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타이베이 비엔날레(14th Taipei Biennial)가 '지평선의 속삭임(Whispers on the Horizon)'이라는 주제로 지난 11월 1일 개막했다. 1998년에 시작된 타이베이 비엔날레는 국제 무대에서 대만 현대 예술의 지위를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현대예술 네트워크에 타이베이를 성공적으로 진입시켰다고 평가받는다.
< 제14회 타이베이 비엔날레 포럼 타임테이블 - 출처: 통신원 촬영 >
올해 타이베이 비엔날레는 독일을 대표하는 베를린의 국립현대미술관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 관장인 샘 바더윌과 팀 펠라트가 공동 큐레이션했다. 열망(yearning)의 개념을 향수가 아닌 현실과 이상 사이의 생생한 긴장으로 탐구한 이번 비엔날레에는 35개국 출신 5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김민정, 김조은, 탁영준, 이수경 등 한국 작가들도 이번 비엔날레에 다수 참여했다. 개막을 맞은 주말에는 포럼이 진행돼 보다 다채롭게 타이베이 비엔날레를 경험할 수 있었다. 첫날 진행된 포럼에는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한 김조은, 이수경을 비롯한 작가들이 참여해 전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청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포럼은 사전 등록자에 한해 무료로 진행됐으나 신청자가 몰려 등록하지 못한 관람객들이 현장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11월 1일 제14회 타이베이 비엔날레 포럼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아티스트 토크 세션에서 첫 번째로 발언을 시작한 이수경 작가는, 대만에 대한 인상을 공유했고 영문 시를 암송하며 포럼 참석자들과 감상을 나누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케이-아츠 온더고' 사업의 지원을 받아 대만을 찾은 이수경 작가는 이번 타이베이 비엔날레에서 지난 20년간 진행해온 '번역된 도자기(Translated Vase)' 연작을 선보인다. '번역된 도자기' 연작은 걸작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도예가들에게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예술로 재탄생 시킨 작품이다. 이번 타이베이 비엔날레에서는 특별히 제작한 '번역된 도자기 - 우리가 다시 만날 때'를 선보인다. 해당 작품은 당나라 시기의 여인 기마상에서 영향을 받아 새롭게 만든, 오랫동안 진행해온 '번역된 도자기' 작업의 새로운 형태다. 이수경 작가는 아티스트 토크에서 이번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2015년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국립고궁박물원을 방문했고 그곳의 수많은 정교한 유물 중에서도 특히 당나라 여인 기마상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며 그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이번 비엔날레의 기획서를 읽던 어느 날 그 모습이 문득 생생하게 되살아나 이 여인상을 이번 작품에 담아내기로 결심했다." 타이베이 아트 비엔날레 홈페이지는 이수경 작가의 작품에 대해 "치유의 회복을 주제로 하며 동시에 다른 문화 간 사유의 교차와 대화를 이끌어낸다."고 소개했다.
< '번역된 도자기_우리가 다시 만날 때_2025' - 출처 : Lu Guo-Way/타이베이 시립 미술관 >
함께 세션에 참여한 대만 가오슝 출신의 작가 스카일러 첸(陳柏豪)은 "가오슝의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동성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백색공포와 같이 대만에서 실존했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사용하는 사유와 동서양 아티스트들의 표현방식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가 기인한 원인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화자로 나선 김조은 작가는 완벽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매일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자신의 창작 루틴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한 질의와 답변 또한 이어졌다. "생성형 AI가 예술 창작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김조은 작가는 "생성형 AI가 아름다운 최종 결과물을 산출할 수는 있으나 이는 중간 과정이 없다."고 말하며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창작물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이수경 작가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생성형 AI와 관련 있으며 새로운 미디어의 도입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한편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는 현직 작가들의 발언을 통해 생성형 AI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지속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비주얼 아트와 문학 간 접점을 논하기도 했다. '열망에 대하여: 세상을 감각하는 법(On Yearning: How to sense the world)' 세션에서는 대만을 대표하는 작가 우밍이와 함께 그리움이 어떻게 감각을 형성하는지에 대해 탐구했다. 동아시아적 시각으로 대만 문학과 한국 문학을 비교 연구하며 대만 학계에 한국 문학을 소개해온 최말순 국립정치대학 대만문학연구소 교수 또한 패널로 참여해 열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 제14회 타이베이 비엔날레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대만의 영자 신문사 《Taiwan News(타이완 뉴스)》는 지난 11월 1일 보도를 통해 이번 타이베이 비엔날레의 콘셉트가 허우 샤오시엔(侯孝賢) 감독의 영화 <희몽인생>의 인형, 천잉전(陳映真)의 단편소설 『내 동생 캉슝(My Brother Kang Xiong)』의 일기, 그리고 우밍이(吳明益)의 소설 『자전거 도둑(The Stolen Bicycle)』의 자전거에서 왔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들은 로컬의 이야기에 깊게 몰입할수록 이는 세계를 관찰하는 렌즈가 된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제14회 타이베이 비엔날레는 오는 2026년 3월 29일까지 계속된다. 본 전시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케이-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http://www.k-go.or.kr/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Lu Guo-Way/타이베이 시립 미술관(Courtesy of the artist and Taipei Fine Arts Museum) - 《Taiwan News》 (2025. 11. 1). Taipei Biennial explores yearning, https://www.taiwannews.com.tw/news/6233520 - 최말순, & 박용재. (2013). 대만문학과 한국문학 사이에서-최말순 교수와의 인터뷰. 상허학보, 38, 357-382. - 김영미. (2020). 제 1 회 타이베이 비엔날레가 보여주는 타이완 컨템포러리와 새로운 정체성. 중국연구, 85, 243-266. - 타이베이 비엔날레 홈페이지, https://www.taipeibiennial.org/main/news_page.aspx?id=156, https://www.taipeibiennial.org/2025/tw/content/Yeesookyung - 《臺北旅遊網》 (2016. 9. 30). Taipei Biennial, https://www.travel.taipei/ko/news/details/8194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만/타이베이 통신원] 약력 : 국립정치대학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