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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형 서점 '풀리 북드' 추천 도서의 공통점은...

2026-03-2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6년 필리핀 서점가는 단순한 독서를 넘어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갈구하는 독자들 열기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러한 지적 갈증 속에 《필스타(Philstar)》와 《웨닌마닐라닷컴(Wheninmanila.com)》 이 발표한 ‘2026년 추천 도서’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필리핀인들이 마주한 현실과 고민을 생생하게 투영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문학(K-Literature) 위상이다. 이제 한국 문학은 필리핀 서점가에서 일시적 유행을 넘어 독립 분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앞서 언급한 ‘2026년 추천 도서’ 목록은 필리핀 대형 서점인 ‘풀리 북드(Fully Booked)’가 2026년을 맞아 독자들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기대작 16권을 엄선한 것이다. 해당 목록은 문학, 예술, 심리학, 그리고 사회 비평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필리핀 신작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도서들까지 폭넓게 구성되어 있다. 필리핀에서 5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풀리 북드’가 올해 선정한 도서들은 해체와 재정의를 통해서 ‘정해진 틀’을 깨부수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2026년 풀리 북드 선정 추천 도서 16선

< 2026년 풀리 북드 선정 추천 도서 16선 - 출처: '필스타(Philstar)' 사이트 >

먼저 『80년대 볼드 스타의 아들(Son of a Dead '80s Bold Star)』라는 작품은 필리핀 연예계에 실제 있었던 어두운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80년대 유명 영화배우였던 펩시 팔로마 아들이라고 믿고 성장한 주인공이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깨닫는 과정에서 ‘자신이 믿는 뿌리가 가짜일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필리핀 작가 줄리안 티옹손 주니어는 『위조 미술가의 회고록(Memoirs of an Art Forger)』를 통해 예술계 위선과 계급 구조를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다. 복수를 위해 완벽한 위작을 만드는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은 지적인 쾌감과 복수가 주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시코디와(Sikodiwa)』와 『더 바탈라 게임즈(The Bathala Games)』는 필리핀 신화를 재해석하여, 서구적 가치관에 가려졌던 필리핀 문화와 정신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처럼 ‘나’를 정의하는 틀을 깨부수려는 시도는 국경을 넘어 한국 문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그 중심에 선 작품이 바로 김하나·황선우 작가가 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이다. 이 책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여성이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밥을 먹고, 고양이들을 돌보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결혼이 필수였던 시대를 지나, 삶을 꾸려나가는 비혼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용기와 위로가 되는 책이다. 또한 혼자 살기는 외롭고 결혼은 선택지에 없는 사람들에게 ‘따로 또 같이’ 사는 삶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가와카미 미에코(Mieko Kawakami)가 쓴 『시스터스 인 옐로우(Sisters in Yellow)』는 비슷한 주제를 조금 더 서늘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다. 공동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공동체를 지탱하려는 과정에서 범죄에 가담하게 되고, 생존을 위해 시작했던 일이 점점 규모가 커지며 공동체는 내부 갈등과 외부 압박으로 붕괴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작품은 혈연관계가 없는 이들이 생존을 매개로 맺은 관계를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또한 가부장제와 경제적 불황 속에서 소외된 여성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그 연대가 때로는 어떻게 폭력적으로 변질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김하나·황선우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와 가와카미 미에코가 쓴 『시스터스 인 옐로우(Sisters in Yellow)』는 결혼이나 혈연이 아닌, 필요와 정서적 유대에 기반한 ‘선택적 가족(Chosen Family)’이라는 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비혼과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필리핀 역시 혼인율이 급감하고 도심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타인 기준에 맞추는 삶이 아닌 스스로가 원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러한 책들에 필리핀 젊은 세대들도 공감하고 있다.

< 필리핀 서점에서 판매 중인 한국 소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과 일본 작가들이 그려내는 가족에 대한 부채감과 도시적 소외는 ‘가족 중심주의’가 강한 필리핀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특히 혈연과 성공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개인 정체성을 포기해야 하는 필리핀 청년들에게, 이 책들은 전통적 가치인 ‘우탕 나 로옵(Utang na loob, 은혜에 대한 부채감)’이 주는 심리적 굴레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체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이러한 책은 또한 급격한 현대화 과정에서 마닐라와 같은 도시에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개인들에게 ‘본인만 느끼는 고통’이 아니라는 위로가 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문학의 약진은 필리핀 독자들에게 서구적 시각만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자신을 재해석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 추천 도서 목록은 필리핀 독자들이 국가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인간에 대한 다양한 시선에 대해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한국 문학은 필리핀 독자들에게 서구 담론이 채워주지 못한 아시아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삶의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문학은 결국 타인의 삶에 공감함으로써 나의 세계를 넓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한국 문학을 통해 필리핀 독자들은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얻고, 동시에 그 탁월하고 생생한 묘사에 경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보수적인 가족 규범에 피로감을 느끼는 필리핀 젊은 세대는 한국 문학을 단순한 도피처가 아닌 새로운 삶을 위한 청사진이 되고 있다. 이제 한국 문학은 필리핀 독자들의 일상 속에서 단순한 글자를 넘어, 삶을 비추고 새롭게 써 내려가는 용기를 주는 매체가 됐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커버스토리(Coverstory)》(2025. 5. 26). Korea, Philippines deepen cultural exchange in storytelling and opening of mini-library, 
https://coverstory.ph/2025/05/26/korea-philippines-deepen-cultural-exchange-in-storytelling-and-opening-of-mini-library/ 
- 《웨닌마닐라닷컴(Wheninmanila)》(2025. 9. 9). Hwang Bo-Reum, the Korean Author of “Welcome to the Hyunam-dong Bookshop,” to Visit Manila, 
https://www.wheninmanila.com/hwang-bo-reum-the-korean-author-of-welcome-to-the-hyunam-dong-bookshop-to-visit-manila/#gsc.tab=0 
- 《웨닌마닐라닷컴(Wheninmanila)》(2026. 1. 27). These Are the Books You Should Be Adding to Your 2026 “To Be Read” List,  
https://www.wheninmanila.com/these-are-the-books-you-should-be-adding-to-your-2026-to-be-read-list/ 
- 《필스타(Philstar)》(2026. 2. 3). 'Son of a Dead ‘80s Bold Star,' 15 other books to read this 2026, 
https://www.philstar.com/lifestyle/arts-and-culture/2026/02/03/2504291/son-dead-80s-bold-star-15-other-books-read-2026 
- 풀리북드 홈페이지, https://fullybookedon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