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삐삐는 전 세계적으로 독립적이고 용감한 어린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수많은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주고 있다. 삐삐 이야기 속 '규범을 깨고 약자의 편에 서는 힘', '괴롭힘과 권력 남용에 맞서는 용기', 그리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은 오늘날 더욱 소중한 가치로 전해지고 있다. 삐삐는 이야기 속에서 혼자 모든 것을 해내는 강인한 존재로 묘사됐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존재였다. 삐삐 탄생 80주년이 되는 2025년 스웨덴에서는 삐삐의 정신을 되새기고 삐삐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마련됐다.
< 스칸센에서 진행된 삐삐 80주년 파티 - 출처: 스칸센(Skansen) >
스톡홀름 곳곳에서는 삐삐 탄생 80주년을 맞이해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5월 10일과 11일, 스톡홀름 야외 박물관이자 유원지인 스칸센(Skansen)에서는 삐삐를 위한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음악, 연극, 재미있는 놀이와 신체 활동을 포함한 삐삐의 80번째 생일 축하 파티였다. 삐삐 80주년 파티는 다가오는 9월 20일과 21일 주말에 스칸센에서 다시 개최될 예정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 홈페이지는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파티에 쓰일 수 있도록 인쇄용 공예, 장식, 놀이를 담은 파일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배포했다. 또한 도서관과 학교에서 쓸 수 있는 약 20분 길이의 특별 연극 대본도 제공해 어린이들이 무대에서 삐삐 이야기를 직접 재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삐삐, 아니카, 토미가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도 공개하며 삐삐의 80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삐삐 열풍은 다양한 제품의 제작으로도 이어졌다. 스웨덴 식품 브랜드 쿵스욀넨(Kungsörnen)은 기념 캠페인과 함께 삐삐가 이야기 속에서 잘라먹던 파스타 비슷하게 생긴 '삐삐 컷 스파게티'를 출시했고, 뉴욕의 스웨덴 캔디 브랜드 본본(BonBon)은 '삐삐 금화 사탕'을 선보였다. 또한 선행을 장려하는 친절 캘린더(Snällkalendern)는 린드그렌 AB(Lindgren AB)와 협업해 2025년 삐삐 80주년 특별판 달력을 제작해 삐삐의 정신을 되새겼다.
< (좌)삐삐 스파게티, (우)삐삐 금화 사탕 - 출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 홈페이지 >
올여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문화축제(Kulturfestivalen)는 삐삐 롱스타킹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활기를 띠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곳은 삐삐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화를 테마로 한 박물관 유니바켄(Junibacken)의 부스였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삐삐가 이야기 속에서 했던 줄타기, 저글링, 힘겨루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삐삐의 여행 가방은 얼마나 무거울까?'라는 퀴즈를 통해 삐삐의 가방을 직접 들어볼 수도 있었다.
< 문화축제(Kulturfestivalen)의 삐삐 관련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출판사 사가 에그몬트(Saga Egmont)는 연극 <어서! 어서!(Kom an! Kom an!)>를 무대에 올렸다. 작품은 삐삐가 탄생한 1940년대의 역사적 맥락을 오늘날의 무대 예술로 재해석하며 시대를 넘어 사랑받아온 삐삐의 힘을 새롭게 조명했다. 삐삐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기리는 오디오 드라마 프로그램과 헌정 공연도 열렸다. 관현악단과 어린이 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올라 린드그렌의 대표 작품 속 음악을 현대적으로 편곡해 들려주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어 가수 사라 리델(Sarah Riedel)과 스웨덴 재즈 연주자들이 함께한 공연도 진행됐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품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 게오르그 리델(Georg Riedel)의 곡을 재즈로 재해석해 고전적인 선율을 새롭게 되살려냈다. 이번 프로그램들은 남녀노소의 사람들을 다시 삐삐 이야기 세계 속으로 초대하기에 충분했다.
< 도서 '삐삐 롱스타킹(Pippi Långstrump)' - 출처: 'Omni'/Rabén & Sjögren >
지난 10년 동안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품의 도서 대출 건수는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예외는 『삐삐 롱스타킹(Pippi Långstrump)』이었다. 삐삐 시리즈는 여전히 최상위 대출 도서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창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상위 100위 목록에 거의 오르지 못했다. 린드그렌의 출판사 라벤 & 회그렌(Rabén & Sjögren)의 출판 매니저 제니 블롬 카스텐포스는 "오히려 삐삐의 굳건한 위치야말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다른 책들이 오늘날 아이들의 의식 속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80년 전에 쓰인 책이 여전히 상위에 머무르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놀라운 일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2025년 봄 해당 출판사는 삐삐 시리즈의 7권의 신작을 출간했다. 이에는 삐삐를 주제로 한 그림만화책 『삐삐가 소풍을 간다』, 그리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전기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 삐삐 탄생 80주년 기념을 통해 삐삐가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새로운 창작과 산업으로 꾸준히 확장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Astrid Lindgren, https://www.astridlindgren.com/se/karaktarerna/pippi-langstrump/pippi-80 - Kulturfestivalen, https://kulturfestivalen.stockholm.se/program/ - 《Omni》 (2025. 7. 6). Färre lånar Astrid Lindgren – men Pippi står stark, https://omni.se/farre-lanar-astrid-lindgren-men-pippi-star-stark/a/XjmPPb - 《SVT》 (2025. 5. 11). Pippi Långstrump firar 80 år på Skansen – lockar nya små fans, https://www.svt.se/nyheter/lokalt/stockholm/pippi-langstrump-firar-80-ar-pa-skansen-lockar-nya-sma-fans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번역가, 통역사, 공공기관 조사연구원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