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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싱가포르의 거리두기 규제에도 후끈한 〈오징어 게임〉 인기

2021-10-0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최근 싱가포르 지인들이 필자보다도 더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많이 알고 있고, 심지어 내가 모르는 한국 배우들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란 경험이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으로 문화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류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득세와 아시아에서의 수요 증가 덕에 오히려 큰 도약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는 정부의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와 외출 자제령 등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한국 예능, 드라마, 영화 등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았다. 집콕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전 세계의 넷플릭스 구독자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싱가포르도 그중 하나로, 아래 그래프는 작년까지의 싱가포르 넷플릭스 구독자 수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2020년의 싱가포르의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는 26만 4,000명을 넘기며 2016년부터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6부터 2020년까지의 싱가포르 넷플릭스 구독자 그래프 – 출처: Statista 2021

<2016부터 2020년까지의 싱가포르 넷플릭스 구독자 그래프 – 출처: Statista 2021>


최근 몇 년간 선풍적인 한국 영상 콘텐츠들의 인기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올해 지난해보다 65% 늘어난 5,500억 원을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인기를 입증하듯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의 흥행에 이어 <오징어 게임>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번 열풍은 싱가포르에서 불었던 이전의 한류 열풍보다는 좀 더 크게 느껴진다. 마치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제품이나 광고를 길을 가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곳곳에서 <오징어 게임> 드라마를 패러디하거나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는 것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싱가포르 최대 쇼핑 중심 거리인 오차드에 위치한 카페, 브라운 버터(Brown Butter)에서는 드라마 속 달고나 뽑기 게임을 응용한 무료 라떼 제공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제한 시간 안에 꽃, 동그라미, 하트모양 중 하나의 달고나를 성공적으로 잘 뽑으면 무료로 라떼를 제공해주는 이벤트이다.
 
‘오징어 게임’ 드라마 속 달고나 게임을 활용해 진행 중인 무료 라떼 이벤트 – 출처: 브라운버터 틱톡(@brownbuttersg)

<‘오징어 게임’ 드라마 속 달고나 게임을 활용해 진행 중인 무료 라떼 이벤트 – 출처: 브라운버터 틱톡(@brownbuttersg)>


이러한 오프라인 이벤트 이외에도 온라인에서도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짧은 영상 플랫폼인 틱톡에서는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하기도 해서 올리고 있고 그 중 싱가포르 지하철 역사에서 딱지치기하는 영상은 (아래 그림 오른쪽) 9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만약 싱가포르에서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드라마를 만들게 된다면 어떤 게임들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온 오프라인 모두에서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패러디 영상들을 만들고 있다. 이 드라마를 통해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한국 전통 놀이에 대해서도 싱가포르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고 이를 실제로도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문화 콘텐츠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 관련 영상을 올리며 즐기고 있는 싱가포르 사람들 – 출처 : 틱톡(@jazephua/좌, @soonbros/우)

<온라인에서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 관련 영상을 올리며 즐기고 있는 싱가포르 사람들 – 출처 : 틱톡(@jazephua/좌, @soonbros/우)>


<오징어 게임> 인기에 힘입어 라자다(Lazada)와 쇼피(Shopee)를 포함한 여러 싱가포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등 인기를 실감케 한다. 작년 기생충 영화를 통해 싱가포르에 불었던 짜파구리 열풍보다 더 뜨거운 인기를 보는 듯했다.

싱가포르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자다와 쇼피에서 판매 중인 ‘오징어 게임’ 굿즈 – 출처 : 라자다(좌), 쇼피(우)

<싱가포르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자다와 쇼피에서 판매 중인 ‘오징어 게임’ 굿즈 – 출처 : 라자다(좌), 쇼피(우)>


이전에 위드 코로나를 준비한다고 발표했던 싱가포르 정부는 오는 9월 27일부터 다시 한 달간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들어간다.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 간 여행과 직접적인 왕래는 어려워졌지만, 한류는 오히려 세계와 싱가포르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더 침투해 가고 있는 듯하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로 인해 싱가포르 사람들이 집에서 즐기는 게임, 드라마, 영화 등 OTT를 통한 서비스는 더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드라마와 케이팝 등 한류 콘텐츠는 이런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싱가포르 삶 속 깊이 흘러들어왔고 현재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거센 신드롬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생충>에 이어 왜 이렇게 <오징어 게임>이 인기가 높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 드라마는 돈이 없어 벼랑 끝에 몰린 456명의 참가자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서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를 보여준다. 게임에서 승리하면 상금을 가질 수 있지만 탈락하면 죽는다는 극단적인 설정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극단적인 설정을 가진 콘텐츠가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이러한 스토리가 코로나로 인해 팍팍해진 우리의 일상과 사회상을 보여주기 때문은 아닐까.

한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비싼 집값, 높은 물가, 어릴 적부터 시작되는 경쟁, 취업 비자(Work Pass) 종류에 따른 보이지 않는 계급의식, 소외감과 억울함 등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최후의 승자가 살아남는 내용의 이 드라마의 높은 인기가 이러한 싱가포르 사람들의 사회 문화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무한 경쟁 체제에서 끊임없이 살기 위해 살아가야 하는 건지, 우리는 무슨 상금을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마음 속 깊은 질문이 이곳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점점 더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그 현상이 더욱더 뚜렷하게 보이는 싱가포르에서 사람들 내면의 무기력함과 허탈감,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한 실제적인 방안들이 나와 경쟁이 아닌 공존의 시대가 시작되기를 희망해본다.

※ 참고자료
《Asia one》 (21. 9. 27.) Squid Game fever is real, here's how Singaporeans are joining the game, https://www.asiaone.com/singapore/squid-game-fever-real-heres-how-singaporeans-are-joining-game
《Mothership》 (21. 9. 27.) Orchard cafe lets you play Squid Game's honeycomb challenge for free latte, https://mothership.sg/2021/09/squid-game-cafe-honeycomb/
《The Straits Times》 (21. 9. 19.), The Life List: Desperate contestants put lives on the line in K-drama Squid Game, https://www.straitstimes.com/life/entertainment/the-life-list-desperate-contestants-put-life-on-line-in-k-drama-squid-game
Statista 2021, 2016-2020년도 싱가포르 넷플릭스 구독자 수, Estimated number of streaming subscribers to Netflix in Singapore 2016-2020,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607646/singapore-netflix-subscribers/

통신원 정보

성명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전) 싱가포르 Duke-NUS 의과 대학 박사후 연구원 현) 싱가포르 NUS Yong loo lin 의대 박사 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