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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만 수출 웹툰 〈다 이아리:〉의 작가 이아리

2022-11-15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웹툰 <다 이아리:>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아무도 쉽게 말할 수 없던 데이트 폭력의 기록을 그려낸 작품으로 SNS를 통해 국내 80만 독자의 공감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대만에서도 공개돼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웹툰 <다 이아리:>의 작가 이아리님과의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대만에서의 출간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작가 이아리님의 캐릭터 - 출처: 이아리 작가 제공

<작가 이아리님의 캐릭터 - 출처: 이아리 작가 제공>


작가님의 작품 <다 이아리:>가 대만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데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이아리입니다. <다 이아리:>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저의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을 익명으로라도 꺼내고 싶어 무작정 그리기 시작한 만화였어요. 그런데 예상보다도 훨씬 많은 분들이 관심있게 지켜봐 주셨고 그 덕분에 출간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다 이아리:>라는 제목을 붙이고 연재를 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연재 과정에서 저와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모두가 다 이아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제목을 <다 이아리:>로 짓게 되었습니다.

<다 이아리:>의 대만 수출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진행됐나요? 다른 국가가 아닌 대만에서 <다 이아리:>를 출판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출판사 해외기획팀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대만에서 <다 이아리:>를 출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에 기뻤어요. 특히 최종 오퍼를 결정해준 '보병문화'는 여러 분야의 도서를 출판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페미니즘과 여성 심리 관련 책을 일찍부터 출간한 회사여서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의 해외 수출을 앞두고 문화적 차이나, 번역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나요?
만화의 완성도만 따로 떼어놓고 고민한 부분은 있었습니다. 나래이션이나 대사 등을 제가 직접 손글씨로 작업했던지라 글씨를 모두 지우고 폰트로 채웠을 때 제가 짜놓은 레이아웃이 깨져 몰입도가 낮아지지는 않을지 신경이 쓰였습니다. 혹은 '번역을 거치면서 의미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만에서는 자주적인 여성운동이 오래 전부터 있어오기도 했고 페미니즘이 현대사와 민주화 운동사의 중심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디테일한 부분에 차이가 있을지 언정, 데이트 폭력이라는 큰 틀 안에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공감대는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 '다 이아리:' - 출처: 이아리 작가 제공

<도서 '다 이아리:' - 출처: 이아리 작가 제공>


현재 대만에서는 한국 웹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다 이아리:> 작품을 통해 대만 시장에 작품을 수출해보신 작가로서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대만에서 출간이 진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대만판 <다 이아리:>를 직접 받아보았습니다. 다른 언어로 쓰인 책을 보고 있으니 뿌듯하고 감격스럽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께 읽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그 뒤에 대만 독자님 몇 분이 제 인스타그램 계정에 DM(Direct Message)을 주시기도 했어요. 번역기를 돌려가며적어 보낸 메시지가 참 감사했고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지만 끈끈하게 묶여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대와 위로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이아리:> 작품을 마친 후 현재 다른 작품 활동을 진행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려요.
현재는 제 일상을 가볍게 그리는 중입니다. 기뻤던 일, 화났던 일, 맛있는 음식점에 갔던 일 등 사소한 일상의 조각을 팔로워분들에게 공유하고 있어요.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을 그릴 당시만 해도 우울증과 트라우마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꾸준히 치료받아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입니다. 피해 경험 이후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다른 분들께는 위로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피해자는 항상 우울해야 해', '피해자는 인간 관계에 미숙해야 해',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연애를 못할 거야' 등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프레임을 벗어나고자 했어요. 실제로 제가 다른 사람과 행복하게 연애했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그러다 이별하게 된 만화도 그리는 등 그저 현재의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이렇게 밝은 사람인 줄 몰랐다'며 '변한 모습이 좋다'고 하지만 사실 이건 원래 제 모습이에요. 그 평범하고 밝은 모습을 깨뜨린 가해자가 있었을 뿐 저는 달라진 게 없거든요.

작가님은 SNS 플랫폼을 통해 웹툰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향후 외국어로도 웹툰 작품 활동을 진행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저도 외국어로 작품 활동을 해보고 싶은데 아직 생각만 하고 있을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번역가도 따로 구해야 하고 다른 언어 계정을 따로 운영할 시간과 에너지도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 현재도 작업 계정과 일상 계정, 그리고 사진 계정까지 총 3개의 계정을 운영하고 있기에 고민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만의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대만의 독자 여러분, 제 만화를 관심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바다 건너 다른 나라까지 세상 밖으로 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출간을 위해 의미있게 검토해주신 대만 출판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만화 속 이아리는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가끔 괴롭고, 가끔은 또 즐겁고, 평범한 사람들에 섞여 하루하루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아픈 기억은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는 있어도, 굴복시키지는 못합니다. 저의 과거,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가 여러분께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 이아리 작가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만/타이베이 통신원]
약력 : 전) EY(한영회계법인) Senior 현)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박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