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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의 '루미나리아 디 산 라니에리(Luminaria di San Ranieri)' 행사

2025-08-05

주요내용

  
지난 6월 16일 이탈리아 피사에서 전통 축제인 '루미나리아 디 산 라니에리(Luminaria di San Ranieri)'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해당 행사는 피사의 수호성인 산 라니에리(S.Ranieri)의 축일을 기념하는 밤의 축제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축제의 유래는 16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피사 교회는 산 라니에리 성인의 유골이 피사 대성당에 안치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촛불과 등불로 밝혀내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 전통은 몇 차례의 중단과 부활을 거쳐 19세기 초반부터 공식적으로 '루미나리아(Luminaria)'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으며 매 3년마다 반복되는 축제로 발전했다.
루미나리아 디 산 라니에리 행사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인파들

< '루미나리아 디 산 라니에리' 행사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인파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 축제는 단순한 종교적 기념을 넘어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피사 시민들은 밤하늘과 도시를 은은한 빛으로 수놓으며 조상들의 전통과 도시의 유산을 계승하는 의미를 담아왔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이 전통은 도시의 밤이 되면 수천 개의 촛불과 등불이 피사 곳곳을 밝히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이날 저녁 행사 시작과 동시에 도시 곳곳에서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촛불을 설치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유리잔에 담긴 초를 조심스럽게 매단 작업은 정성스럽고 섬세했으며 이들이 하나하나 모여 도시의 풍경을 따뜻하고 신비롭게 물들였다. 특히 피사의 상징인 기울어진 탑과 성당, 교회, 그리고 다리들이 촛불 빛에 감싸이면서 낮과는 전혀 다른 신비로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 같은 풍경은 수공예품처럼 섬세했으며 밤하늘 아래에서 은은한 빛들이 도시의 역사를 품고 흐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강 위에 떠 있는 촛불

< 화려한 불꽃놀이와 강 위에 떠 있는 촛불 - 출처: 통신원 촬영 >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강을 따라 떠 있는 수천 개의 떠다니는 촛불이었다. 강물 위에 띄운 유리잔 속 촛불들은 강의 유속에 따라 천천히 흐르며 물결과 어우러져 마치 별빛이 흐르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강변에 설치된 조명과 함께 빛의 물결은 도시 전체를 감싸며 평화롭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모습은 피사만의 독특한 전통인 1688년 유골관 이동 축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성인 산 란에리의 유골이 성당에 안치된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다. 이 유골관 이동 행사는 당시 도시의 영적, 문화적 통합을 상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으며 지금도 매년 밤이 되면 그 전통이 재현된다.

이번 행사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밤을 황홀하게 수놓으며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함께 참여했다. 수천 개의 유리잔과 촛불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도시의 수많은 건축물과 자연경관이 빛으로 감싸인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특히 피사의 세계문화유산인 피사의 사탑은 오일 램프로 은은하게 빛나며 이 축제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강을 따라 배치된 떠다니는 촛불은 강의 유속에 따라 자연스럽게 떠내려가며 밤하늘과 강물 위를 수놓는 별빛과 같은 광경을 연출했다.

이날 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밤 12시에 시작된 화려한 불꽃놀이였다. 수백 발의 폭죽과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평화롭던 밤 풍경에 극적인 변화와 생동감을 더했다. 폭발하는 불꽃은 도시의 야경과 어우러지면서 수많은 관람객들의 감탄과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번 행사는 피사 시민뿐만 아니라 방문객들도 함께 참여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모하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행사가 이탈리아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과 홍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수천 개의 촛불과 조명 연출이 도시의 역사적 건축물과 자연경관을 아름답게 조화시킨 점, 강변에 배치된 떠다니는 촛불과 밤하늘의 불꽃 연출이 도시 야경에 독특한 매력을 더하는 점이 높이 평가받는다. 또한 이 전통이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감동을 주며 도시의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이탈리아 씨어터 노 씨어터(Theatre No Theatre) 창립 멤버,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