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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케이팝 아카데미

2022-09-2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아직 여름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카이로에 위치한 한 예술대학(Academyof Arts)에서 케이팝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케이팝 그룹의 최신 안무를 익히고 있었다. 지난 8월 25일을 시작으로 약 3주 동안 진행하는 케이팝 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생은 60명에 이른다. 땀을 흘리는 이들은 수강생뿐만이 아니다. 12명의 강사진들도 목소리를 높여 포인트 안무 동작을 가르치며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12명의 강사진 모두 한국에서 온 안무가들이 아닌, 현지의 케이팝 댄서로 지난 이집트 케이팝 경연 대회에서 1등부터 3등까지 각각 차지한 이들이다. 보통 케이팝 아카데미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전문 댄서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이집트한국문화원(오성호 원장)은 현지인을 동원해 한차례 이미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현지인들이 강의를 진행하는 만큼 의사소통도 자유롭고 원활하다. 이뿐만 아니라, 일방향적인 문화 전파를 넘어 현지에서 자생하는 그룹을 통한 한국 문화의 성장을 지향하는 문화원의 운영 방향과 걸맞는 기획이다.

한편 아카데미가 진행된 곳은 한국의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유사하다. 영화, 음악, 발레의 전문 교육을 시작으로 드라마, 관현악과 오케스트라, 아랍 음악, 전통 음악 등 교육을 수행하는 고등기관이다.  

케이팝 아카데미는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다. 각 그룹에는 1명의 메인 강사와 2명의 서브 강사가 배정된다. 메인 강사가 그룹을 이끌고 가는 동안 서브 강사들은 뒤쳐진 수강생들을 지도하거나, 안무의 세부적인 부분들을 교정해 주는 모습이다. 아카데미에 참여한 야스민 무함마드(16)는 "결석이나 지각을 관리하는 운영 시스템이 좋아서 강의 분위기가 잘 잡혀 편안한 마음이다"라며 강의 운영에 대한 만족을 표했다. 또한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제 친구에요"라며 이 강좌가 단순히 춤을 배우는것을 넘어서 놀이의 장이 되고 커뮤니티의 장이 되는 것에 대해서 기쁨을 표했다.

팀으로 안무를 익히고 있는 초급반 참석자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팀으로 안무를 익히고 있는 초급반 참석자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학생들의 출결과 운영 등을 감독하며 문화원의 프로그램의 운영을 돕고 있는 사라 아마르(30)씨는 원래 건축회사에 다니던 직장인이다. 현재는 잠시 쉬며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던 차에 임시로 이 일을 맡게 되었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건축 공부를 할 때,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의 건축물들을 보며 처음 한류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 뒤에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통 건축 양식이나 현대 건축물들 모두 아름다워 관심이 더 갔어요"라며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다.

강의의 마지막 날인 9월 18일에는 수강생들의 가족 및 지인들을 초청해 종강식을 열고 공연을 선보일 예정인데, 이를 준비하는 열기가 뜨겁다. 오성호 원장은 "강사들이 자신이 맡은 팀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경쟁을 하듯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나친 경쟁보다는 즐거움을 누리는 자리 함께 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독려했다.

팀으로 안무를 익히고 있는 중급반 참석자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팀으로 안무를 익히고 있는 중급반 참석자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현재 이집트에는 국악 문화 학교, 민요 교실, 태권도 교실, 도서전 등 문화원에서 운영 중인 문화 프로그램이 풍성한 추석 밥상처럼 준비돼있다. 이 프로그램들에 관심을 보이고 신청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많지만, 고민이 되는 지점은 새로운 사람의 유입보다 기존 문화원 행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반복 참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신원이 취재를 가보면 다시 만나는 참여자들이 많고, 얼굴을 익히게 된 참여자들도 있다. 충성도 있는 팬층도 큰 자산이지만, 어떻게 외연을 넓혀갈지에 대한 여러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세종학당의 신규 수강 인원의 비율을 늘린 것이나, 문화원에서 올해부터 시작한 카이로 외 다른 도시들로 '찾아가는 문화원 행사' 등이 그 고민에 대한 답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지의 자생적인 문화를 생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리고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도달 범위를 넓히는 것의 두 트랙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약력 : 현) Korean Culture Lounge 'the NAMU'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