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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거리의 로띠맨과 다민족 문화 교류의 잠재력

2026-04-2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말레이시아 거리의 로띠맨과 다민족 문화 교류의 잠재력

말레이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기준 전체 인구는 약 3,430만 명이며, 말레이계가 58.2%, 중국계가 22.2%, 인도계가 6.5%를 차지한다. 이처럼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뿐 아니라 중국계와 인도계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다. 상대적으로 소수에 속하는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은 다른 민족에 비해 주목을 적게 받아왔지만, 말레이시아에는 그들이 밀집한 지역과 독특한 문화와 사업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쿠알라룸푸르의 브릭필즈(Brickfields)나 페낭의 리틀 인디아(Little India)처럼 인도계 주민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 있고, 금은방이나 환전소 등 특정 업종에는 인도계가 주로 종사하기도 한다. 또한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은 나시 칸다(Nasi Kandar)와 같이 밥 위에 다양한 커리와 반찬을 올려 먹는 요식업에서 나시(밥, Nasi), 로띠(빵, Roti) 등을 판매하는 사업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로띠(Roti)는 ‘빵’을 뜻하는 말레이어로, 산스크리트어로 빵을 의미하는 '로띠카(roṭikā)'에서 유래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알 수 있듯,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오랜 세월 로띠를 판매하는 사업에 종사해왔다. 특히 주택가를 돌며 로띠를 판매하는 사람을 로띠맨(Roti Man)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이 주로 종사한 업종으로, 빵을 배달하고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식빵을 잘라 그 안에 잼(jam)이나 마가린(margarine)을 발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주로 로띠 벵갈리(Roti Benggali)라는 1930년대 페낭에서 유래된 빵을 사용해 왔다. 로띠 뱅갈리는 1932년 남인도 마드라스 출신의 인도계 무슬림인 셰이크 모드 이스마일(Sheikh Mohd Ismail)가 동향 출신의 동업자들과 함께 설립한 브리티시 말라야 베이커리(British Malaya Bakery)에서 개발한 식빵이다. 당시 판매하던 식빵을 타밀어로 '주주(株主)'였는데, 이를 뜻하는 '팡갈리(Panggali)'에서 이름을 따서 이들의 식빵은 '로띠 팡갈리(Roti Panggali)'라고 불렀다. 그러나 페낭 주민들이 '팡갈리(Panggali)'를 '벵갈리(Benggali)'로 잘못 발음하면서 현재의 이름인 '로띠 벵갈리(Roti Benggali)'로 굳어졌다. 이후 이 빵집은 1946년 말라야 베이커리(Malaya Bakery), 1964년 이스말리아 베이커리(Ismalia Bakery)라는 이름을 거쳐 2007년부터는 말리아 베이커리(Malia Bakery)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로띠 뱅갈리(Roti Benggali)를 개발한 말리아 베이커리(Malia Bakery)의 배달 트럭 - 출처: 통신원 촬영

< 로띠 뱅갈리(Roti Benggali)를 개발한 말리아 베이커리(Malia Bakery)의 배달 트럭 - 출처: 통신원 촬영 >

약 한 세기에 걸친 역사를 지닌 로띠맨은 1980년대 시기에는 전성기를 맞았지만, 최근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의 등장, 그리고 운송 수단의 발달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에 어린 시절을 로띠맨과 함께 보냈던 말레이시아인들은 아쉬움을 나타낸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Penang Walkabouts)는 "로띠맨이 사라지고 있다"며 자전거 사진을 공유했고, 다른 이용자들은 "어렸을 때 ‘뛰뛰(Toot Toot)’ 소리와 함께 로띠맨이 오면 10센(약 30원)으로 컵케이크를 사 먹던 기억이 그립다(@Irene Tch)", "우리 가족도 단골 고객이었는데, 특히 딸이 로띠 벵갈리를 무척 좋아했다(@Teh Ban Hin)" 등의 반응들을 찾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로띠맨' 다큐멘터리 중 한 장면. 오토바이로 빵을 팔고 다니는 청년 하자의 모습이 담겼다.- 출처: 말레이시아 다큐멘터리 유튜브(@DocuSphereNet)

< '말레이시아 로띠맨' 다큐멘터리 중 한 장면 - 출처: 말레이시아 다큐멘터리 유튜브(@DocuSphereNet) >

최근에는 한 말레이시아 다큐멘터리 제작사가 '말레이시아 로띠맨(Roti Men of Malaysia)'이라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유튜브(Youtube)에 공개하며, 사라져 가고 있는 인도계 말레이시아의 문화를 조명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의 근교인 프탈링자야에서 매일 오토바이로 빵을 판매하는 23세 청년 하자(Haja)의 이야기를 다룬다. 2022년 말레이시아로 이주한 하자는 지난해 사촌 형으로부터 로띠맨 사업을 물려받아, 하루 12~16시간 동안 오토바이로 최대 80km를 이동하며 약 100kg에 달하는 빵을 판매한다. 흥미로운 점은 영상에서 등장하는 로띠맨 하자가 2022년 인도에서 말레이시아로 이주한 인도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대부분의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은 전문직이나 요식업, 상업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로띠맨처럼 길거리를 다니며 빵을 판매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그러한 빈 자리를 인도에서 건너온 이주민이 채워나가고 있는 것은 로띠맨이라는 업종 자체가 인도계의 말레이시아인들이 지니는 민족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적인 상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로띠맨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에서 인도계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독특한 문화로 이해할 수 있다.
        
말리아 베이커리(Malia Bakery)의 로띠 뱅갈리(Roti Benggali)를 판매하는 로띠맨이 환하게 웃고 있다.- 출처: 통신원 촬영

< 말리아 베이커리(Malia Bakery)의 로띠 뱅갈리(Roti Benggali)를 판매하는 로띠맨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러한 문화적인 특성은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교류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의 교류 사업에서 말레이계나 중국계 중심이 아니라 인도계 문화까지 포함할 수 있다면, 로띠맨이라는 문화적 소재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국 영화제나 한국 관련 행사에 로띠맨을 초청해 간식으로 로띠를 제공하거나,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뚜레쥬르나 파리바게트와 같은 한국의 제과 회사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로띠맨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로띠맨과 같은 전통적이면서도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의 문화적 요소를 활용할 수 있다면, 양국 간 문화적인 교류의 폭도 더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대기업은 이러한 말레이시아 문화를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식료품 업체인 네슬레 말레이시아(Nestlé Malaysia)는 마일로 밴(Milo Van)이라는 문화를 판매 전략에 접목하고 있다. 마일로는 1934년 호주에서 설립된 초콜릿 가루 음료로, 1950년대 운동선수를 위한 음료로 말레이시아에 소개됐다. 당시 네슬레 말레이시아는 로띠맨과 같이 마일로를 차량에 싣고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마일로 음료를 무료로 나눠주거나 판매했는데, 이 차량이 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마일로 밴이 왔다", "마일로 아저씨(Abang)가 왔다"며 거리로 뛰어나가 줄을 서서 음료를 마시곤 했다. 네슬레 말레이시아는 현재까지도 홈페이지 신청을 통해 지역 행사나 축제가 있을 때 무료 마일로 밴을 운영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현지 소셜미디어(Social Media) 사용자들도 "마일로 밴에서 마셨던 마일로가 그립다(@quickkechap)", "마일로 밴에서 파는 마일로 맛은 도저히 따라 할 수가 없다(@34567_60)" 등 좋은 반응을 보인다.
        
시대별로 다른 마일로 밴 차량 모습. 총 네 개의 다른 밴이 그려져 있다. – 출처: 네슬레 말레이시아(Nestlé Malaysia) 회사 홈페이지

< 시대별로 다른 마일로 밴 차량 모습 – 출처: 네슬레 말레이시아(Nestlé Malaysia) 회사 홈페이지 >

네슬로 말레이시아가 마일로 밴을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문화적인 경험이 된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방식을 한국-말레이시아 교류 프로그램에 접목할 수 있다면, 현지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인도계 말레이시아의 사라져가는 문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더욱 다채로운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더불어 민족별로 다채로운 역사와 문화를 떠올리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소재를 접목하고 개발한다면, 세대와 민족을 아울러 깊이 있는 문화적인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말레이시아 통계청(Department of Statistics Malaysia) (2026). 「Demographic Statistic Malaysia, Fourth Quarter 2025」.
- 《미디엄(Medium)》 (2025. 10. 15). How Malaysia’s Roti Benggali Got Its Name, 
https://medium.com/@sixtybolts/how-malaysias-roti-benggali-got-its-name-ddd4cd2f5813
- 《프리 말레이시아 투데이(Free Malaysia Today)》 (2018. 09. 17). 
Remember when the Milo van came around?,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nation/2018/09/17/remember-when-the-milo-van-came-around
- 유튜브 계정(@DocuSphereNet), https://www.youtube.com/watch?v=ClAKolnA65o
- 말리아 베이커리(Malia Bakery)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maliiabakery.com/index.html
- 네슬레 말레이시아(Nestlé Malaysia)의 공식 홈페이지, 
https://www.nestle.com.sg/media/pressreleases/allpressreleases/milo-commemorates-70-years-in-singapore-with-launch-of%20-milo-van-collectibles
- 말레이시아 페이스북 사용자 계정(@Penang Walkabouts), https://www.facebook.com/groups/1498905597085509/
- 말레이시아 페이스북 사용자 계정(@Irene Tch), https://www.facebook.com/groups/1498905597085509/user/100000582353389/
- 말레이시아 페이스북 사용자 계정(@Teh Ban Hin), https://www.facebook.com/groups/1498905597085509/user/619384165/
- 말레이시아 틱톡 사용자 계정(@quickkechap), https://www.tiktok.com/@quickkechap
- 말레이시아 틱톡 사용자 계정(@34567_60), https://www.tiktok.com/@34567_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