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이슈] 베네치아에서 만난 오버투어리즘
2025-08-05주요내용
최근 이탈리아 옆 나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넘쳐나는 수많은 관광객들에 지친 시민들이 시위대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물총으로 물을 뿌리고 다닌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휴가를 즐기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은 관광객들이 노천 카페에 앉아 있다가 난데없이 물총 세례를 받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이 무슨 봉변인가 하는 충격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이해하고 싶기도 하다. 이처럼 오버투어리즘, 즉 과잉 관광은 특정 지역이 관광객으로 넘쳐나면서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나빠지며, 문화유산이 위협받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저비용 항공권의 확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의 활성화, 그리고 세계적인 관광지의 인기가 계속 상승하는 점이 꼽힌다.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교통 혼잡, 쓰레기 문제, 자연 보호구역 훼손 등 현안이 심각해지며 지역 주민들은 삶의 질 저하와 소음, 교통 불편을 호소한다. 이 같은 문제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관광이 활발하게 재개되면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오버투어리즘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통신원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도시인 베네치아를 찾았다. 6월의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서도 유럽 각국은 물론 미국, 아시아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이 곤돌라를 타고, 산마르코 광장 앞에서 셀카를 찍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며, 노천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도시 전체가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약 3,000만 명이 찾는 베네치아는 오버투어리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골목길을 걷다 한 과일 가게에 'SOS Venezia'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생겨 주인에게 물어보니 "베네치아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어요. 외부에서 몰려오는 자본과 숙박업체들이 집세를 올리고,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플랫폼들이 주거지를 상업용으로 바꾸는 동안 베네치아 현지인들은 떠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고 답했다.

< 베네치아 지아르디니 공원(Giardini della Biennale) 근처 과일 가게에 'SOS Venezia'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 모퉁이를 돌자 집들 사이에 걸린 빨래 속에서도 메시지들이 눈에 띄었다. "베네치아는 야만인들이 떠난 후 정치인들이 와서 파괴했다.", "베네치아는 죽어가고 있다."와 같은 문구였다. 한국인인 통신원의 입장에서는 그 배경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베네치아가 여러 가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그 문제들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했다. 이 빨래들은 관광객과 삶의 터전 사이의 괴리를 상징하는 듯했다.

< 메시지가 적혀 있는 빨래 - 출처: 통신원 촬영 >
2024년 베네치아는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주요 관광지 가운데 최초로 도시 입장료 제도를 도입해 화제였다. 방문객들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입장하는 방식이었지만 기대와 달리 관광객 수를 실질적으로 조절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해당 정책은 베네치아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처럼 베네치아는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도시와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관광객 수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광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 정착이 절실하다. 이와 같은 문제는 베네치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관광지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명 관광지마다 '과잉관광'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과 문화, 지역사회가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결국 관광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 과제임을 뜻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이탈리아 씨어터 노 씨어터(Theatre No Theatre) 창립 멤버,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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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a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