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언론분석] 〈오징어 게임〉과 일본 마루찬 라면

2021-10-1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멕시코에서 가장 흔하면서, 가장 저렴한 컵라면을 처음 먹었을 때의 느낌은 이상하기도 했지만, 레몬과 매콤한 살사 소스와 함께 먹으니 중독성을 주는 맛이었다. 몇 번 안 먹어보긴 했지만, 포장지가 보여주는 저렴한 느낌, 그리고 뜨거운 물을 넣으면 환경 호르몬이 바로 나올 것 같아 자중하곤 했다. 이 컵라면을 처음에는 너무나도 대중적이라 당연히 멕시코산이라 생각했지만, 일본 컵라면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얼마 전, 멕시코 소비자관리국이 이 라면의 판매를 중단시키면서부터다. 마루찬(Maruchan) 라면이 그것이다. 일본 도쿄 미나토에 소재한 대기업인 도요 수산의 계열사로, 인스턴트 라면 브랜드이다. 라면은 끓인 물을 넣어 요리할 수 있도록 팽창된 폴리스틱 용기에 포장되어 있고, 전자레인지 조리는 권장되지 않는다.

한편, 멕시코 프로페코(Profeco) 연방소비자검찰청은 인스턴트 컵라면 판매를 긴급하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중지했다. 낮은 영양가, 높은 나트륨 함량, 높은 칼로리 때문에 인스턴트 라면을 시장에서 철수시키겠다는 것이다. 소비자관리국 책임자 리카르도 셰필드(Ricardo Sheffield)는 “소비자관리국에서 발간하는 매거진 10월호를 통해 문제가 된 33개 라면 브랜드에 대한 품질연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인스턴트 라면은 배고픔을 잠시 없애는 역할을 하면서 멕시코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잠시 배고픔을 죽이는 것과 생명을 죽이는 것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진열대에서 수거한 인스턴트 제품을 실험한 결과, 불완전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성분뿐 아니라 포장재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시장에서의 폐기를 권고할만한 결과값 기준을 세우기 위해 약 363번의 실험을 거쳤다. 이번에 발표한 라면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건강에 높은 위험이 있다. 인스턴트 라면이 유발할 수 있는 질병 중에는 두통, 빈열, 질식, 입안의 무감각 등이 있다. 1회 제공량당 낮은 영양, 과도한 나트륨 및 다양한 성분이 어린이에게 좋은 식품이 아니다.

해당 정보는 인스턴트 라면의 열렬한 소비자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은 소셜 미디어을 통해 소비자보호청의 발표에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상점과 식당에서 술, 담배 등 합법 마약류를 철수하는 대신 라면 소비를 금지했다”며 비난했다. 혹자는 “가공식품이 시장에서 절찬리에 판매되면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는, 요리 능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은 인스턴트 라면을 준비하기 쉽고, 언제든 배고픔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애용해왔다”고 설명한다.

한편, 마루찬은 멕시코에서 ‘인스턴트 음식’이라기 보다는, 서민들의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추억의 음식에 가깝다. 이 추억의 음식이 판매 금지된다는 것은 대중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밀수를 해서라도 먹겠다는 사람, 판매 금지 시작 전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혹자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맛과 편리함 때문에 라면을 먹는 것”이라 밝혔다. 시장에서 해당 라면들이 철수되기 전까지 라면을 구매하려는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조롱하며 수천 페소, 심지어는 차까지 팔아 라면을 구매했다. 불량 식품을 계속 먹고 싶은 심리. 마루찬 라면은 이처럼 멕시코인들의 추억의 음식인 것이다.

《인포바에(Infobae)》와 비만데이터연구소(LabDO)에 따르면, 멕시코의 인스턴트 라면 소비는 2015년에서 2019년 사이에 43% 증가했다. 멕시코는 세계에서 15번째로 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이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라면을 즐기는 나라다. 한편, 소비자보호청은 다음 호 매거진을 통해 인스턴트 라면이 잠재적으로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주제로 출판될 예쩡이다. 이 발표는 이제 멕시코 시장에서 한류의 여파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한식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한편, <오징어 게임>이 멕시코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중에 마루찬 컵라면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 발표되면서, 동 콘텐츠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 인형이 마트의 진열대에 놓인 마루찬 라면을 찾아내는 장면이 패러디 되고 있다. 술래 인형에 혹시라도 잡힐까 숨어 다니는 마루찬. 그리고 그에 이어 한국 라면에도 여파가 미칠까 우려되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보호청의 노력에도 응원을 보낸다. 또한, 멕시코에 소개되는 한국 인스턴트 식품들이 보다 인류의 환경과 건강을 고려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오징어 게임’으로 풍자한 인스턴트 컵라면 판매 중단 조치 – 출처 : Kmagazine 페이스북 페이지(@Kmagazine)

<‘오징어 게임’으로 풍자한 인스턴트 컵라면 판매 중단 조치 – 출처 : Kmagazine 페이스북 페이지(@Kmagazine)>


‘멕시코 인스턴트 라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마루찬 라면 – 출처 : 마루찬

<멕시코 인스턴트 라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마루찬 라면 – 출처 : 마루찬>


※참고자료
https://maruchan.com.mx/web/nosotros/
https://www.msn.com/es-mx/noticias/mexico/profeco-prohibir%c3%a1-sopas-instant%c3%a1neas-y-los-memes-no-se-hicieron-esperar/ar-AAP4b0j?ocid=mailsignout&li=AAggxAT

 

통신원 정보

성명 : 조성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멕시코/멕시코시티 통신원]
약력 : 전) 재 멕시코 한글학교 교사 현) 한글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