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음식'을 검색하면 한국 식당 몇 곳과 한국 슈퍼 안내가 검색 결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남아공에서의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아직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 남아공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의 한 요리학교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한식 강좌가 열린다는 소식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방문해봤다. 스테인즈 요리학교(Steyns Culinary School)는 요리사 양성 전문 요리학교로, 디플로마(학위)를 따는 1년 과정과 전문 요리사(chef) 자격증을 따는 3년 과정으로 나뉜다. 학위 과정과 별도로 이 학교는 2주에 한 번씩 일반인을 대상으로 세계 각 나라의 음식을 요리하는 일일 쿠킹클래스를 열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쿠킹클래스 준비를 돕는 이 학교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음식과 조리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스테인즈 요리학교의 한식강좌 홍보 포스터 - 출처: 스테인스 요리학교 페이스북(@@steynsculinaryschool)>
《이날 수업은 학교 주임이자 요리사인 니나(Nina) 씨가 진행하였는데, 통신원은 미리 도착하여 니나 씨와 사전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한국 음식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는 질문에 자신의 남편과 시동생이 한국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오래 거주하였고 한국음식을 좋아해서 김치도 이제 손수 담궈 본다고 한다. 한국 음식의 매운맛은 다른 나라 요리의 매운맛과 매우 다르다며, 그 독특한 맛을 좋아하는데, 특히 최근 남아공 사람들의 발효음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한식의 독특한 발효음식은 더 인기를 끌 수 있을 거라 한다. 다만 한국 식당이 남아공 대도시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고, 종종 중국음식과 동일하다고 여겨진다면서 한식에 대한 홍보를 부탁하였다. 특히 남아공 사람들은 낯선 문화와 음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으로, 일반인이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 이 날 수업에서 만들 한식 메뉴는 김치, 불고기, 김밥, 나물과 같은 밑반찬, 녹차 케이크였다. 짧은 시간에 만들 음식이 너무 많은 것 같지만 학교 학생들이 절인 배추를 포함해서 재료를 이미 다 준비해놓았고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주방을 가보니 1학년 학생 네댓 명이 김밥 재료와 불고기 감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니나와 학생들을 인터뷰하는 사이 한식강좌를 신청한 참가자들이 도착하였다. 바로 요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야외 정원에 멋들어지게 차려진 테이블에서 칵테일과 전채(이날은 만두가 나왔다)를 먹으며 참가자들끼리 인사와 담소를 나누고 오늘의 요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날 참가한 사람들은 노부부, 모녀지간 등 가족끼리 참가를 많이 했는데 한국음식을 모르지만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이벤트로 참가한 가족이 많았다. 통신원이 생각한 한국의 요리강좌와 달리 소셜 모임에 가까운 시간이었고 레시피뿐 아니라 음식과 문화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야기가 오가는 시간이었다. 음식을 다 만든 후에는 야외 조명이 켜진 이곳으로 자신이 만든 음식을 갖고 와 특별한 저녁을 즐긴다고 한다.
<테이블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에게 질문하는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요리시간이 되어 주방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각자 준비해 온 와인을 마시며 요리를 시작했다. 첫 요리는 김치였다. 절인 배추에 준비된 속 재료를 버무려 넣는 비교적 간단한 체험이었지만 낯선 재료와 요리에 대한 관심으로 통신원에게 김치와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김치 담그기 - 출처: 통신원 촬영>
최근 남아공에서 케이팝, 한국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한식도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 남아공의 대표적인 업마켓 종합몰인 울워쓰 슈퍼마켓에서는 '한국의 맛 바비큐 소스'를 판매하고 있고, 또 다른 거대 슈퍼마켓 체인인 스파에서는 한국 김, 라면, 스낵 등을 판매하고 있다. 남아공의 가장 큰 온라인 쇼핑몰인 테이크어랏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음식으로 불닭볶음면이 올라와 있다.
<남아공 최대 온라인 쇼핑몰 테이크어랏에서 ‘Korea’를 검색하면 나오는 상품 우선순위 - 출처: 테이크어랏 홈페이지>
남아공은 다양한 종족의 흑인 문화는 물론,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 다양한 유럽 문화와 '케이프말레이'라는 독특한 남아시아 영향을 받은 문화까지 수많은 문화권이 혼재된 국가이다. 지리적으로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러한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남아공에서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를 타고 한식 역시 남아공인들이 '오늘은 뭘 먹을까'의 답으로 떠오르는 친근한 음식이 되었으면 한다. ※ 참고자료 https://www.steynsculinaryschool.co.za/ https://www.takealot.com/
성명 : 윤서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남아프리카공화국/프리토리아 통신원] 약력 : 현) 주 남아공 문화홍보관 실무관 전) Africa Master Blockchain Company Marketing Manager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아프리카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