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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동향
2025년 제5호
영국
[영국] Google과 OpenAI, 영국 TDM 예외에 옵트아웃 모델 도입하는 데 반대 입장 밝혀(이일호)
1. 개요
영국 정부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을 촉진할 목적으로 AI 학습을 위한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ext and Data Mining: TDM)이 저작권자의 명시적 허락 없이도 가능하도록 기존 TDM 예외 규정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음. ‘옵트아웃(opt-out)’으로도 불리는, 저작권자의 반대 의사가 없다면 저작물이 AI 학습에 이용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현재 추진되는 정책의 핵심임.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 변화가 창작자 권리 보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출판·문화계는 물론, 일부 기술기업에서도 비판을 제기하고 있음
현재 영국의 ‘저작권, 디자인 및 특허법(Copyright, Designs and Patents Act 1988: CDPA)’ ‘제29조의A’는 비상업적 연구 목적에 한해, 합법적으로 접근가능한 저작물에 대한 TDM을 허락하고 있음. 그러나 이 예외는 상업적 목적의 TDM이나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에는 적용되지 않음.
이에 2022년 영국 지식재산청(Intellectual Property Office: IPO)은 AI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상업적 목적의 TDM까지 허용하는 새로운 예외규정을 제안했음. 이 제안은 저작권자에게 ‘옵트아웃’이라는 선택지를 부여하지 않고, TDM에 모든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었음. 그러나 이 제안은 권리자와 창작 산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영국 의회마저 TDM 예외의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결국 2023년 초 철회되었음.
이에 영국 정부는 EU의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Directive (EU) 2019/790) 제4조를 참고하여, 저작권자가 명시적으로 유보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TDM을 허용하는 ‘옵트아웃’ 모델을 제안하기에 이름. 2024년 12월 제안된 이 모델은 상업적 목적의 TDM을 포함하며 저작권자가 기계판독 가능한 방식으로 이용을 금지하는 경우에만 TDM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정함. 한편 영국 정부의 제안에는 투명성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IPO는 AI 개발사가 옵트아웃된 저작물이 이용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체계에 대해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음.
2. 각계의 반응
1) 권리자의 입장
당연하게도 영국의 권리자들은 TDM 예외규정의 확대에 강하게 반대함. 예를 들어 영국 출판사 협회(Publishers Association), 음악출판사협회(Music Publishers Association), 독립음악가회(Independent Society of Musicians) 및 음악계 글로벌 빅3, 즉 소니, 유니버설 및 워너, 더 나아가 데일리 메일을 비롯한 언론사들은 TDM 예외 확대가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기존의 라이선스 모델과 이를 통한 사용료 분배체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함. 이들은 정부가 기존의 라이선스 모델을 유지하고, 창작자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AI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임. 또 Damon Albarn, Kate Bush, Annie Lennox 등은 2025년 2월 소음만을 담은 이른바 “silent album”을 발매하여 AI 개발사들의 무단 훈련과 영국 정부의 행보에 항의하기도 했음. Paul McCartney, Ben Stiller 등도 해당 제안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영국 정부에 보냈음.
2) AI 회사들의 입장
(1) 도입
영국 정부의 계획은 분명히 AI를 개발하거나 여기에 투자하는 회사가 보다 쉽게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하는 것임.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Google과 OpenAI를 비롯한 기술기업들은 잇따라 우려를 표명하고 있음. 특히 구글은 “We believe training on the open web must be free”, 즉 우리는 개방된 웹에서의 학습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이는 다른 개발사의 입장이기도 한 것으로 보임.
(2) 옵트아웃의 현실적·기술적 구현 문제
기술기업, 특히 OpenAI는 옵트아웃 모델에 대해 여러 우려를 드러냈는데, 우선 옵트아웃 모델이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실무적으로는 일관되게 구현하기 어렵다”고 주장함.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조 개의 웹페이지 각각에 대해 TDM 허용 여부를 식별하고 분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임.
특히 OpenAI는 robots.txt 파일이나 저작권 메타데이터를 기계가 정확히 읽고 존중하게 만드는 기술적 표준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으며, 옵트아웃을 악용하는 문제나 옵트아웃된 것인지 몰라 이용할 수 없는 문제 역시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함. 다만 Google과 OpenAI는 robots.txt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후술함.
(3) 투명성의 요구
앞서 본 바와 같이 영국 정부는 다소 완화된 형태로 옵트아웃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할 것으로 보임. 이에 대해 Google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모델의 특성상 모든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추적하고 기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우려했음. 또 학습 데이터의 상세한 공개는 기업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셋 구성과 전략을 노출시킬 수 있는데,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주장했음. 더 나아가 AI 회사들은 투명성 의무의 범위와 적용범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개발사들은 법적 리스크를 우려하게 되고, 이는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함.
(4) 기술적 수단을 통한 문제해결 가능성
더 나아가 Google은 기술적 수단, 즉 robots.txt나 페이월(paywall)을 통해 기술적으로도 AI 학습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입장임. 즉, 권리자가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한다면, 법적 수단 없이도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임. 다만 Google의 이런 입장은 앞서 본 OpenAI의 입장과는 다름. 즉, OpenAI는 robots.txt에 대한 글로벌 표준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보았는데, 이는 AI 개발사 사이에서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줌. 더욱이 OpenAI는 뉴욕타임스와의 소송에서 페이월을 우회하여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Google과 입장이 다를 것이라 예상됨.
3. 결론 및 시사점
OpenAI는 영국 정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함.
“인공지능 인프라에 대한 혁신과 투자는 기술 연구 및 개발을 명확히 지원하는 법적 환경이 마련된 관할권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영국은 다른 관할권과 차별화되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구축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는 AI 관련 산업에서 줄곧 강조해 온 바라고 할 수 있음. 어떤 국가에서 AI 모델 학습으로 저작권 침해가 우려된다면, AI 개발사는 해당 국가로의 진출을 꺼릴 것이 분명함.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저작권 제도만 갖추어진다고 해서 AI 개발사가 해당 국가에 진출하여 유의미한 투자를 하고, 이로써 산업적 인프라가 확충될 것이라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됨. 우리가 미국, 독일 등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또 저작권 문제가 불확실한 미국에서 AI 모델 학습이 위축되지 않는 것처럼 “제도를 바꾸면 진출할 수도 있다”는 말이 크게 와닿지는 않음.
국가 입장에서도 AI 산업과 창작산업의 보호 중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인데, 구체적인 청사진이나 로드맵 없이 제도부터 설계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