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상품에 관한 최신정보 및 전문가리뷰를 제공하는 스위스 온라인 플랫폼 《아웃나우(OutNow)》는 최근 한국 드라마 여러 편을 소개했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한 한국 드라마 여섯 편 중 2편의 리뷰를 소개했는데, 그 접근 방식이 흥미롭다. 이는 단순히 볼만한 드라마를 추천하는 리뷰가 아닌,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사회와 그 문화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베가본드'를 다룬 나우플팻폼 캡쳐 - 이미지 출처 : 아웃나우>
혼합된 장르가 주는 재미 한국 드라마 및 영화의 첫 번째 특징으로 소개된 것은 하나의 작품에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아웃나우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개별 장르로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다양한 장르가 서로 섞이고 스릴러에도 유머나 로맨스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한국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드라마 장르가 크게 범죄스릴러와 로맨스코미디로 분류되는 점도 서구와 사뭇 다르다. 서구의 분류방식과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편의 리뷰는 총 여섯 편의 한국 드라마를 크게 범죄스릴러와 로맨스코미디 두 장르로 분류해 소개했다. 스릴러·액션 속 한국 사회 및 문화 해당 범주에서 다루어진 드라마는 <배가본드>, <모두의 거짓말>, <보이스>다. 각 드라마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소개한 후, 작품 속 특정한 설정이나 내러티브가 한국 사회의 사실적 면을 반영하고 있음을 짚어준 부분이 흥미롭다. <배가본드>의 경우 다수의 학생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는 설정이 시청자로 하여금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모두의 거짓말>은 여성 캐릭터가 정치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부분에 대해 서술하며 해당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정치 및 경제 분야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져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목격된다며 언급했다. 이러한 분석이 흥미로운 이유는 리뷰에서 언급되는 한국 사회가 '현재' 한국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스위스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 정도의 깊이로 분석되고 있는 이 상황은 분명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 상을 수상한 덕분일 것이다. <기생충>에 담긴 지극히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한국사회의 모습은, 지금까지 스위스 언론에서 한국을 다룰 때면 늘 소환되던 '예의 바른', '수직적인', '가족중심의'와 같은 형용사를 밀어냈다. 그 자리로 세월호 사고나 정경 유착과 같은 동시대 한국 내 이슈들이 문화 분석의 레퍼런스로 다뤄졌다. 이 동시대성이야말로 스위스에 한국문화가 소개됨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라 생각한다. 한국, 나아가 아시아를 문화적으로 소비하는 데에 있어 스위스를 비롯한 서구의 익숙한 시각 –오리엔탈리즘에 기반을 둔 시선들, 이를테면 '신비한', '이국적인'- 은 아시아의 시간적, 공간적 ‘다름'을 강력한 매력의 요소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문화가 이렇듯 단편적으로 이해되는 것을 넘어 생동하고 변화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이 리뷰에서와 같이 문화 상품에 반영된 '오늘의 한국'을 인식하려는 시도와 더불어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대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필수적이다. 로맨틱·코미디 속 한국 사회 및 문화 본 리뷰는 한국사회에서 로맨스가 재현되는 방식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정열적이고 이상적인 사랑이라는 서구의 로맨스 개념이 한국 사회에서는 제한적으로 표현된다. 현실에서의 로맨스 관계는 보다 실용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관계는 천천히 장기적으로 형성되고, 종종 친구 관계에서 출발한다. 사랑은 무엇보다도 호의, 신뢰 그리고 함께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 로맨틱코미디물에서 성적인 묘사는커녕 키스신 마저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는 것이라 덧붙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랑의 불시착>, <인간수업>, <하이바이 마마>에서 보이는 관계의 특성이 소개된다. 공통적으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사회적 또는 직업적 면에서 높은 전문성과 성숙함을 보여주지만 로맨스 관계에서 만큼은 머뭇거리고 수줍어하며 귀여운 인물로 묘사된다는 것이다. 이 리뷰가 반가운 것은 한국 드라마에서 재현되는 이 로맨틱 관계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전달하기 때문이다. 성적인 관계를 기초로 한 '본격적인 어른의 연애'를 담아내는 것이 주 목적인 서구의 로맨스 드라마/영화에 비해 관계의 설렘, 수줍음, 애타는 마음, 머뭇거림 등이 서사를 이끄는 힘이 되는 한국 드라마/영화는 종종 유치하거나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것으로 평가받곤 했다. 이러한 평가적 잣대에서 벗어나 한국 로맨틱 드라마의 작법을 고유한 것으로 보도한 데에서부터 의미 있는 비평이 출발할 수 있기에 이 리뷰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 참고자료 https://outnow.ch/News/2020/04/20/Suedkoreanische-Serien-auf-Netflix https://outnow.ch/News/2020/05/08/Suedkoreanische-Serien-auf-Netflix-Teil-2-Romantik-auf-Koreanisch
성명 : 김진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취리히 통신원] e-mail :zurich2020@kofice.or.kr 약력 : 前 EBS 피디, 독립다큐멘터리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