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선남선녀, 윤세리와 이정혁 – 출처 : 가디언>
최근 한국영화 관련 보도들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K-드라마 리뷰가 영국 유력 일간지들에 이전에 비해 비교적 자주 게재되어 영국 봉쇄로 줄어든 영화 소비를 드라마가 대체하고 있는지, 아니면 K-드라마들이 그 자체로 영국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텔레그라프》는 지난 5월 25일 자 보도에서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Doctor Foster)>를 각색한 대한민국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한국사회에서 급속하게 증가하는 외도 비율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부부의 세계> 관련 상세한 리포트는 5월 17일 자 통신원 리포트 참조). 《텔레그라프》는 간통법이 폐지된 지 5년이 지난 현재, 결혼한 한국인 남성 인구의 41.3%, 여성의 24.4%가 외도의 경험이 있다는 《조선일보》의 통계를 인용했다. 이는 2015년 법 개혁이 이루어진 6개월 후 진행된 통계조사와 비교해 볼 때 남성들의 비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여성들의 경우 단지 10.8%가 남편 외의 남성들과 사귄 적이 있다는 통계에 비해 급속도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부부의 세계>의 마지막 편은 전국에 걸쳐 28%의 시청률을 보여 케이블 프로그램 역사상 신기록을 세웠다고 이 보도는 전하고 있다. <내 뒤에 테리우스(영문명: My Secret Terrius)> 또한 영국 《데일리 엑스프레스》가 지난 4월 1일 리뷰를 내보낸 주목받은 K-드라마에 해당된다. 이 보도는 <내 뒤에 테리우스>를 코로나19의 감염경로를 추적하는 과정, 그와 관련된 한국의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와 문화적 단상을 보여준다며 호평했다.
<바이러스 경로 추적에 탁월한 한국의 디지털 문화를 보여준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 출처 : 데일리 익스프레스>
한편, 《가디언》지는 지난 5월 11일 월요일 자 보도에서 현재 영국과 호주 등,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비교적 상세하게 평론했다. 동 기사는 '예측을 불허하는 폭풍, 패러글라이딩 사고, 남북 분단을 넘나드는 사랑-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어 “흥행에 성공한 TV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하게 되어 김정은을 위해 근무하는 기사도를 갖춘 북한 장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성 재벌 상속자에 관한 환상적인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가디언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감동과 오락 부문에서 모두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 출처 : 가디언>
기사를 작성한 조 워커(Jo Walker)는 '당신은 코로나19 사태가 유발한 봉쇄 기간을 누구랑 함께 보냈나요? 나는 믿기 어려울 만큼 환상적인 낭만적인 장면들 속에서 환상적으로 잘생긴 한국인들과 함께 나 자신과 보냈어요'라고 첫 문장을 시작했다. 이어 “<사랑의 불시착>은 남북 분단을 넘어서는 사랑과 우정, 뷰티 상품들에 관한 이야기로, 중독적일 만큼 통념을 깨며, 마음을 뒤흔드는 재치있는 드라마”라 평가했다. 그런데 영어 자막을 달고 오로지 한국어로만 방영되기 때문에 전적인 집중을 요구한다는 지적도 있지 않고 있다. 또 “드라마를 보는 동안 만큼은 핸드폰에 뜨는 끔찍한 뉴스들을 체크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만세!”라고도 적고 있다. 주지하듯이 손예진이 맡은 윤세리는 백만 장자의 화장품 사업 기업가이자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갖춘 패러 글라이더이다. 배우 현빈이 역할을 맡은 북한 장교 이정혁은 그녀를 구조하여 자신의 집에 기거하게 하고 대한민국으로 안전하게 귀환시킨다. 처음에는 비호감이었지만 서로의 비극적인 사연을 듣게 되며 사랑을 싹틔우게 되고, 일단은 남북한으로 헤어지게 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과연 운명과 지정학적 상황은 이후 그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해줄까? 이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주는 상당 부분이 코미디와 파토스, 연인들에게 한 사발의 라면을 끓여주며 가끔 위로를 해주는 조연배우들에게 있다고 조 워커는 이정혁 장교의 충성심 깊고 사랑스러운 군인들을 칭송하고 있다. 그들은 악마의 소굴인 자본주의 사회 서울까지 대장을 구하기 위해 그를 쫓아가는 것이다. 또한 이정혁이 사는 북한 동네 주민들 또한 이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사랑의 불시착>의 북한 묘사는 대분분 상당히 도덕적이라는 것이 이 리뷰의 골자이기도 하다. 사과를 따는 동네 사람들은 가끔 촌스럽긴 하지만, 전혀 무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다지 세뇌당한 편도 아니다. 북한 생활의 냉혹한 면들(궁핍함과 정전, 일당 독재) 또한 섬세하게 잘 묘사되었다. 국가 안전의 문제가 제기되면 몇몇 더 암울한 면을 보게 되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분단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의 공유, 한국적인 것의 공유에 주안점이 주어져 있다. 그리고 이는 참으로 감동적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점은 차치하고, 하고 그저 흥분되는 모험적인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이 드라마를 보라, 또는 남북한 출신 남녀 주인공의 개인사를 생각하지 말고 그저 웃고 울고 화면을 향해 소리치는 사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이 드라마를 보라고 《가디언》지는 <사랑의 불시착>을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 참고자료 《The Guardian》 (20. 5. 18.) , https://www.theguardian.com/culture/2020/may/11/crash-landing-on-you-parachute-into-this-addictively-romantic-south-korean-soap-opera
성명 : 이현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약력 : 현)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