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언론분석] 말레이시아의 수도는 “마닐라”...예능도 기사화

2021-09-0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8월 22일 방송된 《SBS》 <런닝맨>에서는 말레이시아 수도 맞히기에서 다양한 오답을 말해 폭소를 안겼다. 특히 멤버 송지효는 당당하게 말레이시아의 수도가 마닐라라고 답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말레이시아의 수도명은 쿠알라룸푸르이며, 마닐라는 필리핀의 수도다. 현지 주요 언론인 《더스타》는 “‘말레이시아의 수도는 마닐라: 런닝맨 송지효가 말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송지효는 2017년 9월 쿠알라룸푸르에 왔던 적이 있는데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유쾌한 웃음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어 주요 언론인 《코스모》도 송지효의 실수에 대해 보도하면서 “송지효가 ‘무표정’으로 쿠알라룸푸르의 수도는 마닐라라고 오답을 말해 런닝맨 멤버들과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았다”고 전했다. 또한 말레이시아 네티즌은 “내가 마닐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지효는 어려운 질문을 받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며, “유명 프로그램에 말레이시아가 언급돼 자부심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말레이시아 수도가 등장해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 - 출처: '더스타'(좌), 'Hype'(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말레이시아 수도가 등장해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 - 출처: '더스타'(좌), 'Hype'(우)>

라이프스타일 언론인 《Hype》도 “말레이시아의 수도는 마닐라: 런닝맨 송지효의 대답에 팬들은 즐겁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Hype》는 “지난 5월 런닝맨의 멤버 이광수가 프로그램을 떠났지만 ‘런닝맨’은 여전히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다”며 “이번 방송에 말레이시아가 언급되면서 현지 팬들의 주목을 받았고, 런닝맨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웃겼던 회차였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팬들은 “다음 생일에는 ‘송지효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부터’”라고 써야겠다“ “쿠알라룸푸르에요 언니, 아이고 마닐라” “석진이 수도를 아는 것이 놀랍다” “당당한 지효의 모습이 너무 웃기다” 등 반응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수도 맞추기 장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 - 출처: 인스타그램(@songjihyointernational), 틱톡(@jwngk8)/'Hype'
말레이시아 수도 맞추기 장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 - 출처: 인스타그램(@songjihyointernational), 틱톡(@jwngk8)/'Hype'

<말레이시아 수도 맞추기 장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 - 출처: 인스타그램(@songjihyointernational), 틱톡(@jwngk8)/'Hype'>

한한령 5년 사이 주목할 만한 큰 변화는 표절과 도용의 대명사로만 생각했던 중국의 드라마 제작 능력이다. 예전에도 한국의 드라마가 그저 좋은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과장되고 도덕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주제의 드라마들은 잘 만들어지고 있는 한류라는 브랜드에 간혹 소금을 뿌렸다. 때로는 한국 드라마가 다 그런 것처럼 적지 않은 중국인에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중국의 드라마 전체 제작 수준이 한국과 많은 수준 차이를 보였고, 한국 배우들의 비주얼과 연기력은 많은 중국인들을 매료시켰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는 수도 맞히기 같은 문제가 단골로 등장한다. 이는 다른 국가의 수도를 아는 것이 하나의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고, 엉뚱한 오답을 말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기만으로 알 수 있는 수도 맞히기를 ‘상식’의 척도로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도 있어 왔다. 2019년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6자회담>에서 개그맨 김용만과 이경규는 “예능에서 국가의 수도나 국기를 맞히는 문제가 나오는데 이걸 꼭 외워야하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가수 김희철은 “아는 사람은 아는 것이고, 모르는 사람에게 멍청이라고 지적할 필요는 없는 일”이라며 동의했다.

국가 수도 맞히기 같은 문제는 본인의 생각과 말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학습내용을 암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고, 한국 예능 등 문화콘텐츠는 전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런닝맨>은 해외 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언어나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로 인기 범위를 확장했다. 한국 예능이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소비되는 만큼 한류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현지 언론에서도 기사화된다. 과거에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 속 섣부른 말이나 행동 하나가 무지의 소치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인종차별 및 외교 문제로도 번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타문화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한 것은 물론 여전히 차별과 혐오에 대한 낮은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MBC》는 2020 도쿄 올림픽 대회 생중계 장면에서 타문화에 대한 낮은 인식을 드러낸 것이 외신에 알려져 공분을 샀다. 특히 인도네시아 위치를 말레이시아에 잘못 표기하는 등 국제 사회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과거 한국 개그 프로그램은 흑인 분장을 하거나 일본인이나 중국인 특유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변하면서, 국가나 인종에 대한 비하로 읽힐 수 있는 개그는 지양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 국가를 거론하며 국기·수도를 틀리는 것을 웃음 소재로 삼는 것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한 상황이다. 만약 한국인이 좋아하는 할리우드 배우가 한국의 수도를 묻는 질문에 도쿄나 베이징이라고 답한다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언짢을 수 있다. 또한 해외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 연예인이 한국 수도를 제주나 부산이라고 말한다면, 한국팬들은 서운함을 토로할 것이다.

이번에 <런닝맨>에서 진행한 수도 맞히기가 해외에서 논란이 됐다고 말하긴 힘들다. 현지 언론과 SNS에는 재미있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예능 프로그램도 타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의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한류를 소비하는 수용자들의 문화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지에 대한 고민은 턱없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지금 한국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존재하며,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세계인과 만난다. 한류 수출에는 열을 내고 있지만, 이를 볼 세계인의 문화에는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 문화콘텐츠가 전 세계에 팬을 두고 있는 만큼, 타국인의 입장을 헤아리며 시야를 넓혀야만 할 것이다.

※ 참고자료
《The Star》 (21. 8. 24.) <'Capital of Malaysia is Manila': Song Ji-hyo says on 'Running Man'>, https://www.thestar.com.my/lifestyle/entertainment/2021/08/25/039capital-of-malaysia-is-manila039-song-ji-hyo-says-on-039running-man039
《Hype》 (21. 8. 24.) <“M’sia’s Capital Is Manila”: Fans LOL At Song Ji Hyo’s Answer In “Running Man”>, https://hype.my/2021/242657/msias-capital-is-manila-fans-lol-at-song-ji-hyos-answer-in-running-man/
《Kosmo》 (21. 8. 28.) , https://www.kosmo.com.my/2021/08/28/kerana-song-ji-hyo-manila-jadi-ibu-negara-malaysia/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