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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외연을 확장하는 말레이시아의 영화산업

2024-06-1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3년 한 해 동안 말레이시아 극장에서 개봉한 현지 영화는 총 54편으로 전년대비 14.89% 증가했다. 한국 영화는 18편으로 전년(13편) 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객수는 3,487만 명으로 전년대비 27.73%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영화산업이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3년 영화산업 흐름을 살펴보면 그동안 주류였던 상업 영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흥행했던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샤피크 유소프(Syafiq Yusof) 감독의 영화 < 폴리스 에보 3(Polis Evo 3) >, 아드리안 떼(Adrian The) 감독의 영화 < 말밧: 미션 바카라(Malbatt: Misi Bakara) > 등 흥행 감독의 액션 영화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며 침체했던 영화계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와 더불어 대중적인 장르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추구하는 영화도 말레이시아 및 해외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다.

닉 아미르 무스타파(Nik Amir Mustapah)의 로맨틱 SF 영화 < 이매지누어(Imaginur) >는 비주류 장르임에도 누적 603만 링깃(약 17억 3,000만 원)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기대 이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누리꾼들은 "영화를 네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울었다.", "영화 너무 좋다! 이 영화가 남편을 울렸다." 등의 반응을 공유했다. 말레이시아판 <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이라는 평가를 받은 해당 작품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의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면서 과거와 현재 꿈이 뒤섞이는 현상을 겪는 주인공을 그린다. 모든 것이 엉켜버린 세상에서 혼란과 좌절, 우울을 느끼는 주인공을 통해 추억과 과거 속에 살아가는 삶을 투영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 로맨틱 SF 영화, 성적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2023년 말레이시아에서 흥행했다 - 출처: IMDb >

라이한 하림(Raihan Halim) 감독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합작 영화 < 라 루나(La Luna) >는 성적 코미디라는 파격적 장르임에도 말레이시아에서 제작 지원을 받아 주목을 받았다. < 라 루나 >는 말레이시아 보수적인 한 마을에 속옷 상점 '라 루나'가 문을 열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기존에 성적 요소를 담아낸 영화를 상영 금지한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말레이시아 영화진흥위원회(FINAS)의 필름인말레이시아인센티브(FIMI)를 통해 제작비를 지원받으며 영화계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 5.13 사건을 그려 말레이시아에서 개봉 금지된 영화 '오월의 눈' 속 한 장면 - 출처: IMDb >

그러나 여전히 말레이시아 영화계는 정치, 역사적 사실 등 민감한 문제를 다룬 영화를 검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총 키앗 운(Chong Keat Aun) 감독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합작영화 < 오월의 눈(Snow in Midsummer) >은 제8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되고 2023년 대만 금마장영화제에서 최고 장편 영화상 등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가장 많은 부문에 이름을 올려 주목받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1969년 5월 13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일어난 유혈 참사인 5.13 사건을 묘사한 해당 작품 상영을 금지했다. 5.13 사건은 5.13 사태, 민족 폭동 등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중국계, 말레이계 말레이시아인들 간 발생한 유혈사태다.

비록 여전히 검열을 정당화하는 입장이 있지만 현재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은 2022년보다 더욱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찾고 있으며 관객들은 액션, 공포물 등 대중적 장르만 선호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영화진흥위원회도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고 평가하는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제작 및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외연 확장뿐만 아니라 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낡은 관습을 벗어나고자 하는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한국 영화계와의 협업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IMDb 홈페이지, https://www.imdb.com/
- 《Utusan》 (2023. 2. 23). “Imaginur uji minda penonton”, https://www.utusan.com.my/gaya/2023/02/imaginur-uji-minda-penonton/#google_vignette
- 《World of Buzz》 (2023. 3. 20). “We never expected this to happen” – M’sian Imaginative Film Imaginur Grosses RM6 MILLION, https://worldofbuzz.com/we-never-expected-this-to-happen-msian-imaginative-film-imaginur-grosses-rm6-million/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