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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션 베이커와 배우 양자경의 ‘산디와라’: 따뜻한 시선으로 말레이시아 담아내

2026-03-1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최근 말레이시아 페낭을 배경으로 한 국제 단편영화가 공개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작품은 <아노라(Anora, 2025)>로 아카데미 작품상 및 감독상 등 5관왕을 기록한 션 베이커(Sean Baker) 감독과 말레이시아 출신 배우 양자경(楊紫瓊, Michelle Yeoh Choo Kheng)이 함께한 작품이다. 2월 20일 영상이 공개되기 일주일 전인 2월 13일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시연회를 진행해 주목을 끌었다.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가 손을 잡고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단편영화를 촬영하게 된 계기는 페낭 출신 패션 디자이너 한 총(Han Chong)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베이커 감독은 제작 인터뷰에서 “한 총 디자이너가 양자경 배우의 1인 5역과 페낭 음식 문화를 담은 영화를 제안했다”며 “‘산디와라’는 페낭에 바치는 러브레터다”고 설명했다.
‘산디와라’ 포스터

< ‘산디와라’ 포스터 – 출처: '베를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베이커 감독은 그동안 흔히 다뤄지지 않는 소수자와 이민자 등 비주류 문화를 연출하는 독립영화계 대표 주자로 알려져 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에서는 모텔에 사는 미혼모 가정과 어린아이의 시선을 따라가고, <아노라(Anora)>는 성 노동자인 여성의 삶을 섬세하게 그렸다. 션 베이커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주변부 인물들의 삶을 묘사하지만 그들을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동정하지도 않는다. 그의 이번 작품인 <산디와라>에서도 그는 주류가 바라보는 선입견에 맞춰 공간을 묘사하지도 않고, 그저 일상을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러한 베이커의 진정성 덕에 이 작품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게 했다.
영화 ‘산디와라’ 제작 소식을 보도한 현지 언론영화 ‘산디와라’ 제작 소식을 보도한 현지 언론

< 영화 ‘산디와라’ 제작 소식을 보도한 현지 언론 – 출처: (좌)’성주일보’, (우)’더 스타’ >

양자경이라는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배우 역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며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양자경 배우는 말레이시아 길거리에서 볶음쌀국수인 차꾸웨띠여우를 파는 호커(Hawker, 길거리 음식점) 주인부터 호커 종업원, 푸드 인플루언서,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 그리고 호커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 등 5개 역할을 소화했다. 호커(Hawker)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노천 식당으로 여러 호커가 모이면 푸드코트와 유사한 호커 센터(Hawker Centre)가 형성된다. <산디와라>는 호커 문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산디와라>의 촬영지가 페낭인 이유는 한 총 디자이너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이곳이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미식 수도(Food capital)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세계 미식 안내서인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에 따르면 2026년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말레이시아 음식점 151곳 중 절반에 달하는 74곳이 페낭에 위치해 있다.
산디와라’에서 차퀘이티아오를 요리하는 양자경 배우산디와라’에서 차퀘이티아오를 요리하는 양자경 배우

< ‘산디와라’에서 차퀘이티아오를 요리하는 양자경 배우 – 출처: '셀프 포트레이트' 유튜브(@self-portrait-studio) >

영화 후반부에서는 양자경 배우가 연기한 인물 5명이 모두 페낭 레드 가든 푸드 파라다이스(Red Garden Food Paradise)에 모이며 절정에 이른다. 레드 가든 푸드 파라다이스는 2007년 1월 페낭주 관광 및 환경위원회(Penang Tourism & Environment Exco)가 설립한  중앙 무대와 호커 30여 개를 갖춘 대형 호커 센터다. 양자경 배우가 연기한 가수는 호커 무대에서 노래 ‘푸라-푸라(Pura-Pura)’를 부르며 분위기는 고조된다. 푸라-푸라는 1974년 말레이시아 여가수 시티 살마(Siti Salmah)가 발매한 곡으로 레이어로 ‘연기하다’ 또는 ‘~인 척하다’를 뜻한다. 이 노래의 의미는 다시 영화의 제목이자 ‘공연’ 혹은 ‘연극’을 뜻하는 ‘산디와라(Sandiwara)’로 이어지며 작품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을 연기한 양자경 배우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을 연기한 양자경 배우

<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을 연기한 양자경 배우 – 출처: '셀프 포트레이트' 유튜브(@self-portrait-studio) >

영화 ‘산디와라’가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이 작품이 말레이시아인들에게 바치는 하나의 헌사이자 ‘러브레터’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작품 속 인물들을 그리는 방식은 고정관념이나 부정적인 틀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관객이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그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최근 한국과 말레이시아, 더 나아가 동남아시아를 둘러싼 인종차별적 발언이 오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선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산디와라’의 시선처럼 일상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의 모습을 보다 사려 깊게 바라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서로를 공감하고 존중하는 시선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베를린 국제영화제 홈페이지, https://www.berlinale.de/en/2026/programme/202616804.html
- 말레이시아 통계청 홈페이지, https://open.dosm.gov.my/dashboard/kawasanku
- 셀프 포트레이트(Self-Portrait) 홈페이지, https://www.self-portrait.com/
- 셀프 포트레이트(Self-Portrait) 유튜브 채널(@self-portrait-studio), https://www.youtube.com/@self-portrait-studio
- 레드 가든 푸드 파라다이스(Red Garden Food Paradise) 사이트, http://www.redgarden-food.com/content/home/index/site:redgarden-link:718
- 《더 스타(The Star)》(2026. 3. 1). A ‘Sandiwara’ to sell Malaysia, https://www.thestar.com.my/opinion/columnists/on-the-beat/2026/03/01/a-sandiwara-to---sell-malaysia
- 《성주일보(星州日報, Xingzhou Daily)》 (2026. 2. 8). 杨紫琼获颁终身成就奖 主演短片《Sandiwara》柏林影展放映, https://www.sinchew.com.my/?p=7255166
-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New Straits Times)》(2025. 11. 12). Penang reinforces food haven status with 74 eateries in Michelin Guide 2026, 
https://www.nst.com.my/news/regional/2025/11/1313244/penang-reinforces-food-haven-status-74-eateries-michelin-guide-2026
-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2024. 9. 19). Iconic Dishes: Breaking Down Char Koay Teow in Malaysia and in Singapore, 
https://guide.michelin.com/my/en/article/features/iconic-dishes-char-koay-teow
- 말레이시아 리에잘 무스타파 스레드(@justriezal), https://www.threads.com/@justriezal
- 말레이시아아밤 갭즈 스레드(@abam_gabz), https://www.threads.com/@abam_gab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