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란뿐 아니라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란은 학기 말 시험, 논문 심사를 치러야 하는 대학생들을 제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일찍부터 방학을 맞이하였다. 온라인 학습으로 학교생활을 하던 학생들이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란에서도 여행이나 야외 모임들이 많이 축소되었고, 식당과 커피숍 등 실내 모임에서도 사람들이 모이기를 꺼리고 있다. 학생들과 가족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기 마련인데, TV 시청률이 자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이란 국영방송사 《타마샤 TV(Tamasha TV)》에서는 이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실제로 인기가 많았던 한국드라마 <주몽>을 재방영하고 있는데,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어 다시 한번 <주몽>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타마샤 TV》에서 4월 말부터 방영이 다시 시작된 <주몽>은 매일 오후 7시 송출된다. 다음 날 오전 11시에 방영되는 재방송도 반응이 좋다. 대하 드라마 <주몽>은 《MBC》 방송에서 2006년 5월부터 2007년 3월까지 81부작으로 11개월 동안 방영된 작품이다. <주몽>은 한국 방영 당시도 시청률이 거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화제의 드라마였다. <주몽>은 고구려 주몽 신화에 나오는 시조왕의 이름으로, 드라마 <주몽>은 고조선과 부여를 비롯하여 고구려사를 중점적으로 다룬 최초의 사극 드라마이다. 고구려는 역사상 한국 민족이 세계의 중심이었을 정도로 중국과 맞섰던 가장 빛난 역사를 갖고 있다. <주몽> 드라마가 끝난 후에 고구려를 비롯한 역사 드라마의 붐이 일었다. <주몽>은 역사적 요소뿐만 아니라 판타지 요소가 많이 들어간 사극 드라마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드라마로 이름을 남겼. 특히 여주인공 소서노를 비롯한 여성들의 진취적 기상이 높게 빛나고 있는 점이 다른 역사 드라마와 달랐다.
< 이란에서 재방영 중인 ‘주몽’은 본방송뿐 아니라 재방송 역시 시청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 : 타마샤 TV >
처음 <주몽>이 2008년 12월, 이란 국영 TV를 통해 방영됐을 당시, 인기가 높아지면서 방영시간에는 테헤란의 거리가 한산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 시간대에는 모임을 갖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큰 화제였다. 이란 정부가 발표한 공식적인 시청률에 따르면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던 2009년에는 60%를 돌파했고, 최고 시청률은 80%를 넘겼다. 그만큼 <주몽>은 2000년대 후반 이란 전역의 ‘국민 드라마’였다. 한편,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대부분의 드라마는 여성들의 시청률이 남성들의 시청률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란에서 <주몽> 드라마가 방영될 때에는 특히, 남성들의 시청률이 높아서 <주몽>이 방영되는 날에는 귀가 시간이 빨라졌고 밖에서 약속을 잡지 않을 정도였다. <주몽>이 이란에 방영되고 나서는 2006년부터 2007년에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에 이어서 이란에 한류 열풍이 일어나는 가장 확실한 계기가 되었다. 한국의 대하 드라마인 <주몽>과 <대장금>은 이슬람권인 중동에서도 한류가 뿌리내리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란에서는 <주몽>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이란 LG 전자 모델로 송일국 배우가 캐스팅되기도 했다. 2009년 8월, 이란 LG 전자는 <주몽>의 주인공 송일국 씨를 초청했을 당시, 공항에서부터 국민배우로서 남다른 환영과 대우를 받았다. 아직도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이란인들이 많다. 대부분의 이란 사람들은 한국 남자를 보면 <주몽>을 연상하며, 한국 여자들을 보면 <대장금>을 떠올린다고 말할 정도이니,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란에서는 <주몽>을 벌써 몇 번이나 보았다는 사람들도 많고, 볼수록 더 재미있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란 국영 TV를 통하여 이번에 재방영되는 <주몽>을 통해서 이란 사람들이 한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히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란에서 10년이 넘어서도 외국 드라마가, 그것도 한 드라마가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사례는 드물다. 꾸준히 ‘주몽’을 사랑하는 이란 사람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이란 사회 곳곳은 어려움에 처했다. 또 국가적으로도 양국의 물리적 교류가 급감한 현 시점, 이처럼 콘텐츠를 통한 교류의 역할, 그리고 그 중요성은 점점 확대될 듯하다.
성명 : 김남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란/테헤란 통신원] 약력 : 전) 테헤란세종학당 학당장, 테헤란한글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