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좋아지면서 스페인 전역에서는 크고 작은 음악 축제가 막강한 라인업을 필두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한 해에 900여 개의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대부분이 6월부터 8월에 몰려있다. 2023년 스페인에서 열린 뮤직 페스티벌을 포함한 라이브 음악산업은 티켓 판매로만 5억 7,899만 5,737유로(약 8,568억 8,474만 937원)을 벌어들이며 전년대비 26% 상승을 기록했다. 2023년 '아레날 사운드 페스티벌(Arenal Sound Festival)'에는 30만 명의 관객들이 몰렸고, 한국 아티스트의 참여로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바르셀로나의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는 24만 3,000명, 비냐 락(Viña Rock) 페스티벌은 24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장기간 이어지는 축제 중에는 말라가의 마레노스트룸 푸엔히롤라(Marenostrum Fuengirola)가 33일 동안 18만 9,063장의 티켓을 판매해 1위에 올랐고, 마드리드의 노체스 델 보타니코(Noches del botanico)가 45일 동안 15만 2,288장의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 이어 무르시아의 라스 노체스델 말레콘(Noches del Malecon)에서는 44일 동안 13만 1,262장의 티켓이 판매됐다. 페스티벌은 티켓 수익 외에도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를 동반하는데 특히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뮤직 페스티벌은 임시 및 영구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주최하는 도시의 숙박 및 교통 분야에서 수입을 창출한다. 잡지《HOTELTUR》에 의하면 뮤직 페스티벌을 보러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들의 평균 소비는 430유로(약 64만 원)다. 이처럼 뮤직 페스티벌은 국내외에 지역의 문화적 이미지를 홍보하는 매력적인 효과 수단이며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 국립통계원(INE)이 실시한 관광 조사에 따르면 문화 활동이나 공연 관람 관광이 여행 5건 중 1건을 차지한다. 스페인 관광 연구소(Turespaña)의 총책임자(Miguel Sanz Castedo)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라이브 음악, 페스티벌 및 콘서트 참석은 감정이자 경험이다. 스페인은 관광산업의 세계적 리더이며 음악 축제의 관광지로서 강국이다."라며 뮤직 페스티벌이 스페인 관광산업에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 마드리드 대표 축제 산 이시드로 축제(Fiestas San Isidro) 중 음악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1995년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베니카심 국제 페스티벌(Benicàssim Festival)이 탄생한 이후 페스티벌은 전국적으로 다양해졌고 그 구조도 더욱 복잡해졌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스페인 음악 전문 기자 난도 크루즈(Nano Cruz)는 최근 출판한 자신의 저서 『메가축제. 음악의 블랙홀』에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와 국내 아티스트의 페이 격차 문제, 주류 공급 업체의 후원 및 계약 문제, 제공하지 않는 도시에 대한 협박, 브랜드 공간 임대료, 소비자 협회에 의해 문제 제기된 인턴 채용 갑질 논란 등 대형 음악 축제의 문제를 거론했다. 저자는 스페인 일간지 《El Periódico de españa(엘 페리오디코)》와의 인터뷰에서 "페스티벌이 티켓 판매 수익의 8.5%를 저작권 관리 회사에 지불해야 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저작권 협회에 티켓 판매율을 속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날씨가 더운 계절에 대형 축제가 기획되는 이유는 맥주 판매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행사 기간에 들어서는 알코올 및 음료 판매는 축제 수입의 최대 40%를 차지한다. 이와 관련해 "수익이 공연장에 돌아가는 홀이나 경기장에서의 콘서트와는 달리 축제의 경우 바의 판매 수익이 행사 주최자의 수입이 된다. 따라서 음료(주로 맥주)의 소비가 행사 일정과 프로그램 시간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른 오후에 시작하는 첫 무대는 주로 유명하지 않는 스페인 국내 아티스트의 무대로 꾸며지는데 이는 본격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음료와 맥주 판매를 활성화하려는 주최 측의 의도라는 것이다. 스페인 록 그룹(Gambardella)의 멤버이자 활동하는 음악인 협회의 멤버인 빅토르 히메즈(Víctor Jiménez)는 "오후 첫 타임에 무대를 서는 아티스트에게는 2,000유로에서 5,000유로의 공연비가 지불되며 스페인 시에스타(Siesta)인 낮 2시에서 4시에 서는 아티스트에게는 1,000유로도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인터뷰했다. 이는 DJ에게도 적용되는데 아티스트들은 인터뷰에서 "대형 페스티벌에서 자신들의 임무는 맥주 소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단독 콘서트보다 개별 아티스트 혹은 그룹의 공연 헤드라이너 아래 수십 개의 보조 그룹 및 아티스트가 존재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다. 예를 들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에서 유명 아티스트가 밤 10시부터 12시까지 공연한다면 사람들은 그 시간대에만 음료나 술을 구매한다. 하지만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경우 많은 그룹과 아티스트들이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공연하기 때문에 늘어난 시간만큼 바, 푸드 트럭의 수익이 증가한다. 이것이 바로 대형 페스티벌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또한 밴드나 그룹에게 페스티벌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하는 백라인 회사들과의 문제를 거론했다. 회사는 축제의 정규 공급 업체이기 때문에 공연 주최 측에 할인된 가격으로 장비를 제공하고, 공연 주최 측은 할인되지 않는 악기 대여 비용을 아티스트에게 청구하는 관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충전된 금액의 환불 방식의 복잡성, 관객들에게 컵의 비용을 청구하고 환불은 불가한 문제, 더 많은 음료를 판매하기 위해 식수 반입을 제한하는 것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라이브 뮤직이 울려 퍼지고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들이 유쾌하게 취해 자유롭게 지나다니는 음악 페스티벌, 누군가는 이를 '삶의 오아시스'라 표현하기도 한다. 뮤지션협회 등은 거대 자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에 큰 몫을 하고 있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관행을 바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갖고 있다. 그러나 "행정 당국의 아티스트 및 소비자 권리 침해에 대한 감시는 시작돼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El Periódico de España》 (2023. 7. 1). Los secretos de los festivales de música para sacarte (a ti, a artistas y a proveedores) hasta el último céntimo, https://www.epe.es/es/reportajes/20230628/festivales-musica-negocio-89196537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