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아르헨티나의 한류 현상에 대해 논하다

2019-11-2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류가 전 세계 대중문화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류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이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한류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산업적 효과, 또는 '문화적 확산'에 그친 경향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입장, 국가적 차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이해하기 위해 국내의 다양한 연구진이 투입되었고, 적지 않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한류'의 효과성이 입증되면서, 한국 대중문화는 강한 경제적 인프라의 지탱을 받았고, 한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도 받게 되었다. 이는 분명 한류가 지탱되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곳곳까지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다만 한류가 문화 확산 현상이라면, 그 문화 확산과정에서 각 지역사회의 문화와 한국 문화의 융합은 필수적이며, 지역사회에도 각각 다른 변화를 동반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한류와 미국의 한류는 그 규모도 다르겠지만, 그 사회에 미친 영향도 각각 다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아르헨티나의 한류는 아르헨티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또 아르헨티나 연구자들은 '한류'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까. 지난 11월 9일 토요일 9시 30분부터 1시까지, 부에노스 아이레스 한국문화원 대강당에서 이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하는 현지 학생, 연구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9년 제3회 아르헨티나 한류학 학술대회 공지 포스터 – 출처 : 아르헨티나 한류 학회 페이스북 페이지(@Estudios Hallyu en Argentina)>

 '아르헨티나 한류학 학술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의아했던 건, 아르헨티나에 한류의 영향력이 사회에서, 주류 문화에서 가시화된 것이 사실상 몇 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상이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깊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물론, 나른한 봄이 되자마자 봇물 터지듯 치러진 다양한 행사에서 한류를 피부로 실감하면서 호기심이 커지던 참이기는 했다. 그 인기가 도대체 어디쯤인지, 또 아르헨티나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한국학보다도 더 구체적인 주제 '한류학'을 연구하는지, 그들의 시선이 궁금했다.
	
▣ 제3회 아르헨티나 한류학 학술대회 발표일정
제3회 아르헨티나 한류학 학술대회 발표일정

- 발표주제 및 내용, 발표자

발표 주제 및 내용 발표자
1부: 한류와 전통, 그리고 형식 이민호를 찾아서: 20,000km 조르지나 루스(Georgina Roth)
CD에서 인터넷, 음반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한류의 사례 카밀라 포르토(Camila Porto)
한류와 음악 나디아 페르난데즈(Nadia Fernandez)
문화소통의 공간으로서 바라본 K-pop 뮤직비디오의 이미지 가브리엘라 빌라르디(Gabriela Vilardi)
Coffee Break
2부: 오늘날의 한류 한류와 조선시대 역사 파울라 로드리게스(Paula Rodriguez)
한류와 차 이반나 프레이만(Ivanna Freiman)
한류와 검열 마갈리 에레라(Magali Herrera)
한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다 로메로(Wanda Romero)
※ 출처 : 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
제3회 아르헨티나 한류학 학술대회는 크게 '1부: 한류와 전통, 그리고 형식'과 '2부: 오늘날의 한류'로, 발표 주제에 따라 두 세션으로 나뉘어 있었다. 1부에서 기억에 남는 발표는 조르지나 루스의 '이민호를 찾아서: 20,000km'였는데, 배우활동을 하다가 군 입대 후에 소집해제 되는 날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아르헨티나 팬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학술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20,000Km라는 어마어마한 거리가 떨어진 아르헨티나 한국 스타를 좋아하는 마음, 즉 '팬심(心)'이 과연 실제로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단지 한 스타를 좋아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시간과 돈, 커리어까지 양보하게 만들 정도로 절실한 동기가 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비행기 값이 저렴해지고,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 사례야말로, 중남미 한류의 팬력(力)을 보여주고, 아르헨티나의 한류의 오늘을 대표한다고 느꼈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이민호의 소집해제를 축하하기 위해 20,000km를 날아 한국까지 온 것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 출처 : 한국경제>

1부도 그랬지만, 2부 발표자들도 또 참석자들 중에서도 여성의 수가 독보적으로 많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한류 팬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이나, 아르헨티나 내에 문화, 사회과학 분야에 여성들의 활동이 왕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아한 점은 아니었지만, 이번 경우는 특히나 더 여성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행사였다.

<2부, '한류와 검열'이라는 주제로 발표 중인 마갈리 에레라 씨 – 출처 : 통신원 촬영>

2부의 첫 번째 발표자 파울라 로드리게스는 오늘날의 한류와 조선 시대 역사가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그 관련성을 설명하는 한편, 두 번째 발표자 이반나 프레이만은 한국의 차문화에 대해서 최근 증폭되고 있는 국내 사람들의 관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 번째 발표자 마갈리 에레라는 한류 문화산업 내의 검열에 대한 이슈를 다뤘는데, 방송에 나가기 전에 거치는 노래 가사, 방송콘텐츠, 춤 등에 대한 심의 검사는 물론,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생활 침해와 통제에 대한 실태도 분석했다. 특히, 한국 젊은 아이돌 가수들의 잇따른 자살 사고에 대해서는 참가자들과 함께 토론하며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2년 전 샤이니 멤버 김종현 씨의 자살에 대해서 오피니언을 쓰기도 했다면서, 경쟁 사회 한국의 산업화 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아이돌 연예인이 겪을 스트레스,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러한 문제의 요인이기도 하다고 얘기했다. 그녀는 이들은 어느 순간 자기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우울증을 겪게 되는 것으로 추측했다.
한편 다른 참가자는 '한국사회의 도덕적 기준, 개인의 성취와 인생관은 아르헨티나의 기준과는 굉장히 다르다'며, '쉽게 우리 라틴아메리카, 아르헨티나 사회에서의 경험과 눈을 가지고 바라보는데, 사실 이런 예민한 문제, 특히 검열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서의 문제 인식은 당연히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한국의 방송심의 기준에 대해서 코멘트하며 이의 긍정적이 목적이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완다 로메로가 방탄소년단의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마지막 발표자 완다 로메로는 '한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주제를 다뤘는데, 방탄소년단은 물론 많은 아이돌 그룹이 청소년 왕따 문제, 환경 문제 등의 사회적 이슈에서 직접 캠페인에 참여하고 홍보하는 것이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에 대해서 분석했다. 그녀는 실제로 유니세프가 주관하는 'Smile for U' 프로젝트에서 방탄소년단이 참여해 학교폭력방지 모금 등을 통해 아르헨티나 팬들까지 현지에서 관련된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취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진행된 자선 모금 활동, 환경보호기금 모금에서도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한류가 문화 소비현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까지 긍정적인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류 문화산업의 문제는 있지만, 방탄소년단이 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는 '창조성은 행복에서 온다'는 회사의 기본 방침을 공식적으로 여러 번 언급했으며, 그 대표적인 예를 최근 방탄소년단의 휴가 공지로 꼽았다. 이렇게 휴가 공지를 하는 것이 이례적이었지만, 오히려 한국의 문화산업이 365일 쉼 없이 돌아가는 사이클로 버거운 일정에 시달리는 연예계에서 모범사례가 된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예술가로서 이번 학회에서의 정보가 평소에 접하기 힘든 한류의 여러 가지 얼굴, 문제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본인의 연구를 계속해 나갈 동기를 얻어 간다고 이야기했다.
학회를 마치며, 이번 학회를 기획하고 진행한 마리아 델 바예 게레로(Maria del valle Guerra) 교수는 이번 학회 주제가 다양해서 매우 좋았고. 계속해서 중간에 질문이 많아서 대화형식으로 진행되어서 매우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 참고자료
《한국경제》 (2019.04.25.) <[TEN PHOTO]이민호 소집해제 축하하는 아르헨티나 팬들>,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19042521584

	

통신원 정보

성명 :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약력 : 현)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