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하이에서는 한국 못지않게 팝업스토어가 자주 눈에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1년 사이 중국 전역에 케이팝 아이돌 굿즈 가게부터 팝업스토어까지 여러 매장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케이팝 보이그룹 세븐틴의 중국인 멤버 디에잇(徐明浩)의 생일을 맞이해 중국 팬들이 상하이 타임스퀘어(上海华润时代广场)에 사진을 도배한 것이 새삼 이례적 활동이 아니다. 주말에는 젊은 팬들이 인증 사진을 남기기 위해 해당 쇼핑몰을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쇼핑몰 내부 층마다 도배된 세븐틴의 디에잇 사진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 밖에도 세븐틴의 팝업스토어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앞으로 2주는 예약으로 거의 다 차 있었고, 현장에서 예약 시간에 맞춰 들어가려는 팬들이 한 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문 앞은 세븐틴을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봉봉이'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사진으로 다채롭게 꾸며져 있었다.
< 세븐틴 팝업스토어 뒷문에서 팬들이 입장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판매 중인 상품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문구류부터 포토카드, 음반, 인형은 물론 멤버들이 디자인에 직접 참여했거나 자주 착용하는 한국 스트리트 브랜드 '나이스고스트클럽'의 옷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옷이 빨리 소진 중이라서 얼른 발주를 넣었다."고 전했다. 그중 단연 가장 잘 팔리는 굿즈는 작은 부채 모양의 피켓이다. 가격은 69위안(약 1만 3,000원)으로 다른 굿즈에 비교하면 저렴한 편에 속한다. 랜덤 박스처럼 계산 후 뜯어보아야 어떤 구성원의 피켓 사진인지 알 수 있어 더 인기가 좋다고 한다. 특히 중국 팬들이 좋아하는 검정 배경에 멤버 사진이 실린 이번 미니 피켓은 문밖에 마련된 카드 교환 부스에서도, 소셜미디어에서도 교환하거나 중고 거래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피켓 꾸미기 - 출처: '小红书' >
위 사진은 현지 팬들이 작은 피켓을 케이스에 끼워 꾸며둔 모습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小红书)에서는 이 같은 피켓을 어떻게 꾸몄는지 자랑하고 의견 공유하는 게시물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내 최애가 예쁜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굴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커버를 씌운 것"이라는 댓글에서 중국 팬들이 얼굴이 나온 굿즈나 캐릭터 인형을 꾸미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세븐틴 팝업스토어 내부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 2024년도 하반기 중국 상하이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케이팝 아이돌
그룹명(가수) | 기간 | 장소 |
블랙핑크 | 2024.09.29.~2024.10.27. | 케리센터, 상하이 (上海静安嘉里中心)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2024.10.26.~2024.10.31. | 조이 시티, 상하이 (上海静安大悦城) |
세븐틴 | 2024.11.01.~2024.12.31. | 믹스씨 몰, 상하이 (上海静安苏河湾万象天地西里负) |
※출처: 각 아티스트의 소셜미디어 및 애플리케이션(一直娱) 공지를 참고해 통신원 정리. 상하이 외 지역에서도 동시 진행 며칠 전 종료된 블랙핑크의 팝업스토어는 팬이 아닌 현지 2030의 포토스팟으로 주목받았다. 샤오홍슈에 관련 태그를 검색하면 팬 굿즈를 인증하는 사진만큼이나 지정 포토스팟에서 촬영한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팝업스토어 관계자는 "케이팝 팝업스토어는 절대적으로 많은 젊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여성 케이팝 그룹의 경우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들어와 편하게 구경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특히 캐릭터 게임이나 포토스팟이 다양하게 기획돼 있어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도 현장에서 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굿즈 같지 않은 Y2K 스타일의 열쇠고리나 쿠션 등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소셜미디어에서 한 중국 네티즌은 "그냥 들어갔다가 충동구매를 하게 됐다."면서 "꼭 블랙핑크 팬이 아니어도 굿즈를 안살 수 없게 잘 만든 것 같다."며 굿즈 구성에 대한 호평을 전했다. 이전에는 타국가에서 진행된 콘서트나 팬미팅 등의 행사 MD를 판매하는 온라인 대리상이나 굿즈 가게가 있었지만, 요즘은 팝업스토어가 등장하면서 한국 소속사 본사와 중국 전문 대행업체 이즈위(一直娱 이하 회사명: 北京爱豆文化传媒有限公司)가 앨범 발매나 멤버 생일에 맞춰 직접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있다. 국내외 판매되는 MD에도 차이가 있다. 전문 업체와 협업하다 보니 현지 중국 팬들이 좋아하는 굿즈나 사진 등을 좀 더 유연하게 현지화해 판매 및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팝업스토어는 대도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중국 팬들이 팝업스토어 오픈을 원하고 있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에서는 "온라인과 대리상을 통해 사기를 당하거나 짝퉁 굿즈를 구매하게 될 수 있다."며 굿즈 진품과 가품을 대조한 게시물을 다른 팬들에게 공유하면서 경고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소속사가 직접 주최하는 것이 아닌 경우 굿즈 저작권 관리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한편으로 중국 팬들이 케이팝 아이돌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원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벤트성 행사 외에도 더 다양하고 볼거리 가득한 케이팝 행사를 이곳에서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통신원 촬영
성명 : 김근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상해)/상해 통신원] 약력 : 복단대학교 신문학원 매스커뮤니케이션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