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싱가포르 출판산업에 부는 조용한 한류, 현지 베스트셀러 상위권 장악한 K-문학

2025-08-1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5년 7월 싱가포르 주요 서점과 언론의 베스트셀러에 한국 문학 4종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The Wizard’s Bakery)』는 《The Straits Times(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픽션 부문 9위를 기록했고 황보름, 김수현, 혜민 스님의 책도 파퓰러(POPULAR) 서점 논픽션 부문 상위권을 차지해 한국 문학의 위로와 정서가 현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공감을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퓰러(POPULAR) 서점 내 베스트셀러 도서 진열대

< 파퓰러(POPULAR) 서점 내 베스트셀러 도서 진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싱가포르의 대표 일간지 《The Straits Times》가 발표한 7월 26일자 픽션 베스트셀러에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가 9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가족에게서 도망친 소년이 기묘한 마법의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마법이라는 환상 속 장치를 통해 상처와 치유, 인간의 욕망을 성찰하는 소설이다. 2009년 한국에서 첫 출간된 이래 멕시코, 프랑스, 태국 등 9개국에 번역 출간된 이 작품은 싱가포르에서도 감성적 판타지와 정서적 깊이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특히 새롭게 개정 출간된 영문판은 일러스트와 문장 정리가 돋보이며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문학"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동차트 6월 7일자에는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Welcome to the Hyunam-dong Bookshop)』가 픽션 부문 6위에 올랐다. 출간된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순위권에 진입한 것은 한국 문학의 지속성과 감성적 호소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픽션 부분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픽션 부분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편 싱가포르 전역에 매장을 두고 있는 대형 체인 파퓰러(POPULAR) 서점의 픽션과 논픽션 부문에서는 한국 작가의 도서 4권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부킷티마점을 기준으로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 논픽션 2위, 댄싱스네일의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I'm Not Lazy, I'm on Energy Saving Mode)』가 4위,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The Things You Can See Only When You Slow Down)』가 5위,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I Decided to Live as Me)』가 9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논픽션 부분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 문학 논픽션 부분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 문학 논픽션 부분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 문학

< 논픽션 부분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 문학 - 출처: 통신원 촬영 >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전 세계에서 300만 부 이상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세상이 바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바쁜 것'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현대인의 불안을 치유하는 명상적 통찰을 담고 있다. 그림과 함께 구성된 이 책은 단순한 종교 서적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 위한 조용한 안내서로 현지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이미 국내 누적 100만 부 판매, 일본 내 한국 도서 최다 판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K-에세이다. 사회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감성적인 문체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자기 확립과 치유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The Straits Times》와 파퓰러 서점이라는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한국 문학이 동시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자는 언론사와 출판사 중심의 순위 체계이며, 후자는 실제 소비자 구매와 선호를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에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결과는 한국 문학이 출판 시점, 장르, 유통 경로를 불문하고 싱가포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기 요인으로 '정서적 치유'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청소년기의 상처와 욕망을 환상 속에 담아냈으며,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고요한 서점 공간을 배경으로 독자의 심리적 안식을 제공하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내면의 목소리를 전한다.
싱가포르 중심가에 위치한 한국 서점 봄모이 - 봄모이(bommoi) 홈페이지

< 싱가포르 중심가에 위치한 한국 서점 봄모이 - 봄모이(bommoi) 홈페이지 >

특히 싱가포르처럼 다언어, 다문화 사회에서 이들 책이 깊이 있는 반향을 얻는 이유는 언어를 넘어 정서와 감성의 공통분모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과 에세이가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의 결은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사회에서 지친 사람들의 내면을 조용히 어루만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싱가포르 내 K-문학 기반 독서 문화 형성의 시작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한국문화에 대한 유행을 반영하듯 싱가포르 중심지에는 한국 서점 봄모이(bommoi) 문을 열어 운영되고 있다. 한국 도서는 이제 단지 한류의 일부가 아니라 스스로의 문학적 힘으로 독립적인 브랜드를 구축해가고 있는 중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The StraitsTimes》 (2025. 7. 26). The Straits Times Weekly Bestsellers: July 26, https://www.straitstimes.com/life/arts/the-straits-times-weekly-bestsellers-july-26
- 《The StraitsTimes》 (2025. 6. 7). The Straits Times Weekly Bestsellers June 7, https://www.straitstimes.com/life/arts/the-straits-times-weekly-bestsellers-may-173
- 《A+ Singapore》 (2025. 3. 9). KoreanBestseller, Welcome To The Hyunam-dong Bookshop, Turned Reading Into Self-Care, https://aplussingapore.com/article/hwang-bo-reum-korean-welcome-to-the-hyunam-dong-bookshop
- 파퓰러(POPULAR) 서점 홈페이지, https://www.thebestsingapore.com/biz-review/popular-bookstore/
- 봄모이(bommoi) 홈페이지, https://bommoi.com/

통신원 정보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노보진(NovogeneAIT Genomics Singapore Pte.Ltd.)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