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통계청은 2023년 2월 22일 자국 내 종교 관련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2020년 기준 필리핀 인구 가운데 78.8%에 달하는 8,564만 5,362명이 가톨릭(Roman Catholic) 신자였다. 뒤를 이어 무슬림이 6.4%인 698만 1,710명이었고, 1914년에 필리핀에서 창시된 이글레시아 니 크리스토(Iglesia ni Cristo) 신자가 2.6%인 280만 6,524명이었다. 상위 3개 종교를 제외하면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Seventh Day Adventist) 신자가 86만 2,725명(0.6%)로 가장 많았으며 기타 종교 신자는 8.2%인 895만 4,291명으로 집계됐다. 동말레이시아 사바와 가까운 타위-타위(Tawi-Tawi) 경우 주민 43만 8,545명 중 97.2%에 달하는 42만 6,403명이 무슬림이다. 인터림(Interim) 인구의 96.3%가 무슬림이며 술루(Sulu)는 95.2%, 라나오 델 수르(Lanao del Sur)는 94.7%가 무슬림이다. 무슬림은 필리핀 인구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라마단이 끝나는 날을 축하하는 이드 알 피트르(Eid-al-Fitr)는 필리핀 공휴일 중 하나다. 사실 가톨릭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필리핀에서 라마단이 끝나는 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2년 11월 13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글로리아 아로요는 필리핀 공화국법 제9177호(Republic Act No. 9177)를 라마단이 끝나는 날인 이드 알 피트르를 공휴일로 공포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에서 9월을 뜻하며 9월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알라에게 계시를 처음 받은 성스러운 달이다. 해마다 라마단이 다가오면 관련 전문가들은 초승달을 관측하고 그에 맞추어 라마단 시작 날짜를 발표한다. 올해 필리핀에서 라마단은 3월 2일에 시작해 3월 31일에 끝나는 것으로 발표됐다. 무함마드 언행록 하디스에 따르면 라마단 기간에는 천국문이 열리고 지옥문이 닫히며 악마들은 사슬에 묶인다고 한다. 그래서 라마단 기간이 되면 이슬람교도들은 금식과 금욕에 들어간다. 라마단은 또한 단순히 먹을 것을 입에 대지 않는다는 차원을 넘어 신에 대한 마음만이 아니라 자선 등을 통해 이웃을 향한 자비로운 마음을 표출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렇게 라마단이 끝나면 이드 알 피트르가 열린다. 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 사람들에게 이날은 단순히 하루 쉬는 날에 불과하지만 무슬림에게는 다르다. 필리핀 무슬림들 또한 라마단을 무사히 마쳤음을 축하하기 위해 모스크를 찾아 기도를 드리고 사흘 동안 벌어지는 축제인 이드 알 피트르를 즐긴다. 또한 이 기간에는 가족과 친척이 모여 선물을 주고받고 푸짐한 음식도 나눈다. 올해 라마단은 3월 31일까지로 공지됐으나 추후 조정되면서 올해 이드 알 피트르는 4월 1일이 아니라 3월 31일에 시작됐다.
< 필리핀 마트에서 판매 중인 할랄 인증 제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무슬림이 많지 않은 필리핀 수도권에서 라마단을 지내는 것은 쉽지 않다. 마닐라 파드레 캄파 거리는 인근에 대학에 많아 젊은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필리핀 전역에서 모인 젊은 세대가 많고 이들 중에는 남쪽에서 온 무슬림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지역은 라마단 기간 동안 필리핀 무슬림들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거리에서 만난 하난은 "라마단 동안 마닐라에서 금식하며 할랄 음식을 찾는 것이 고향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할랄 음식은 필리핀 무슬림들에게 안심하면서도 익숙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기도 한다. 거대 기업 네슬레 역시 이러한 부분에서 라마단 관련해 할인 행사를 진행했으며, 던킨 도넛 역시 이드 알 피트르를 축하하는 세트를 선보였다.
< (좌)라마단 맞이 네슬레의 할인 행사, (우)던킨 도넛이 선보인 알 피트르 세트 - 출처: SM CDO Downtown 페이스북 계정(@smcdodowntown) >
비록 필리핀 전체 인구에서 무슬림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정부와 사회 노력으로 이들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기업들과 교민들이 필리핀에서 활동할 때 현지의 종교적,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이 같은 노력은 한국과 필리핀이 경제,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기회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필리핀에서 무슬림은 소수지만 세계 인구 가운데 약 25%는 무슬림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세안 인구 중 무슬림 비중은 약 40%인 약 2억 6,000만 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할랄 시장 규모를 2조 8,000억 달러(약 3,700조 원)로 예상하고 있으며, 5년 후인 2030년에는 4조 9,000억 달러(약 6,5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할랄 시장 규모 확대는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에 필리핀을 비롯한 아세안 진출에 할랄 인증을 받는 등의 노력의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SM CDO Downtonw 페이스북 계정(@smcdodowntown), https://www.facebook.com/smcdodowntown/ - 《ABS-CBN News》 (2025. 2. 28). Ramadan 2025 in PH starts March 2, https://www.abs-cbn.com/news/nation/2025/2/28/ramadan-2025-in-ph-starts-march-2-2032 - 《ABS-CBN News》 (2025. 3. 30). Filipino Muslims to start Eid'l Fitr 2025 on March 31, https://www.abs-cbn.com/news/nation/2025/3/30/filipino-muslims-to-start-eidl-fitr-2025-on-march-31-1956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