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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동규, 호치민에서 클래식 한류 선보여

2020-01-2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연 관람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뮤지컬, 연극, 오페라, 클래식 등 한국에서는 다양한 공연 문화를 관람하고 즐길 수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한국만큼의 양질의 문화 공연을 관람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베트남에서 문화 공연 관람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호치민시 시내 1군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하겠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생활 경험으로 한국형 공연 문화에 익숙한 사람은 베트남에서 공연을 관람할 때 갈증을 느끼기 마련이다. 물론 연 1~2회 정도 유명 공연이 초청돼 현지 관객들에게 무대를 선사할 때도 있지만 빈도수는 낮기도 하고, 다채로운 공연 관람은 여전히 어려워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만큼 베트남에서 양질의 공연은 단비와 같은 존재다.
이러한 갈증은 2020년 새해 첫 베트남에서의 신년 음악회로 해소됐다. 벅찬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 주인공은 바리톤 성악가 김동규였다. 지난 1월 6일 저녁 7시, 베트남 호치민시국립음악대학교 뮤직홀에서는 ‘베트남 한인 메세나(MECENAT) 신년 음악회’가 열렸다. 무대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오희진 등 유명 성악가들이 베트남의 전통악기(단보우) 연주자들과 협동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신년 음악회는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즈》가 베트남한인메세나협회(VKMA)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였다.
‘메세나’란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총칭한다. 협회의 이름이 암시하듯, 베트남한인메세나협회는 사회공헌적 성격을 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 사회에서 다수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대다수는 경제적 지원과 의료지원이 차지하는 반면, 동 협회는 문화예술 분야 지원의 일환으로 이번 신년음악회를 기획해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공연이 열린 호치민시국립음악대학교 뮤직홀은 호치민 시내 1군 소재 오페라하우스에 더불어 문화 공연이 열리는 대표 장소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과 유사하게 기능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건립된 뮤직홀은 지금도 특별한 마이크 시설 없이 전 객석에서 똑같은 음향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우수성을 자랑한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손꼽히는 문화공연장이다. 수준 높은 공연 소식의 입소문 때문인지 객석은 거의 빈자리 없이 관객들로 가득 찼다. 한국 교민들이 많았지만, 약 40% 정도는 베트남 관객들이었다. 김동규 성악가는 한국에서 무대 공연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여 현지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은 한국 성악가 중 한 명이다.

<호치민 국립음대 뮤직홀 내부. 별도의 음향장비가 없이도 전 좌석에서 동일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출처 : Oivietnam>

약 세 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은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래와 연주에 심취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아쉬운 마음에 입을 모아 앙코르를 외쳤다. ‘언제 다시 이런 멋진 무대를 관람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과 ‘감동 어린 이 무대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미련이 남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관객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가려진 커튼 사이로 김동규 성악가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은 모두 환호했다. 무대 위 김동규 성악가는 오늘 공연을 위해 준비해 온 곡은 모두 선보여 새로운 곡이 없다면서 관객들이 괜찮다면 오늘 공연을 함께 해 준 호치민시 오케스트라와 같이 자신이 지휘를 하며 연주곡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순간 무대에는 적막이 흐르다 박수 소리와 환호가 이어졌다.
순간 적막이 흐른 이유는 ‘성악가가 지휘를 한다고?’란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휘를 할 수는 있지만, 지휘자가 지휘봉을 먼저 건네기 전 다른 누군가가 지휘봉을 건네 달라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공연에서 지휘를 맡은 지휘자는 응우옌 땃 탄 예술대학교 음대 교수이자 부총장이다. 아직 권위 의식이 많이 남아있는 베트남 클래식 음악계에선 쉽게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휘자도 관객들의 염원과 김동규 성악가의 카리스마에 어쩔 수 없이 지휘봉을 김동규 성악가에게 건네주었다.

<바리톤 김동규는 앙코르 무대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 출처 : 한국일보>

지휘봉을 건네받은 김동규 성악가는 지휘자에게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한 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눈빛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오케스트라 모든 단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하였다. 연주한 곡은 김동규 성악가가 무대에서 들려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였다. 같은 곡과 같은 오케스트라였지만, 분명 관객이 듣기에는 달랐다. 더 파워풀하며 섬세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김동규 성악가는 한국에서 지휘자로도 활동을 한다고 한다.
앙코르 무대가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선사해 준 성악가들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예의의 표시이기도 했다. 공연장을 찾은 일부 베트남 관객들은 공연을 관람하는 동안 ‘쩌여이(troi oi)’라고 지속적으로 말했다. 이는 베트남어로 놀람과 아쉬움 등을 표현하는 감탄사다. 2020년에는 베트남 클래식 음악계에도 한류 열풍이 일어나기를 기도해본다.
	
※ 참고자료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67904&cid=43667&categoryId=43667
《한국일보》 (20. 1. 9.) <[짜오! 베트남] “지휘봉 잡은 바리톤 김동규, 클래식의 박항서 같았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469&aid=0000455831

통신원 정보

성명 : 천석경[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베트남/호치민 통신원]
약력 : 전)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교사 호치민시토요한글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