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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젊은 독자들이 열광하는 K-문학의 공통점

2024-04-0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중국판 인스타그램이라고 불리는 샤오홍슈(小红书)에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화제에 오른 소설들이 있다. 그 공통점은 한국의 여성 작가가 집필한 소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2023년 하반기부터 샤오홍슈에서는 '한국 여성 작가 문학'이라는 의미를 가진 해시태그 '韩女文学'의 조회수가 634만 회를 돌파했다(2024년 3월 기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2018년 큰 화제를 모은 후 최근 다시 한국 소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지영, 김애란 등 한국 소설의 중국어 번역판을 필사하며 샤오홍슈에 공유하는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팬들은 서평을 전하면서도 "한국 여성 작가만의 섬세한 정서와 필체를 잘 번역해 내는 것도 능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 문학은 작품을 잘 쓰는 것만큼 번역도 잘해야 된다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여성 작가에 대한 현지의 기대와 인지도가 이미 형성됐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다. 

< 도서 '밝은 밤'의 표지 - 출처: 태해출판사(台海出版社) >

2023년 중국 평점 사이트 도우반(豆瓣)이 선정한 2023년 베스트셀러 톱 10에서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明亮的夜晚)』이 평점 9점(10점 만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번역문학 순위가 아니라 2023년에 출간된 모든 소설 중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근래 중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우수한 성적이다. 『밝은 밤(明亮的夜晚)』은 주인공인 지연으로 시작해 외할머니 이야기를 마주하며 더 올라가 100년에 걸친 외할머니의 엄마 이야기까지 듣는 과정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도우반에서는 『밝은 밤(明亮的夜晚)』에 대한 6,720개가 넘는 독자들의 서평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리뷰에는 "사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을 통해 보는 여성 서사와 한국의 근현대사의 아픔은 영화로 만들기에도 안성맞춤일 것 같다. 다만 한글을 중국어로 번역하면 지루하고 밋밋하게 느껴져 원문의 운율을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중략) 읽는 내내 가슴이 찢어진다. 이 소설의 가장 좋았던 점은 여성 세대 간의 감정 관계를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는 남성 작가의 당연한 환상과 추측이 아니라 여성의 관점에서 본 것이기에 더 많은 도덕적 족쇄를 짊어진 탐구와 몸부림일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 도서 '딸에 대하여'의 표지 - 출처: 광시사범대학출판사(广西师范大学出版社) >

한편 도우반 2023년 번역문학(소설) 분야에 이름을 올린 한국 소설이 있는데 바로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关于女儿)』다. 샤오홍슈에서 관련 게시물을 찾아보니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请照顾好我妈妈)』와 비슷할 줄 알았는데 다르다."며 "한국 여성 작가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는 호평이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请照顾好我妈妈)』는 도우반 홈페이지에 평점 8.4점(10점 만점)으로 올라와 있으며, 리뷰에서 1,000건이 넘는 독자들의 서평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리뷰에는 "때로는 어머니에게, 때로는 딸에게 이입했다. 책은 친자 관계에 대한 동아시아식 가족의 긴 응시이며, 남성의 존재를 배제했음에도 가부장적 피해의 산물이다.", "난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난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이 걸어가는 각자의 길은 모두 험난했고 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천한다."와 같은 내용이 있다. 대부분의 리뷰는 여성 독자들이 올린 것으로 "어머니의 과중한 기대와 요구는 딸을 숨 돌릴 틈 없이 짓눌렀고, 엄마와 딸 사이에는 사랑과 애증이 있다."면서 "오늘날 많은 모녀가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울릴 만한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한다. 

< 도서 '칵테일, 러브, 좀비'의 표지 - 출처: 광시사범대학출판사(广西师范大学出版社) >

2023년 하반기에는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爱, 鸡尾酒与生化危机)』 표지를 샤오홍슈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출판법에 따라 귀신, 좀비 등 미신과 관련된 제목을 표기할 수 없다. 그래서 원제의 의미와 다소 달라 보일 수 있는 '사랑, 칵테일 그리고 생화 위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좀비가 사람을 물어 감염시키는 행위를 '생화 위기'라고 부르기 때문에, 중국 독자들은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어떤 키워드를 담고 있는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도록 번역됐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여성 독자를 고려해 책 표지를 눈에 띄는 삽화 디자인으로 변경했다. 실제로 "책 표지가 예뻐서 안 찍을 수 없다."는 많은 독자들의 평이 있다. 도우반에서 『칵테일, 러브, 좀비(爱, 鸡尾酒与生化危机)』 평점은 7.5점(10점 만점)으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리뷰는 "이 책이 가져다준 큰 쾌감은 저자의 대담함에서 비롯됐다. 별점 5점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단점은 분명히 있지만 나는 5점을 부여해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싶다."라는 호평이다. 하지만 한국 문학은 왜 일본 문학이나 만화처럼 온라인으로 출판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드러낸 "전자책이 없어 불편하다."는 호소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젊은 독자들이 한국 문학에 매료된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요인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주제와 서사의 울림이다. 중국 여성 독자들에게 깊은 반향과 공감을 일으킨 것은 동아시아권 여성의 환경, 가족 역학, 그리고 한국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이다. 여러 세대의 여성 또는 복잡한 가족 관계를 포괄하는 이야기가 독자들의 관심과 경험에 호소해 감정적인 깊이와 문화적인 통찰력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둘째, 번역의 질과 문체의 감상이다. 특히 한국 여성 작가들의 섬세한 감정적 뉘앙스와 독특한 문체를 정확하게 번역하려는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독자들은 원작의 섬세함을 중국어로 전달하는 번역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문학을 번역하는 데 있어 숙련된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SNS의 가시성과 접근성이다. 젊은 중국 여성 사이에서 한국 문학의 인기 급상승은 SNS에서의 도서 리뷰, 발췌 혹은 개인적인 생각을 게시하고 공유하는 가시성에 기인한다. SNS는 문화 접근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취향이나 가치관을 공유하는 독자 커뮤니티를 형성해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홍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에세이, SF, 어린이, 가족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도서가 지난 몇 달간 중국 SNS를 통해 소개됐다. 해시태그로 모인 독자들은 다른 한국 문학 소설을 서로 추천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한국 문학을 향유하고 있다. 중국 독자들을 매료시킨 K-문학이 앞으로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도우반(douban) 도서 홈페이지, https://book.douban.com
- 샤오홍슈 해시태그(#韩女文学)
- 《百家号》 (2023. 12. 26). 豆瓣2023年度读书榜单|中信出版15本入选, 
https://baijiahao.baidu.com/s?id=1785951815081028905&wfr=spider&for=pc&searchword=%E8%B1%86%E7%93%A32023%E5%B9%B4%E5%BA%A6%E5%A4%96%E5%9B%BD%E6%96%87%E5%AD%A6

	

통신원 정보

성명 : 김근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상해)/상해 통신원]
약력 : 복단대학교 신문학원 매스커뮤니케이션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