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우보영.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드라마와 동명의 책을 들고 있다.>
최근 카자흐스탄 방송 《HIT TV》에서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카자흐어: Ұмыт болған поэзия)>가 방영 중이다. 드라마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 4시 30분에 카자흐스탄 더빙판으로 방영된다. 동 드라마는 한국에서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16부작으로 《tvN》에서 방영됐다. 기존 병원 드라마에와는 달리, 의사가 아닌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실습생들이 등장하며,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모든 회차에서 시구가 인용된다. 작품은 시인을 꿈꿨지만 물리치료사의 길을 선택한 우보영(이유비 배우), 감성은 부족하지만 현실적인 예재욱(이준혁 배우), 가족 모두 잘 나가는 의사이지만 본인은 낮은 성적으로 물리치료과에 들어온 철없는 실습생이자 우보영의 대학 동기 신민호(장동윤 배우)의 병원 생활과 러브스토리를 다룬다.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현지 방송국 ‘Hit TV’에서 월, 금요일 오후 4시 30분에 방영 중이다.>
병원 내에는 의사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고, 환자의 건강과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쓴다. 드라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각 등장인물들은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기도 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물리치료사로 일한다. 특히 주인공 보영은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시인으로 살기에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취업이 보장되는 보건대학교 물리치료과에 진학한다. 꿈은 꿈 속에서 꾸는 것으로 만족하고, 현실적인 직업을 선택한다. 하지만 시에 대한 사랑은 포기하지 않는다. 시를 꾸준히 쓰고, 읽으며 동시에 환자들에게도 위로를 건낸다. 재활이 어려운 부상으로 실의에 빠진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돕기도 하고 모든 환자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차가웠다. 동료들은 본인이 해야 할 일도 보영에게 떠넘기고, 후배들은 그녀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잘 따르지 않는다. 보영은 근무를 마치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들어가면 여전히 일하는 느낌을 받는다. 물리치료사 선배와 한방을 쓰는 그녀는 휴식을 취해야 하는 공간에서마저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 선배 동료는 집에서도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정규직 전환을 바라며 오랫동안 버티는 그녀에게 시는 여전히 위로를 준다.
<우보영과 예재욱>
그러던 보영의 일상에 전환점이 생긴다. 대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민호가 실습생으로 들어온 것. 민호가 대학생 시절 시집을 읽는 보영이 멋져 보인다고 한 마디 한 이후, 보영은 짝사랑을 시작했다. 이후 우보영은 여러 차례 시를 쓴 쪽지를 건네며 호감을 표시하지만 신민호는 거절했다. 이후 병원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관계의 진전을 보인다. 그러던 중 초고스펙의 물리치료사 재욱이 등장한다. 감정과 감성을 찾아볼 수 없을 듯하게 차갑지만, 보영은 계약직으로 2년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은 자신을 유일하게 ‘팩트’ 자체로 인정해 준 재욱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렇게 드라마는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드라마에서는 계약직 사원이 겪는 차별과 고충이 드러난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코믹하고도 사랑 이야기가 작품의 주요 스토리라인인 여느 한국 드라마와 비슷하지만, 비정규직 사례처럼 한국 사회가 겪는 이면을 보여준다.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때로는 시구를 적은 쪽지로 위로를 건네 친절사원으로 뽑힌 보영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친절사원 선정을 취소당하기도 하고, 동료들에게도 무시 받기 일쑤였다. 또 과거 풍족하게 살았지만 아버지의 빚 보증으로 한순간에 몰락한 실습생 김남우도 5년 전 함께 아르바이트로 생계와 학업을 이어나가며 서로를 위로했지만, 생계의 현실 때문에 헤어져야만 했던 연인과의 관계를 또 다시 포기해야 하는 등, 드라마는 가난한 청춘이 생계 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친숙하지만 그동안 한류 콘텐츠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물리치료사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한편, 한국의 문학도 함께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카자흐스탄에는 주인공 보영처럼 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여성이 많고, 여성 작가와 시인이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문학의 매력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는 차별점을 지닌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카자흐스탄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 사진 출처: 《Hit TV》 페이스북 페이지, facebook.com/hittvkz
성명 : 아카쒸 다스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카자흐스탄/누르술탄 통신원] 약력 : 현) 카자흐스탄 신문사 해외부 한국 담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