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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2025-3
미국
앤쓰로픽 및 메타 케이스의 비교 분석(이대희)
1. 개요
지난 6월 23일 및 25일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앤쓰로픽(Anthropic) 및 메타(Meta)의 AI 모델(Clause 및 Llama) 학습과 관련하여 공정이용 여부에 대하여 처음으로 판단하였다. 앤쓰로픽은 해적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서적과 ㉯디지털화된 서적으로 구성된 Central library(이하 ‘라이브러리‘)를 구축하여 학습시켰고, 메타는 ‘그림자도서관’에서 서적을 다운로드받은 후 학습시켰다. 양 케이스 모두 ①학습이 변형적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점에서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②해적 사이트에서의 다운로드 행위의 변형적 이용 여부와 ③희석에 따른 시장의 영향을 분석하는데 있어서는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였다.
앤쓰로픽 및 메타 케이스는 모두 집단소송으로 시작되었지만, 판결이 미치는 작가들(원고)의 범위는 다르다. 메타 판결은 13명의 작가들에게 한정되는데, 이는 메타가 작가 Kadrey 등 13명을 대상으로 약식판결을 청구하였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앤쓰로픽 판결의 효과는 ‘일정한 작가 집단’에게 미치는데, 학습의 공정이용 여부에 대한 판결이 나온 이후인 7월 17일 법원이 그림자도서관인 LibGen & PiLiMi에서 다운로드받은 서적의 저작권자들을 집단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기 때문이다. 앤쓰로픽 케이스는 해적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은 행위는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결하였고, 이에 따라 해적행위의 저작권 침해 여부, 침해의 고의 여부, 실손해 및 법정손해배상 규모 등을 판단하기 위한 심리가 12월에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25.8.26. 원∙피고 양측이 ‘집단’의 차원에서 핵심조건에 대하여 합의함으로써, 이들의 AI 저작권 분쟁은 화해로 종결될 예정이다.
이 글은 AI 학습의 공정이용 여부에 대하여 앤쓰로픽 및 메타 케이스의 판시 내용을 비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공정이용의 판단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첫째 및 넷째 요소를 중심으로 양 케이스의 동일 또는 차이점을 비교하고자 한다.
2. 주요 내용
1) 접근방법의 차이
앤쓰로픽 및 메타 케이스는 AI 학습의 공정이용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으나, 이를 분석함에 있어서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존재한다.
접근방법의 차이를 구분, 판단대상, 목적과 성격, 변형성, 시장영향, 공정이용 여부를 나타낸 표
구분
판단대상
목적과 성격 : 변형성
시장영향
공정이용 여부
앤쓰로픽
학습
O
동일 결과물
X
O
경쟁 결과물
X
이용허락 시장
X
디지털화
O
중립
해적 행위
X
O
X
메타
다운로드 + 학습
O
정보역류
X
O
이용허락 시장
X
시장 희석
X
첫째, 판단 대상에 있어서 앤쓰로픽 케이스는 ①LLM 학습과 ②라이브러리를 구축으로 구분하고, 후자에 대하여 다시 ㉮구매한 서적의 디지털화 ㉯해적행위로 구분하여 공정이용 여부를 논의(개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메타 케이스는 양자를 구분하지 않고, 학습을 중심으로 논의하지만 수집을 학습에 포함시켜 전체적으로 공정이용 여부를 논의(통합 분석)하고 있다. 양자의 이러한 접근방법의 차이는 케이스의 결론을 달리하는데 직접 관계된다.
둘째, 양 케이스는 시장에 대한 영향을 평가함에 있어서 분석 대상을 동일하게 보고 있다. ①학습데이터의 이용허락시장 뿐만 아니라, ②동일 결과물의 생성(앤쓰로픽) 및 정보 역류(메타)와 ③경쟁 결과물(앤쓰로픽) 및 시장 희석(메타)도 사실상 동일하다.
2) AI 학습의 변형적 이용
앤쓰로픽 및 메타 케이스는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이 모두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앤쓰로픽 케이스는 LLM을 학습시키기 위한 저작물 이용의 목적과 성격이 “본질적으로(quintessentially) 변형적 이용”이라고 판시하였다. 법원은 AI 모델과 인간의 학습이 동일하고, AI 모델은 ‘암기’를 하더라도 창의적 표현 요소를 생성하지 않으며, 스타일은 보호되지 않는데, 입력된 프롬프트에 따라 새로운 결과물로 응답하는 것은, 창작 인센티브를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과학과 예술의 진보를 증진시키는 것으로서, 저작권자가 통제할 수 없는 분야이고 누구든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메타 케이스도 이 사안에서의 저작물 이용은, 다양한 텍스트를 생성하고 광범위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혁신적 도구인 LLM을 학습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높은 수준의(highly) 변형적 이용”이라고 판시하였다. 메타 케이스는 변형적 이용을 판단하는 전형적 기준을 적용하여 LLM을 개발하기 위한 서적의 복제가 서적 자체와는 다른 목적과 성격의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곧 Llama는 이메일 수정, 번역, 대본 작성, 아이디어 창출이나 보고서 작성 지원 등을 위한 것이지만, 서적은 오락이나 교육을 위한 것이다. 또한 AI 학습은, 단어가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는지에 대하여 ‘통계적 패턴’을 배우는 것이고, AI 모델은, 개인에게 교육시키는 경우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창의적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므로, 인간이 서적을 읽는 목적이나 성격과 다르다고 하였다.
법원이 AI 학습을 변형적이라고 한 것은 우리 사회가 AI를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하고 이를 수용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곧 AI 학습은 인간이 책을 읽고 암기하고, 기억에서 떠올려 작문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고, 이러한 학습은 인류의 오랜 전통에 해당한다. 이러한 행위를 할 때마다 사용료를 지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학습은 학습데이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기 위한 것이다.
양 케이스는 모두 AI 모델의 상업적 성격을 인정하였지만, 상업적 성격이 첫째 요소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특히 메타 케이스는 저작물 이용이 매우 변형적인 경우에는 상업적 성격의 중요성이 떨어지므로, 첫째 요소에서 저작권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3) AI 모델의 암기, 정보 역류 및 스타일
AI 모델의 암기와 정보 역류(regurgitation)는 학습의 공정이용 여부와 및 AI 결과물에 의한 저작권 침해와 관계된다. 앤쓰로픽 케이스에서 저작권자들은 AI 결과물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법원은 AI 모델이 암기를 하더라도 창의적 요소나 스타일을 생성하지 않으며, 스타일은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메타 케이스에서도 법원은 프롬프트를 공격적으로 입력하더라도 서적의 단어 50개를 초과하여 생성하지 않으며 따라서 정보 역류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스타일은 보호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양 케이스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결과물을 생성하는 경우에는 학습의 변형적 이용 여부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따라서 OpenAI가 자신의 저작물(신문 기사)을 그대로(verbatim) 결과물로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NY Times 케이스에는 학습에 관한 양 케이스의 논리가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4) 서적의 디지털화: 앤쓰로픽
앤쓰로픽은 원고 서적을 포함하는 수백만 권의 인쇄본 서적을 구매한 후, 이를 디지털 형태의 포맷으로 변경하여 라이브러리를 구축하였다. 스캐닝을 하면서 원저작물(인쇄본)은 파기되었고, 디지털본을 제3자에게 제공하지도 않았다. 법원은 포맷 변경이, 용이한 저장과 검색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변형적 이용이라고 판시하였다.
법원의 판시는 AI 학습을 위하여 1부의 저작물만 구매하면 충분하다는 것으로서, AI 학습과 같이 독자와 출판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용허락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면제한 것이다. 법원은 AI 학습을 독자가 연구할 권리와 같이 파악하였고, 법원의 판시는 최초판매의 원칙을 적용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5) 해적행위의 변형적 이용 여부
앤쓰로픽 및 메타 케이스의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해적 행위(해적 사이트로부터 다운로드)의 공정이용 여부이다. 앤쓰로픽은 700만 부를 초과하는 서적을 다운받은 후 이를 라이브러리에 보관하였고, 학습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후에도 라이브러리에 보관하였다. 메타는 그림자도서관에서 서적을 다운로드받아 AI 모델을 학습시켰다. 일반적으로 해적사이트로부터 다운로드받는 행위는 당연히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AI 학습을 목적으로 다운로드받는 행위‘가 공정이용이 되는가 문제되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 양 케이스가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앤쓰로픽 케이스에서 법원은 ”해적 사이트로부터 교재를 복제한 자는 이미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하면서 변형적 이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매우 강한 어조로 판시하고 있다. 법원은 해적 사이트에서 복제하는 것 그 자체가 저작권 침해이며, 복제 이후 LLM 학습을 위하여 보관∙이용하더라도 (해적사이트에서의 다운로드가) 변형적 이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변형적 이용을 부정하는 주된 근거는 해적행위, 곧 ”구매하거나 기타 적법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복제물을 해적 사이트로부터 다운로드한다는 것이었다. ”적법하게 이용가능한 복제물의 해적행위는, 복제물이 변형적 용도로 사용되고 즉시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inherently, irredeemably) 저작권을 침해“하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 위하여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복제물을 해적행위로 획득하고 보관하는 것은, 이러한 획득 및 보관이 여러 목적을 위하여 유용한 것이라고 입증하더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저작물 이용이며 변형적 이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메타 케이스는 ①다운로드와 ②학습을 분리하지 않고 양자를 함께 판단하였는데, ”다운로드는 궁극적인(ultimate) 목적인 Llama의 학습이 매우 변형적이라는 목적에서 고려되어야“ 하고, ”학습을 위한 서적 이용의 궁극적인 목적이 변형적이므로 서적의 다운로드도 변형적“이라고 판시하였다. 메타 케이스는 해적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은 것 중에서 ‘학습에 사용되지 않은 복제물’에 대해서도 변형적 이용을 인정하였다. 곧 모든 복제물은 LLM 학습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고, 일부분이 학습데이터로 사용되지 않은 경우에도 ”공정이용은 저작물의 2차적 이용자가 최대한 적은 숫자의 복제물을 이용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메타 케이스의 이러한 판시는 앤쓰로픽 케이스의 입장과 상반될 뿐만 아니라 AI 학습의 공정이용 여부와 관련하여 큰 의미를 가진다. 앤쓰로픽 케이스는 해적행위에 의한 수집과 학습에 사용되지 않은 복제물은 변형적 이용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메타 케이스는 해적 사이트로부터의 다운로드도 학습과 같은 변형적 이용을 위한 것이라면 역시 변형적 이용이 될 수 있고, 학습에 이용되지 않은 복제물도 변형적 이용이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AI 학습과정의 출발점인 해적판 다운로드도 변형적인 성격인 학습에 포섭될 수 있다는 것이다.
6) 저작물 시장 및 가치에 대한 영향 (1) 해적 복제물
앤쓰로픽 케이스는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 위한 해적 복제물이 서적에 대한 수요를 대체한다고 판시하였다. 저작물을 공정이용할 의도가 있다고 하여 전체 복제물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며, 특히 공정이용을 간단하게, 비용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복제물을 훔칠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곧 구매할 수 있었던 저작물을, 변형적 이용을 할 의도만 있다고 하면,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공정이용으로 허용하는 경우 출판시장 전체를 붕괴시킨다고 판시하였다. (2) 학습데이터와 동일한 결과물의 생성
양 케이스에서는 학습데이터와 동일한 결과물의 생성은 문제되지 않았으므로 이에 따른 시장 영향도 문제 되지 않았다. (3) 이용허락 시장: 잠재적 시장의 부인
저작권자들은 그동안 LLM 학습에 의하여 ‘학습을 위한 이용허락 시장’이 대체된다거나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앤쓰로픽 및 메타 케이스 모두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앤쓰로픽 케이스는, 이용허락 시장이 발달할 수 있더라도, 저작자가 이용할 권리가 있는 시장이 아니라고 하였고, 메타 케이스는 이용허락 시장이 ‘이론적 시장(theoretical market)’으로서 저작권자가 독점할 권리는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앤쓰로픽 및 메타 케이스는 모두 동일하게 이용허락 시장을 잠재적 시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양 케이스는 이용허락 시장이 잠재적 시장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서 모두 ‘순환 논리’의 배제를 들고 있다. 메타 케이스는 “잠재적 시장이 ‘이론적인 이용허락 시장’으로 정의되는 경우, 저작권자는 잠재적 시장의 손실”을 겪게 되어 항상 저작권자에게 유리하게 되고, 잠재적 시장에 대한 분석이 “순환 논리에 빠져 항상 저작권자에게 유리하게 되지 않도록, 변형적인 목적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용료 손해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순환 논리의 배제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잠재적 시장 설정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순환 논리’란 논리적 논증에서 특정한 주장을 하면서 그 주장의 근거로 다시 그 주장을 사용하는 오류, 곧 논리의 출발점과 도착점이 동일하여 자기 자신이 자신 스스로를 증명하여 설득력이 없어지는 오류를 의미한다. 공정이용 케이스에서 저작권자가 사용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하여 시장에 대한 영향을 인정하면, 공정이용 판단은 항상 저작권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공정이용이 인정될 여지가 없게 된다. 이같은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하여, Leval 판사는 ‘합리적으로 상당한 손해(reasonably substantial)가 발생’할 정도가 되어야 잠재적 시장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4) 시장 희석
앤쓰로픽 케이스는 LLM에 의하여 저작물과 경쟁하는 결과물이 폭발적으로 생성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들의 주장은 학생들의 작문 학습에 의하여 원저작물과 경쟁하는 저작물이 폭발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서, 이러한 경쟁은 저작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학습은 오히려 창작을 증진한다고 판시하였다. 앤쓰로픽 케이스의 이러한 논의는 메타 케이스가 논의하는 ‘시장 희석‘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메타 케이스는 ‘시장 희석’을 상세하게 논의하면서 AI에 의하여 서적시장이 희석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AI 결과물은 ①학습데이터(원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②침해하지는 않지만 원저작물과 경쟁할 수 있는데, 후자가 ‘시장 희석’에 따른 영향이다. LLM은 엄청난 텍스트를 양산할 수 있고, 이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해당 분야의 저작물 판매를 잠식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저작물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며, 저작자(예컨대 저작자의 명성 여부)나 저작물 유형(높은 퀄리티의 이미지, 정확한 정보, 비소설 장르 v. 소설 장르)에 따라 희석 여부나 희석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메타 케이스는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AI 결과물도 저작물 대신 이용되거나 시장에 범람하여 창작 인센티브를 감소시키는 등 시장 희석의 정당성을 논의하면서, AI에 의하여 저작물 시장이 손상받을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넷째 요소가 공정이용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당사자들이 ‘약식판결’을 청구하였고 원고가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7) 약식판결과 입증
앤쓰로픽 앤쓰로픽 및 메타 케이스에서는 약식판결(summary judgment) 청구가 이루어졌다. 곧 앤쓰로픽은 자신의 저작물 이용이 공정이용이라는 약식판결을 청구하였고, 메타 케이스에서는 원고가 메타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고 공정이용이 아니라는 원고 승소의 약식판결을 청구하고, 메타도 공정이용이라는 피고 승소의 약식판결을 청구하였다. ‘약식판결’은 ‘주요 사실관계’에 관하여 ‘진정한 다툼’이 없고 따라서 법률적 판단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내리는 판결이다(FRCP §56). 소송을 신속하게 진행하여 종결시키기 위한 제도다.
약식판결을 청구한 당사자가 승소하기 위하여서는 사실관계에 관한 자신의 주장이 다툼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따라서 약식판결을 청구한 앤쓰로픽은 주요한 사실관계(공정이용의 4가지 요소, 특히 변형적 이용 및 시장 손상의 결여)에 관하여 진정한 다툼이 없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법원은 학습에 대해서는 공정이용으로서 앤쓰로픽에게 승소판결을 하였지만, 해적 사이트에서의 복제는 앤쓰로픽의 약식판결 청구를 인용하지 않았다.
메타 케이스와 같이 교차 약식판결 청구의 경우, 각 당사자는 자신의 주장은 다툼이 없는데, 상대방의 주장은 다툼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법원은 각 당사자의 청구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증거와 법리상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 우열을 가리게 된다. 원고는 유효한 저작권 소유와 메타의 다운로드를 입증함으로써 저작권 침해 요건을 입증하였다. 메타는, 저작권 침해라는 원고 승소 약식판결을 막으려면, 저작권 침해에 대하여 다툼이 있다는 것, 곧 자신의 이용이 공정이용이라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메타는 이를 결정적일 정도로(conclusively) 입증할 필요는 없고, 사실관계에 관한 심리를 할 필요 없이, 약식판결을 받을 정도로, 공정이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정도의 입증만 하면 된다. 법원은 메타가 시장에 대한 영향이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입증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따라서 메타에 대한 약식판결 인용을 배척하려면, 이제 원고가 시장의 영향에 대한 진정한 다툼이 있다고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입증은 저작물의 판매 감소, 이용허락 시장 침해, 소비자 대체 등에 대한 경험적 증거(empirical evidence)에 의하여야 했다. 특히 첫째 요소에 있어서 이미 ‘높은 정도의 변형적 이용’이 인정된 상황에서, 원고가 시장에 대한 영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진정한 다툼이 있는 것이 되어 넷째 요소만이라도 메타에게 약식판결이 인용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입증하여야 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제시한 증거가 추측에 불과한 것으로서, 시장의 희석에 대한 진정한 다툼을 인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경험적 증거를 제시하였더라면 사실관계에 관한 진정한 다툼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넷째 요소는 다툼이 있는 것이 되어, 메타에 대한 승소 판결을 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심리하는 단계로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결국 메타 케이스에서 법원이 시장 희석에 의하여 시장이 영향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에 대한 입증을 하지 못함으로써, 넷째 요소도 메타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3. 결론 및 시사점
앤쓰로픽 및 메타 케이스는 AI 학습을 공정이용이라고 판시함으로써 AI 저작권 소송에서, 상당한 사시점을 제공하고 있다. 첫째, AI 학습이 ‘본질적으로 변형적인 이용’이라거나 ‘높은 수준의 변형적 이용’이라고 함으로써, AI 학습의 변형적 이용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비록 1심에 불과하지만, 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AI 저작권 소송은 물론이고, 공정이용 규정이 있는 한국에 대해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양 케이스가 학습에 대해서는 AI 개발자들에게 승리를 안겨주었지만, AI 개발자들이 모든 분야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다. 앤쓰로픽 케이스는 학습과 서적의 디지털화를 공정이용으로 인정하였지만, 해적행위는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AI 개발자들은 ①해적행위에 의한 복제와 ②라이브러리에서 학습 이외의 목적으로 복제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담한다. 학습데이터 수집이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AI 개발자가 아니라 저작권자의 승리가 된다. 결국 앤쓰로픽 케이스는 AI 개발자에게 학습데이터를 적법하게 확보하고, 수집한 데이터 중에서 학습용 복제물과 특정되지 않은 용도의 복제물을 구분하여 관리하여야 하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앤쓰로픽의 이러한 결론은 이 케이스의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르게 된 요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메타 케이스는 그림자도서관에서의 수집도 변형적 이용이 된다고 함으로써 수집에 있어서도 개발자들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AI 개발자가 진정 승리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곧 저작권자들이 시장 희석을 입증하지 못함으로써 공정이용이라고 판시한 것뿐이다. 법원도 이 판결이 ”LLM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은 적법하다“는 입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원고들은 주장을 잘못하였으며, 정당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고 있다. 향후 AI 저작권 소송에서, 저작권자들은 시장 희석을 입증할 과제를 부여받은 셈이다.
셋째, 양 케이스는 학습을 위한 이용허락 시장을 잠재적 시장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메타 케이스는 희석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곧 공정이용의 넷째 요소로 고려될 수 있는 시장을 인정하였다.
넷째, 양 케이스는 해적 복제물과 시장 희석에 대하여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적 사이트에서의 다운로드는 저작권 침해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형적 이용에 해당한다는 메타 케이스의 판시는 획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작권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양 케이스는 이용허락 시장을 잠재적 시장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이용되는 것에 대하여 사용료를 청구할 권리가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였다.
여섯째, 양 케이스에서는 AI 결과물에 의한 저작권 침해가 주장되지 않았고 침해에 해당하지도 않았는데, 저작권을 침해하는 결과물이 생성되는 경우에는 학습의 변형적 이용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 Andrea Bartz et al. v. Anthropic PBC., 3:24-cv-05417-WHA, Order on Class Certification
- Andrea Bartz et al. v. Anthropic PBC., 3:24-cv-05417-WHA
- Richard Kadrey et al. v. Meta Platforms Inc., 3:23-cv-03417-VC
- Wright & Miller, Federal Practice and Procedure § 2720.
- Pierre N. Leval, Toward a Fair Use Standard, 103 Harv. L. Rev. 1105, 1126-1127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