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문 연 동아시아 박물관, 다시 문 닫을 위기
– 급격한 임대료 인상으로 세계문화박물관 재정 압박 –
2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스톡홀름의 동아시아 박물관(Östasiatiska museet)이 재개관한 지 불과 2주 만에 폐관 권고 대상이 됐다. 세계문화박물관(Världskulturmuseerna)은 스톡홀름에 동아시아 박물관, 지중해 박물관(Medelhavsmuseet), 민족학 박물관(Etnografiska museet), 예테보리에 세계문화박물관(Världskulturmuseet)을 운영하고 있다. 급격한 임대료 인상으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세계문화박물관은 동아시아 박물관과 지중해 박물관의 임대 계약을 종료하고, 민족학 박물관을 확장해 그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동아시아 박물관은 지난 9월 19일 2년이 넘는 보수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재개관과 함께 새로운 전시 ‘우리의 삶 속에서 – 움직이는 아시아 문화유산(I våra liv – asiatiskt kulturarv i rörelse)’도 선보였다. 이 전시는 무에타이, 요가, 음식, 춤 등을 통해 문화유산을 바라보며, 아시아에서 스웨덴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져온 다양한 문화적 실천을 조명한다. 하지만 재개관 당시에도 박물관의 미래는 불확실했다. 실제 동아시아 박물관에는 한국 관련 유물을 소개하는 한국관 전시 공간도 마련돼 있어, 스웨덴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인으로서 동아시아 박물관의 위기는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스웨덴 국유 부동산을 관리하는 국가부동산청(Statens fastighetsverk·SFV)은 민족학 박물관의 임대료를 57%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연간 1,225만 크로나(약 16억 4천만 원)에 해당한다. 동아시아 박물관과 지중해 박물관의 임대 계약 역시 다음 해 만료될 예정이어서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 인상이 예상됐다. 당시 세계문화박물관의 최고책임자인 브리타 쇠데르크비스트(Britta Söderqvist)는 박물관 폐관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어떤 시설에서 활동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9월 23일, 세계문화박물관의 재정 상황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세계문화박물관은 약 150명의 직원에게 재정 상황이 어려운 상태라고 알렸다. 브리타 쇠데르크비스트는 2027년의 사업 규모가 현재의 정부 지원금과 예상 수입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인건비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세계문화박물관은 학예 업무와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분야 등을 대상으로 조직을 검토했고, 인력 감축을 둘러싼 노사 협상도 시작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동시에 세계문화박물관은 장기적인 시설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당시 검토된 선택지는 현재 시설을 유지하는 방안, 소장품을 더 적은 장소에 집중하는 방안, 그리고 민족학 박물관을 확장하는 방안 등 세 가지였다. 그리고 다음 주 정부에 시설 관련 조사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세계문화박물관은 지난 10월 1일 정부에 제출한 시설 관련 조사에서 2027년에 동아시아 박물관과 지중해 박물관의 임대 계약을 종료하고 2028년에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두 박물관의 임대 계약을 종료하면 전체 전시 면적은 약 23% 감소하게 된다. 대신 세계문화박물관은 스톡홀름 예르뎃(Gärdet) 지역에 있는 민족학 박물관을 확장해 이전하는 방안을 가장 전략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세계문화 관련 기능을 한곳에 더 집중하고 제한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세계문화박물관은 스톡홀름과 예테보리에 각각 하나의 대형 세계문화박물관을 두는 것이 기관 운영에도 더 나은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족학 박물관의 확장을 비롯한 계획에는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 세계문화박물관이 예상하는 추가 임대료 부담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총 2,070만 크로나(약 27억 7천만 원)다. 현재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박물관의 업무를 수행하려면 매년 최소 3,500만 크로나(약 46억 8천만 원)의 지속적인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관의 판단이다. 세계문화박물관은 이미 2015년 스웨덴 정부 행정 기관 ‘스타츠콘토렛(Statskontoret)’이 높은 임대료로 인해 박물관 운영 자체가 위험해질 가능성을 지적한 사실도 언급했다. 기관은 현재의 시설을 추가 지원 없이 유지할 경우 대규모 인력 감축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박물관이 보유한 핵심 전문성까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히 두 박물관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세계문화박물관이 직면한 문제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박물관의 전시와 운영, 인력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시설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만, 추가 지원이 없다면 인력 감축과 핵심 전문성의 상실이 우려된다. 반대로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설을 정리하면 전시 공간 자체가 감소한다. 특히 동아시아 박물관은 전통적인 문화유산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케이팝 같은 현대 대중문화를 소개하며 새로운 관람객과 소통해 왔으며, 이번 재개관 행사에서도 케이팝 공연이 마련됐다. 이는 박물관이 한국 문화를 과거의 유물로만 소개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재 스웨덴 사회에서 소비되고 경험되는 한국 문화까지 다루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동아시아 박물관의 운영 변화는 스웨덴 내 한국 문화 소개와 한-스웨덴 문화교류의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케이팝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형성하는 중요한 접점이며, 박물관에서 열리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은 이러한 관심을 문화기관의 전시와 교육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다. 만약 박물관의 이전이나 조직 개편으로 관련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이 달라진다면,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와 문화교류의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만 그 영향은 향후 프로그램의 지속 여부와 새로운 전시 공간의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반대로 민족학 박물관으로의 이전이 추진된다면 새로운 관람객층과 만날 기회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소장품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전통문화유산과 현대 대중문화를 함께 소개해 온 박물관의 역할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다. 이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일회성 소비에서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이해로 확장하고, 양국 간 문화교류를 지속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세계문화박물관의 계획은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며, 향후 스웨덴 정부의 결정에 따라 동아시아 박물관과 지중해 박물관의 미래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문화기관의 재정 안정성이 단순한 시설 운영의 문제를 넘어 해외 문화유산의 소개와 현대 문화 콘텐츠의 교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한국 관련 전시와 한국 문화 프로그램이 어떤 형태로 유지될지, 그리고 시설 개편이 스웨덴 내 한국 문화 소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에스베테(SVT)≫ (2026. 10. 01). Världskulturmuseerna förordar stängning av museer, https://www.svt.se/kultur/varldskulturmuseerna-forordar-stangning-av-museer - ≪에스베테(SVT)≫ (2026. 09. 23). Personal får gå när Världskulturmuseerna ska spara, https://www.svt.se/kultur/personal-far-ga-nar-varldskulturmuseerna-ska-spara - ≪에스베테(SVT)≫ (2026. 09. 16). Trots hot om stängning – nu öppnar Östasiatiska museet igen, https://www.svt.se/kultur/trots-hot-om-stangning-nu-oppnar-ostasiatiska-museet-i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