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 방탄소년단이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이하 AMA)에서 대상을 거며 쥔 다음 날, 브라질 연예 뉴스에도 대서특필되며 화제가 되었다. 방탄소년단,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일으킨 돌풍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다. 한류는 더 이상 어란 케이팝 팬들의 비밀스러운 취미가 아니다. 이미 많은 브라질 언론과 미디어들은 한류의 성장 과정과 성공적인 결과에 주목하며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고 있은 지 오래고, 온라인 연예 뉴스는 한국 연예계 소식으로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놀라운 점은 이 성공궤도가 여전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방탄소년단 러브유어셀프 상파울루 투어 당시 눈앞에서 생생하게 그 인기를 경험했을 때만 해도 한류의 인기가 정점에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2021년 <오징어 게임>을 비롯, 최근 넷플릭스로 공개된 <지옥>, <마이네임> 등이 장르물로서 대중적 기호와 성공을 인정받으면서 한류를 인정하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그중에서 브라질 언론들이 특히나 한류에 집중하는 것은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문화의 힘이다. 현재 브라질은 재정 불안정, 환율 악화, 세금 인상 등의 문제에 줄줄이 직면해 있다.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의 위기라는 걸 감안해도 최근 조사에서 물가 상승률 세계 3위를 기록하면서 타 국가들보다 더 큰 심각성이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타고난 자연환경뿐 아니라 과거 독창적이고 이국적인 감성으로 탁월한 문화 대국으로 이름을 알렸던 브라질로서는 다소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린 현재의 위치가 다소 아쉬울 것이다. 특히 최근 보수 정권 아래 문화, 교육계가 적절한 지원과 투자 없이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 당시 지적되어온 이야기였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검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류의 성공에서 경제적 이득에 유독 집중하는 것은 일찍이 문화의 중요성을 알고 투자해온 한국 정부와 기업의 행보와 세계화 전략에서 문화계가 답을 찾으려는 지도 모르겠다.
일간지 ‘이스따두지미나스’ 문화면 '한류: 문화적 정치적 재화가 된 한국문화' 헤드라인 - 출처 : www.em.com.br (21.11.26)
한류가 한국에만 덕이 된 것일까? 한류가 한국을 넘어 문화계 사회계에 강력한 영향을 보여주자, 반대로 현지 기업이나 정치계에서 숟가락을 얹으려는 모습들도 포착된다. 방탄소년단의 AMA 대상 소식에 냉큼 탑승한 사례로 이번 주에 일어난 두 가지 일화를 소개한다. 팬데믹이 끝난 이후, 방탄소년단의 재방문을 고대하는 것은 비단 팬들만이 아니다. 브라질 최대 은행 이따우(Itaú)의 트위터 계정(@itau)은 11월 12일부터 2주간 방탄소년단 팬클럽 브라질 아미를 대상으로 한 #FeitoComBArmy(브라질 아미와 함께 하기) 캠페인을 벌였다. 이벤트의 목적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지만 뭔가 있을 거라는 뉘앙스를 남기며 팬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일부 팬들은 이따우 은행이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는 거 아닌지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다음 투어 때 제공할 이따우 은행 카드 할부 서비스를 광고하려는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시기상 AMA 수상을 고대하는 수많은 브라질 팬들의 미디어 화력을 겨냥한 마케팅이겠지만, 그럼에도 한국어를 차용한 재치 있는 코멘트가 눈길을 끈다. 이에 일부 팬들도 한국어로 ‘박박(대박)’ 화답하는 등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계정 관리자도 트윗의 뜻밖의 인기에 놀랐다며 아미들의 높은 관심에 감사를 표했다.
브라질 최대 은행 이따우 트위터 계정.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를 타깃으로 한 캠페인 중 한국어가 눈에 띈다. - 출처 : 이따우 은행 트위터(@itau)
그러나 그룹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AMA 다음날 브라질에는 그룹을 빙자한 정치계 가짜뉴스가 떠돌았다. 브라질은 가짜뉴스로 큰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뉴스 채널에서는 가짜뉴스를 판명해 주는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정정 속도보다 퍼지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많은 극단주의 단체 등에서 널리 악용하고 있다. 이번 사태도 그런 경우인데, 내용인즉슨,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유엔 연설에 브라질 현 정부에 대해 코로나 팬데믹에 “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었던 최고의 정부”라고 칭하며, “공산주의와 언론에 맞선 용감한 투쟁”에 대해 존경하며 자이루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는 것이었다. 곧 얼토당토않은 거짓말로 판명되며 팬들에게는 씁쓸함과 분노를 남겼다.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만, 브라질 정치계 밈으로 쓰일 정도라면 방탄소년단의 대중 인기가 얼마나 깊어졌는지 느껴진다.
방탄소년단 관련 가짜뉴스에 대해 거짓으로 판명하는 기사 내용 - 출처 : Agência Lupa(21.11.24)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