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의 화제성은 여전하다. 블랙핑크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솔로곡는 글로벌 인기곡이 됐다. 시드니의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도 자주 화제가 되고 있다. 엑소(EXO)는 <으르렁>, , 등을 통해 케이팝 3세대 대표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엑소의 대중적 인기와 함께 안무를 담당했던 백구영 안무가 또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엑소의 히트곡 , , 등의 안무를 맡았던 백구영이 최근 호주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백구영의 워크숍은 2023년 서울신문의 '케이팝 커버 댄스 페스티벌(K-POP Cover Dance Festival)' 심사 이후 2년 만에 열렸다. 이번 워크숍은 퍼스, 멜버른, 애들레이드, 시드니 등 총 4개 도시에서 개최됐다. 통신원은 안무가 백구영을 4월 6일 시드니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날 수 있었다.
< 안무가 백구영 - 출처: 백구영 제공/Cosmopolitan >
호주 방문이 두 번째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워크숍 투어로 호주를 다시 찾게 된 소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2년 전 처음 호주를 방문했고 이번에는 시드니를 비롯해 여러 도시를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더욱 풍성한 경험이었습니다. 퍼스는 자연이 아름답고 깨끗해서 힐링이 됐고 한편으로 함께한 댄서들도 잘 따라와 줘서 감사했어요. 멜버른은 시내를 중심으로 돌아봤는데 인상 깊고 재미있는 시간이었고 학생들도 참 좋았어요. 애들레이드는 규모는 작지만 학생들의 열정과 반응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요 장르가 크럼프와 힙합이신데요. 댄서이자 안무가가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크럼프는 스트리트 장르 중에서 제가 가장 오랫동안 해온 스타일이라 제 주요 장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댄스 장르에 한정된 건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라 어느 면에서는 제 장점이기도 하고 또 다른 면에서는 단점일 수도 있지요. 댄서, 안무가가 된 특별한 계기라고 할 만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저나 다른 댄서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렸을 때부터 춤을 좋아했고 춤을 추면 다른 생각은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춤을 추다 보니 다른 일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어요. 결국 춤을 계속 추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된 것 같아요. 지난 2022년 원밀리언댄스와 함께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에 참여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또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저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고 싶지만 가끔은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파이널에서 저희가 진출하지 못했던 때입니다. 파이널 직전에 아쉽게 떨어져 관중석에서 파이널을 지켜봤어요. 4개의 팀이 올라간 모습을 응원하며 관람했는데 그때의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커서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나요. 정말 굉장히 슬펐던 기억이에요. 그럼에도 <스트릿 맨 파이터>에 참가하면서 여러 미션을 소화해 나갔던 순간들이 기억나요. 특히 저희 메가 크루 때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댄서들끼리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고 매일 밤을 새워가며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연습했거든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안무가 백구영 - 출처: 백구영 제공 >
보아, 동방신기, 엑소 등 여러 케이팝 아티스트와 작업하셨는데 안무 구상 시 아이디어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안무는 음악과 콘셉트를 바탕으로 기승전결과 스토리를 먼저 고민한 뒤 구성해요. 영감은 정말 어디서든 떠오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카이의 <음 Mmmh> 안무를 구상할 때는 집에서 달걀 프라이를 하다가 노른자가 가운데 남고 흰자가 퍼지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카이가 중심에 서 있고 댄서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동작이 나왔어요. 이렇게 일상 속 사소한 것들도 안무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케이팝 아티스트를 꿈꾸며 준비 중인 예비 연습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 혹은 그들이 미리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만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에요. 열심히 하다가 잠깐 쉬면 흐름을 잃기가 쉽기 때문에 일정한 리듬으로 계속 노력하는 습관이 필요하죠. 또 춤과 노래 실력은 기본이고 무대 위에서의 끼와 표정 같은 디테일도 중요해요. 짧은 순간의 표정 하나가 무대를 압도할 수 있거든요. 기술적인 연습과 함께 그런 에너지와 분위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엠비셔스의 안무가 트렌디 락이 롤모델로 언급하기도 했고, 수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안무를 창작하며 '케이팝 그룹의 아버지'로 불리는 백구영 안무가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런 평가를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제 작업, 제 일에 쉽게 만족하지 않고 늘 더 나아지기 위해 고민하는 편이에요. 스스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이 같은 꾸준한 자세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신 듯해요. 안무가 백구영을 한 단어로 표현해 본다면요? 평화주의자요. 싸움을 싫어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춤추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 안에서는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지만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평화롭고 편안한 사람으로 느껴지면 좋겠습니다. 케이팝 댄서와 안무가들이 점점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케이팝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늘 궁금한 부분인데요. 확실한 것은 케이팝의 퍼포먼스가 전 세계 팬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스타일링, 헤어 및 메이크업, 콘셉트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지는 게 큰 강점이고요. 또한 마약, 폭력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 않는 점도 팬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점에서 케이팝과 잘 맞는다고 느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티스트, 댄서,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이 케이팝만의 경쟁력이 아닐까 싶어요. 안무가로서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태양 씨와 함께 작업해 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멋있다고 생각해 왔어요. 춤도 잘 추고 이미지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죠. 2025년의 남은 계획은 무엇인가요? 2025년에는 주어진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큰 계획보다는 더 건강하고, 즐겁게, 마음 편안하게 춤추며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이번 댄스 워크숍 투어로 시드니에서 만난 안무가 백구영의 진솔한 이야기가 인상 깊다.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하려는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 그가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안무가 백구영의 바람대로 아티스트 태양과 함께 작업하는 모습 또한 기대해 본다. 앞으로도 창의적인 안무의 세계가 케이팝 대중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주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 백구영 제공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CMRC(Community Migrant Resource Centre) 가족 서비스 프로젝트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