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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동남아 문화 요소를 활용한 새로운 한류 기대

2022-09-0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콘텐츠가 크게 사랑받고 있음에 따라, 한국 드라마의 말레이시아 리메이크작 방영이 시작됐다. 말레이시아 방송사는 일찍이 한국 드라마를 각색한 리메이크 작품을 선보였다. 말레이시아 1위 지상파 채널 《TV3》는 한국 드라마 <여름향기(2003)>를 리메이크한 <코나키나발루에서의 데자뷔(Dejavu Di Kinabalu, 2012)>, <비밀(2013)>을 각색한 <부러진 날개(Patahnya Sebelah Sayap, 2016)>를 방영했다. 말레이시아 최대 위성방송사 《Astro》도 <커피프린스(2007)>의 말레이시아 리메이크작 <나의 커피 프린스(My Coffee Prince, 2017)>, <두 여자의 방(2013)>을 원작으로 한 <모나리자(Monalisa, 2018)>을 선보였다.

OTT 오리지널 시리즈에 등장한 말레이시아 리메이크작
최근 불어온 리메이크 열풍은 OTT의 파급력을 증명한다. 과거에는 방송사를 중심으로 리메이크작이 방영됐다면, 최근에는 콘텐츠 산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리메이크작의 방영이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서비스되어 한국 리메이크작을 방영한다는 사실만으로 세계적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말레이시아 영화제작사 알파47 필름스(Aplha47 Films)는 2019년 《OCN》에서 방영된 <블랙(Black)> 리메이크작을 홍콩의 OTT 서비스 뷰(Viu)를 통해 공개했다. 지난 7월에는 뷰(Viu)에서 <그녀는 예뻤다(2015)>의 말레이시아 리메이크작이 방영을 시작했다. 현지 언론인 《더선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뷰(Viu) 말레이시아 관계자는 '한국판 리메이크작은 원작이 보유한 탄탄한 줄거리로 흥행이 이미 검증된 작품이다. 한국 드라마와 말레이계 드라마 팬층이 두꺼워 말레이시아판 리메이크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뷰(Viu) 오리지널 드라마로 탄생한 말레이시아판 '그녀는 예뻤다' - 출처: IMDb

<뷰(Viu) 오리지널 드라마로 탄생한 말레이시아판 '그녀는 예뻤다' - 출처: IMDb>

그러나 리메이크 작품은 자칫 원작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원작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해 기존 팬들의 뭇매를 맞는 일이 생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말레이시아 리메이크 작품들은 한국적인 특색이 강한 작품을 현지 문화에 맞게 재해석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시즌 2가 공개된 <블랙> 말레이시아작은 저승사자라는 한국 소재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 등지에 알려진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존재, '부니안(Bunian)'으로 바꿔 등장시킨다. 이처럼 원작을 유지하되 동남아시아 문화권의 특성을 적절하게 녹여내 말레이시아만이 아니라 인근 국가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저승사자를 동남아시아 초자연적 존재 부니안으로 바꿔 등장시킨 말레이시아판 '블랙' - 출처: IMDb

<저승사자를 동남아시아 초자연적 존재 부니안으로 바꿔 등장시킨 말레이시아판 '블랙' - 출처: IMDb>

현지 문화를 소재로 한 K-콘텐츠 역수출
반면 최근에는 국내 제작사가 판권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 문화를 콘텐츠로 개발해 역수출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주술사 두꾼(Dukun)이 등장하는 공포물 <방법: 재차의>가 개봉했고, 태국의 민간신앙을 다룬 나홍진 감독과 태국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랑종>이 개봉했다. 배동선 영화진흥위원회 인도네시아 통신원에 따르면, 최근 한국 제작진은 인도네시아 귀신 순델볼롱(아기가 등을 뚫고 나오는 저주로 죽은 몸에 구멍이 난 귀신)을 소재로 OTT 드라마 제작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 현지로 역수출하는 작품이 주로 공포를 소재로 한 이유는 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늘 공포 장르가 강세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3년 동안 말레이시아에서 개봉된 한국 영화 24편 중 공포 및 미스터리 비중을 따져보면 6편으로 가장 많았고, 역대 말레이시아 박스오피스도 1위와 2위 모두 공포물이다.

한국 영화 '방법: 재차의'에 인도네시아 주술사인 두쿤이 등장했다 - 출처: 'Sindonews

<한국 영화 '방법: 재차의'에 인도네시아 주술사인 두쿤이 등장했다 - 출처: 'Sindonews>

동남아시아는 같은 문화권으로 묶일 만큼 동질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또한 한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동남아시아 이야기를 소재로 한국이 제작한 콘텐츠는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두쿤이나 순델볼롱처럼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지 문화권의 독특한 공포 소재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지만, 한국인과 동남아시아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동양적 세계관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한국 불교에서 기리는 백중날(음력 7월 15일)은 베트남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중국계 민족이 사는 나라에서 크게 기념한다. 동남아 문화권에서는 음력 7월이 되면 길거리 곳곳에서 향을 피우고 배고픈 혼령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한국 불교에서 기리는 백중날에 혼령을 위한 음식을 대접하고 인형극 공연을 펼친다 - 출처: 통신원 촬영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한국 불교에서 기리는 백중날에 혼령을 위한 음식을 대접하고 인형극 공연을 펼친다 - 출처: 통신원 촬영>

이처럼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 쉽게 수용하는 소재로 한국 콘텐츠가 제작된다면 동남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시청자층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OTT를 통해 한국 콘텐츠가 아세안 시장으로 유통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국내에 편중된 방식을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문화 요소는 한국 영화 및 드라마 산업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 상상력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양쪽의 문화적 결핍을 보완하고 이를 결합한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IMDb 홈페이지, https://www.imdb.com/title/tt21099128/, https://www.imdb.com/title/tt11479072/
- 《SINDOnews》 (2021. 12. 14). Terinspirasi dari Dukun di Indonesia, Ada Santet di Film Horor Korea The Cursed : Dead Man’s Prey, https://lifestyle.sindonews.com/read/628307/158/terinspirasi-dari-dukun-di-indonesia-ada-santet-di-film-horor-korea-the-cursed-dead-mans-prey-1639487577

참고자료
- 《The Sun Daily》 (2022. 7. 12). VIU releases Malaysian adaptation of K-drama She Was Pretty, https://www.thesundaily.my/style-life/viu-releases-malaysian-adaptation-of-k-drama-she-was-pretty-KX9440804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