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n Well-made K-Content

로마 미술아카데미에 스며든 한지, 6년째 이어지는 실험

등록일
2026-09-07
수집기관
  • 해당 국가

    Italy

  • 해당 장르

    공연

주요내용

로마 미술아카데미에 스며든 한지, 6년째 이어지는 실험
- 한국문화원·아카데미아 협업 ‘한지, 실험 2026’ -

이탈리아 로마(Roma)의 한국문화원(Istituto Culturale Coreano, Via Nomentana 12)이 지난 6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한지, 실험 2026(Hanji Sperimentazioni 2026)’ 전시를 열었다. 로마 미술아카데미(Accademia di Belle Arti di Roma)와의 협업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한국의 전통 종이 ‘한지’를 소재로 한 실험적 작업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큐레이팅은 마틸데 과르니에리(Matilde Guarnieri)와 페데리카 델리아(Federica Delia)가 맡았다.

로마 미술아카데미는 16세기 후반 화가 지롤라모 무치아노와 페데리코 추카리가 설립한 ‘아카데미아 디 산 루카(Accademia di San Luca)’에서 기원해, 1870년 로마가 통일 이탈리아의 수도가 된 이후 국가 주도로 재편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국립 미술 고등교육기관이다. 회화·조각·건축·패션디자인 등을 아우르며 현재도 약 2천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로마 예술교육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전시 소개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완성작 전시가 아니라 학생들이 닥나무 섬유 가공, 펄프 제조, 종이뜨기 등 한지 제작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한 워크숍의 결과물이다. 주최 측은 “이 과정들은 단순한 실행 도구가 아니라 예술적 과정 자체의 일부로 다뤄졌다”고 설명하며, 학생들이 종이의 산화와 색 변화 같은 재료의 변형 과정 자체를 작품의 능동적 요소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물의 흐름, 손의 움직임, 기다림의 시간까지 종이 한 장 한 장에 흔적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한지가 지닌 ‘내구성과 연약함이라는 이중적 본성’을 탐구했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이탈리아 한국문화원 주최 ‘한지, 실험 2026’ 전시회 포스터
< 이탈리아 한국문화원 주최 ‘한지, 실험 2026’ 전시회 포스터 - 출처: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공식 웹사이트 >
이 협업이 특히 주목할 만한 이유는 일회성 문화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로마 미술아카데미와 한국문화원의 한지 관련 협력은 최소 2018년 ‘워킹 온더 화이트 사이드(Walking on the White Side)’ 전시로 거슬러 올라가며, 2021년에는 빌라 보르게세(Villa Borghese) 내 카를로 빌로티 박물관(Museo Carlo Bilotti)에서 작가 50인이 참여한 대규모 전시 ‘카르타 코레아나(Carta Coreana)’로 이어졌다. 당시 박물관 측 보도자료는 로마 미술아카데미를 “유럽에서 유일하게 한지가 생산되는 곳(unico luogo in Europa dove viene prodotta)”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후 2024-2025년 ‘이탈리아-한국 문화교류의 해’를 계기로 2025년판 전시가 열렸고, 올해 2026년판까지 이어지며 사실상 정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6월 25일 열린 ‘한지, 실험 2026’ 개막식
< 지난 6월 25일 열린 ‘한지, 실험 2026’ 개막식 - 출처: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istitutoculturalecoreano) >
이 전시는 케이팝이나 드라마처럼 화제성이 큰 소재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 내 한국 문화 수용의 ‘깊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필요가 있다. 케이팝·드라마 중심의 한류 담론이 대중적 소비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협업은 이탈리아 예술교육기관이 한국 전통 공예의 제작 기법 자체를 커리큘럼에 편입시켜 6년 넘게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특히 ‘문화교류의 해’라는 특별한 명분이 끝난 2026년에도 협업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이 관계가 일회성 기념행사가 아니라 로마 미술아카데미 내에 실질적으로 뿌리내린 프로그램임을 시사한다.


비슷한 흐름은 이탈리아 밖에서도 감지된다. 올해 5월 캐나다 토론토(Toronto)·오타와(Ottawa)에서는 ‘한지, 캐나다를 만나다(Hanji Meets Canada)’전이 아시안 헤리티지 먼스를 기념해 열렸는데, 여기서도 한지는 “천 년을 견디는 종이”로 소개되며 설치·조각·회화 등 동시대 매체로 재해석됐다. 로마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전통 공예가 현지 미술교육·전시 시스템 안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지는 케이팝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해외에서 자생력을 얻어가고 있는 한류 콘텐츠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내 다른 미술교육기관으로 이런 협업 모델이 확산될 가능성도 앞으로 지켜볼 만하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아르테(Arte.it) 웹사이트,
https://arte.it/calendario-arte/roma/mostra-hanji-sperimentazioni-2026-103982
https://www.arte.it/calendario-arte/roma/mostra-walking-on-the-white-side-narrazioni-di-luce-e-di-scritture-in-carta-hanji-50699
-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Istituto Culturale Coreano) 공식 웹사이트, 
https://italia.korean-culture.org/it/759/board/524/read/145771
- 투리스모 로마(Turismo Roma) 웹사이트, 
https://turismoroma.it/it/node/159356
https://turismoroma.it/it/node/31598
- 카를로 빌로티 박물관(Museo Carlo Bilotti) 웹사이트, 
https://www.museocarlobilotti.it/sites/default/files/f_file/CS%20CartaCoreana.pdf
- ‘나우 토론토(NOW Toronto)’ 웹사이트, 
https://nowtoronto.com/event/hanji-a-thousand-years-of-korean-paper-art-hanji-meets-canada/
-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istitutoculturalecoreano),
https://www.instagram.com/p/Dak1S73iJz-/?img_inde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