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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말레이시아 여성 서사와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인기

2024-02-2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큰 인기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 및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남편과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생을 마감한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해 인생을 바로잡는 내용의 드라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1월 1일부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로 서비스되고 있는 가운데, 1월 넷째 주(1월 22일~25일)와 2월 첫째 주(2월 1일~3일), 2월 둘째 주(2월 4일~7일) 연일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월 7일 기준 말레이시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 - 출처: 플릭스패트롤

< 2월 7일 기준 말레이시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 - 출처: 플릭스패트롤 >

한국 드라마가 말레이시아에서 화제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인기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흥행 조짐을 보였던 가운데, 한국 드라마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차트 상위권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의 인지도가 비교적 낮았던 OTT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가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그 위상을 공고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틱톡 등 말레이시아 SNS에서는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누리꾼들은 "최고의 결혼 복수극(@mrsowl)",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는 것은 고문이다(nujul42)", "지원아 이긴 것을 축하해(@andesthi)" 등의 반응을 공유하는가 하면, <내 남편과 결혼해줘> 후기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해당 영상을 시청한 현지인들은 "웹툰으로 먼저 보는 것도 좋다(@andesthi)", "수민이도 너무 좋은데(@andesthi)" 등의 반응을 영상 제작자와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후기를 공유하며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말레이시아 시청자 - 출처: 틱톡 계정(@eiqamaleq)

< '내 남편과 결혼해줘' 후기를 공유하며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말레이시아 시청자 - 출처: 틱톡 계정(@eiqamaleq) >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인기 비결은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주체적인 여성상'에 있다.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남자친구, 배신하는 친구, 막말을 일삼는 시어머니 등의 등장은 시청자를 분노하게 한다. 그러나 10년 전으로 회귀한 주인공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개인으로 다시 일어서면서 통쾌한 복수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인공의 복수극을 지켜보는 현지 시청자들은 당당하게 삶을 개척하는 주인공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주인공을 향한 응원은 최근 말레이시아 드라마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과 맞닿아 있다. 최근 OTT 플랫폼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말레이시아 콘텐츠들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2023년 10월 19일 6부작으로 공개된 첫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말레이시아 콘텐츠 <댓 커버 걸(That Cover Girl)>은 패션 사업을 운영하는 젊은 여성 사업가를 극의 중심으로 내세운다. 그동안 말레이시아 드라마에 여성이 단독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여성 캐릭터들은 대개 수동적이거나 사랑스러운 아내와 어머니 역할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댓 커버 걸>을 연출한 아비드 후세인(Abid Hussain) 감독은 "말레이시아 드라마에서 사업가 여성이 등장한 경우는 없었다."며 "야망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말레이시아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줄 것이다."라고 전한 바 있다.
'댓 커버 걸'의 홍보 포스터 - 출처: IMDb라이엇!'의 홍보 포스터 - 출처: IMDb

< 주체적인 여성을 내세운 오리지널 말레이시아 콘텐츠 '댓 커버 걸'과 '라이엇!'의 홍보 포스터 - 출처: IMDb >

자국 OTT 플랫폼 속 여성 캐릭터도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대표 위성채널인 아스트로의 플랫폼 아스트로 고(Astro Go) 오리지널 시리즈는 능동적인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2023년 3월 25일 공개된 아스트로 고의 12부작 드라마 <라이어 말레이시아(Liar Malaysia)>는 여주인공이 데이트한 외과 의사를 강간죄로 고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기존에는 여성이 피해자로만 등장했다면, <라이어 말레이시아>에서는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다. 2023년 9월 22일 10부작으로 공개된 <라이엇!(Riot!)>도 성폭행 피해자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밴드를 결성해 가해자를 폭로하며 당당하게 성범죄 인식 개선에 나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여성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바뀌면서 말레이시아 OTT 플랫폼도 대중들이 원하는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공개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환생', '회귀'라는 낯선 소재에도 현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이야기 전개로 호평을 받고 있다. 결국 현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소재 및 장르적 특성보다도 현지의 시대적 분위기에 걸맞은 캐릭터와 줄거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최근 말레이시아의 콘텐츠 소비는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르는 OTT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보수적인 방송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변화는 말레이시아 시청자가 수용 가능한 콘텐츠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여러 작품을 선택할 대안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대중적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던 다양한 한국 드라마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대한 현지 호평이 이어지고, 해당 드라마가 말레이시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앞으로 한국 드라마의 저변 확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Malay Mail》 (2023. 10. 19.) Prime Video’s first Malaysian series ‘That Cover Girl’ spotlights female entrepreneur navigating modern times (VIDEO),
https://www.malaymail.com/news/showbiz/2023/10/19/prime-videos-first-malaysian-series-that-cover-girl-spotlights-female-entrepreneur-navigating-modern-times-video/97115
-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https://flixpatrol.com/top10/amazon-prime/malaysia/
- IMDb, https://www.imdb.com/
- 틱톡 계정(@eiqamaleq), https://www.tiktok.com/@eiqamaleq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