro) 및 미크로센트로(Microcentro) 지역은 물론 관광객과 미식가들이 모이는 빨레르모(Palermo)지역으로, 한식당들이 입지가 다양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문화원이 레띠로의 벵피흐(Palacio Bencich)로 이전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이미지와 접근성을 높인 것도 한식당들이 시내 중심가로 가게 이전을 고려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심가에서 한국 문화 홍보를 위한 다양한 문화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원 덕분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도 전반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은 이미 몇 년 전에 대만 음식점과 베트남 음식점이 오픈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곳이기도 했기 때문에 '한국음식점이 생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식당 파송송 측의 설명이다. 판단은 옳았다. 점심시간, 저녁 시간할 것 없이 테이블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그 증거인 셈이다. 19일 자 기사 말미에는 친절하게도 한식과 김치, K-Pop과 같은 용어의 어원까지 추가 설명되어 있다. 주요 일간지가 이럴 정도면, 이 정도쯤은 알아야 요즘 추세에 대해 따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어와 한식의 인기가 더 많이, 더 자주 가시화, 기사화된다. 이제 정말 아르헨티나에서도 '공식적으로' 한류가 부는 가 보다. 중심까지 불어 들어갈 수 있을까.
※ 참고자료 《Clarin》 (2019. 10. 19.) , https://www.clarin.com/ciudades/flores-microcentro-crece-nuevo-polo-comunidad-coreana-buenos-aires_0_rX7OOPel.html 《Clarin》 (2019. 10. 24.) , https://www.clarin.com/sociedad/series—telenovelas-k-pop--vez-jovenes-estudian-coreano_0_00rhtUbI.html
성명 :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약력 : 현)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