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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저작권 전쟁의 한복판

2026-02-1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최근 이탈리아에서 디지털 저작권 보호를 둘러싼 대규모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통신규제기관 Agcom(Autorità per le Garanzie nelle Comunicazioni)이 시행하는 국가 차원의 저작권 보호 시스템인 ‘피라시 실드(Piracy Shield)’가 중심에 있으며, 글로벌 인터넷 인프라 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와의 갈등이 연초 주요 기술·정책 뉴스로 떠올랐다.

피라시 실드는 2024년 도입된 국가적 저작권 보호 플랫폼으로, 불법 콘텐츠 유통, 특히 스포츠 중계 불법 스트리밍을 신속히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기존의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단순 차단을 넘어, 인터넷 기반 인프라 전반(DNS·VPN·CDN 등)에 대한 차단 요청이 가능하며, 권리자가 신고한 불법 콘텐츠는 최대 30분 이내 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당초 스포츠 불법 중계를 중심으로 시행된 피라시 실드는 이후 영화, TV 시리즈, 음악 등 모든 유형의 저작물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이러한 확대 조치는 2025년 7월 Agcom이 저작권 관련 온라인 규제 조항을 수정하면서 정식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불법 콘텐츠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IP 주소나 도메인 이름을 DNS 수준까지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이 규제기관에 부여됐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접속 차단 논란의 중심에 선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접속 차단 논란의 중심에 선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 출처: '아이티데일리(Itdaily)' >

이러한 규제 강화는 곧바로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충돌로 이어졌다. 미국 기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Cloudflare는 Agcom의 차단 요청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회사 측은 자사의 대표 서비스인 1.1.1.1 DNS resolver를 통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정 국가의 요청에 따라 서비스를 차단하도록 하는 것은 기술적·운영적 한계를 넘어 인터넷 자유와 중립성 문제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gcom은 2026년 1월, Cloudflare에 약 1,400만 유로(한화 약 24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벌금은 회사 글로벌 매출의 1%에 해당하며, Agcom 측은 Cloudflare가 이탈리아 저작권 보호 법령에 따른 차단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이탈리아 내에서 “기록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 규제가 글로벌 인터넷 인프라 기업의 운영과 직접 충돌한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Cloudflare는 단순히 벌금을 납부하는 수준을 넘어, 이탈리아 시장 전체에서 철수할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응하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매튜 프린스(Matthew Prince) 클라우드플레어 최고경영자(Cloudflare CEO)는 이번 조치를 “인터넷의 중립성과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하며, 이탈리아 내 서비스 종료나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관련 무료 보안 서비스 지원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를 두고 “저작권 보호와 인터넷 자유 사이의 미묘한 경계”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피라시 실드가 인터넷 인프라 전반을 차단 대상으로 삼는 구조는 기술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DNS 수준 차단은 정당한 서비스까지 오작동으로 차단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례로, 이전 피라시 실드 운영 과정에서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 서비스가 오작동으로 차단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건은 기술적 효율성과 사용자 권리가 충돌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이탈리아 내부 저작권 논쟁은 한국 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문화산업은 글로벌 OTT와 음악·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해외 시장에서의 저작권 보호를 지속적 과제로 안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불법 유통은 단순한 법률·경제적 문제를 넘어, 국가 브랜드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히 한류 드라마·영화·음악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는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와 직접 연결된다.


피라시 실드 사례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국가가 어느 수준까지 규제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불법 콘텐츠 제공 사이트만을 대상으로 한 조치라면 기술적 해결책 차원에 머물 수 있지만, DNS·VPN·CDN 등 인터넷 인프라 계층까지 포함하는 규제는 글로벌 기업과의 충돌은 물론,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중립성 문제라는 보다 근본적인 논쟁을 촉발한다.


한국에서도 불법 스트리밍 대응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현재는 해외 저작권 보호 시스템과 글로벌 디지털 규제 환경을 이해하고 대응 전략을 준비할 시점이다. 이탈리아 피라시 실드 사례는 한국 콘텐츠 업계와 정책 입안자에게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Wired Italia≫(2026. 1. 8), ’Agcom multa Cloudflare perché non rispetta le regole del Piracy Shield’, 
https://www.wired.it/article/agcom-multa-cloudflare-oltre-14-milioni-euro-violazione-norme-piracy-shield/?utm_source=chatgpt.com
- ≪AGCOM≫(2026. 1. 8), ‘Piracy Shield anche per film, serie tv e musica pirata. Ampliate le tutele del regolamento per il diritto d’autore online’, 
https://www.agcom.it/comunicazione/comunicati-stampa/comunicato-stampa-48?utm_source=chatgpt.com
- ≪AGCOM≫(2026. 01. 12), ‘Cloudflare refuses to censor 1.1.1.1 resolver and fights Italian fine of 14 million euros’, 
https://itdaily.com/news/network/cloudflare-piracy-shield/?utm_source=chatgp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