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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케이팝과 함께 정치적, 사회적 목소리를 내다

2021-05-1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케이팝이 다시 시작했다: SNS에서 콜롬비아 시위대의 목소리를 내는 데 사용된 케이팝’ 기사 – 출처 : 엘 디아리오

<‘케이팝이 다시 시작했다: SNS에서 콜롬비아 시위대의 목소리를 내는 데 사용된 케이팝’ 기사 – 출처 : 엘 디아리오>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가 나날이 더해가고 있다. 이제 ZARA, H&M 등의 현지 매장에서 케이팝이 흘러나오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케이팝이 주로 젊은 층에서 향유되는 문화이다 보니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팬층이 많다. 그래서 이들이 SNS 상에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때 적극적으로 케이팝을 사용한다.

작년 5월 반이민, 반동성애, 반 페미니즘의 스페인의 극우 정당 복스(VOX)의 트위터 계정에 이상한 현상이 포착되었는데, 공식 계정이 트윗 한 개를 올리면 여러 개의 케이팝 가수가 나오는 동영상이 답변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게시물은 뮤직비디오나 공연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고, 또 어떤 것들은 프랑코(스페인 독재자)나 복스 정당의 대표 산티아고 아바스캉의 사진이나 당 깃발 위에 케이팝 가수들이 춤을 추는 등이 편집 영상이기도 했다. ‘#아바스칼 왕자’, ‘#보이는 파시스트 팬캠에 찍히는 파시스트’ 등의 비판적인 해시태그들은 10시간 동안 스페인 트위터 계정에 천 개가 넘든 리트윗과 함께 트렌딩 토픽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페인에서 큰 화제가 된 이 사건은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케이팝 팬들이 반 파시스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계획한 것이었다. 이들은 스페인 대표 일간지 《엘 파이스(El país)》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팬캠이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사용되는 것을 보고, 스페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사는 팬캠이 팬이 좋아하는 그룹의 영상을 찍은 것이라는 점을 부연설명 했다. 기사는 이들 “케이폽퍼(Kpooer, 케이팝 팬들을 의미)들은 스페인 극우정당에 맞설 계정을 만들어 케이팝 아이돌의 동영상이나 노래로 극우정당을 희화화하는 인터넷 밈을 만들어 낸다”고도 설명했다.
스페인 극우정당을 비판하기 위해 케이팝으로 만든 인터넷 밈- 출처: 트위터 계정 @hoshiumworld

<스페인 극우정당을 비판하기 위해 케이팝으로 만든 인터넷 밈- 출처: 트위터 계정 @hoshiumworld>


스페인에서 케이팝은 그 자체로 진보의 상징이다. 역사적으로 지배당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익숙하고, 자신의 문화나 유럽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에서 아시아의 문화 케이팝은 문화의 다양성과 진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 디아리오(el diario)》는 최근 2주째 이어지고 있는 콜롬비아 시위에서 케이팝이 다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었다고 보도했다. 세제 개편으로 촉발한 이 시위는 콜롬비아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정부가 개편을 철회했음에도 코로나19로 더 심화 된 빈곤과 부정부패 해결, 교육과 의료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거리 시위만큼이나 활발히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곳이 바로 SNS이다. 시위의 시작부터 주로 젊은 여성들로 이루어진 콜롬비아 케이팝 팬들은 적극적으로 케이팝 동영상들과 함께 시위를 알리는 데 힘썼다. 이들 많은 트윗들이 시민들을 향한 경찰의 무력진압을 비판하며, 콜롭비아 정부가 시위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압박에 국제적인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정부 측에서 시위대의 폭력성을 주장하는 트윗을 올리면 케이팝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들의 노래와 안무 동영상을 올리며 정부 측의 트윗을 덮어버리는 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콜롬비아 트위트 트렌딩 토픽이 정치에서 케이팝으로 바뀌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트위터에서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라고 정의한 정부 측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이다.

기사는 “엄청난 팔로워 수를 보유한 케이팝 팬 계정들이 케이팝 소식을 전하는 것을 잠깐 내려놓고 다양한 언어로 콜롬비아 소식을 전 세계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케이팝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데 쓰이는 사례가 처음이 아님을 밝히며, 앞서 언급한 스페인 극우정당에 대항하여 일어났던, 케이팝을 이용한 인터넷상의 운동과 미국에서 일어났던 인종차별 사건에 대항하여 케이팝 팬들이 보여주었던 행동들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물론 정치와는 관련 없는 케이팝이 시위와 정치적인 운동에 이용되면서 문화 검열의 피해를 입는 사례도 종종 있지만,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케이팝이 비주류, 즉 일부 마니아의 문화가 아니라 이제 주류의 문화에서 다양성과 진보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언어’로 쓰인 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세계에서 강력한 팬덤을 생성하고 있는 케이팝이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의 범주에서 머물지 않고 정치계에도 영향을 행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 참고자료
https://www.eldiario.es/internacional/fans-pop-coreano-han-vuelto-boicotean-discurso-oficial-manifestantes-colombianos-redes_1_7917310.html
https://elpais.com/tecnologia/2020-06-03/por-que-fans-del-pop-coreano-invaden-las-cuentas-de-vox.html#comentarios

통신원 정보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