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토리텔링 콘서트(Bayahero Storytelling Concert)>가 토론토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캐나다 청중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인데,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다는 이 ‘이야기 콘서트’의 독특함에 통신원은 평일 저녁, 번잡한 다운타운까지 기꺼이 내려갔다. 지하철 베델스트(Bathurst St.) 역에서 내려 주소를 따라가다 보니, 전혀 공연장 같지 않은 장소인 ‘A Different Booklist’라는 곳에 도착했다. 작은 서점처럼 보이는 그곳은 아프리칸-케리베인들을 위한 전문 서점이자, 문화공간이었다. 서점 내 고풍스러운 의자와 인테리어 사이로, 한국말을 쓰는 어린이들이 보였다. 초등학교 5, 6학년으로 보이는 저들이 캐나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다소 의아해하며 들어선 공간에는 이미 캐나다인 청중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작은 서점인 이곳은 문화공간으로도 거듭났다>
한쪽 벽에는 한국 음식과 간식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불고기, 김치, 탕수육, 잡채, 쌈장 등이 영어 설명과 함께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또 그 옆에는 음료로 수정과가, 간식으로 고추 부각, 다시마 부각, 홍삼 절편, 밤 등이 영어 설명과 함께 있었다. 아이들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에 대해 설명해주며, 직접 서빙을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축제 같았다. 문화공간과 서점을 경계로 한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한국 문화 소재의 장식품들이 선보여졌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뱃지부터 장신구, 손거울, 옷, 냄비 받침대와 책자가 놓여있었다. 애정을 가지고 설명하는 아이들에게 미소로 화답하며, 이를 신중하게 살피는 관객들의 만남은 한국 문화적 요소를 두고 어울리는 하나의 장터 같았다.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장식품과 설명들>
<사람들에게 소개된 한국 음식들>
본격적으로 이야기 콘서트가 시작되자, 7명의 어린이 이야기꾼들이 자신들의 스토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한국 전통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아이들은 올해 자신들의 이야기, 자신들이 창작한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비디오게임과 공부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야기, 7번째 천국 이야기, 태권도 이야기 등의 이야기들을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만의 반짝이는 생각들을 청중들에게 들려주었다. 긴장해서 목소리가 작은 아이도 있었고, 영어가 아직은 서툰 아이도 있었지만,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소개하는 한태진 대표(작은 도서관, 스토리빈 프로그램 설립자)에게는 애정이 깊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아이들에 대한 소개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쫑긋 세우도록 만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캐나다인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 엄마, 아빠와 같은 청중들은 아이들의 스토리를 경청하며, 격려하며, 끝까지 들어주며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토론토를 중심으로 활약 중인 한희주씨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국에서 온 아이들과 청중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온 아이들에게는 힘이 되고, 청중들에게는 깊은 울림이 되어 서로를 연결해주었다. 언어라는 장벽은, 서로의 이야기, 서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도리어 서로에게 다가가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마음이 힘이 되고 에너지가 되어 언어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는 듯 보였다.
<태권도 이야기와 시범으로 큰 호응을 얻는 어린이 스토리텔러>
단소와 우쿨렐레 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간, 함께한 청중들은 이 모임에서 누가 말을 유창하게 하고, 영어를 잘하는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마음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관객들과 함께 눈을 맞추고, 그 순간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국제적으로 연대 하는 이유가 되며, 이곳 캐나다 스토리텔러들에게도 끊임없는 영감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한국이나 캐나다나 비슷하여 아이들 간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문화적 배경의 차이와 독특함을 들을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하였다. 특히 캐나다인 청중들은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아이들의 용기와 노력에 깊은 박수를 보내었고,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캐나다 토론토를 더욱 풍성하게 해줌을 감사히 여겼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청중들>
한국에서 작은 도서관 관장이자, 스토리빈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 중인 한태주 대표는 토론토와 한국을 오가며 토론토에서 스토리텔링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해왔다고 전했다. 그녀는 ‘영어 말하기’로 이해되고 있는 한국에서의 스토리텔링을 다른 각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이야기, 그들이 전하고 싶은 말 자체에 귀를 기울이면서 시작된 스토리 텔링은 다문화로 연결된 토론토라는 도시 속에서 이야기와 교육, 그리고 커뮤니티가 함께 연결되고 지속되어 온 것을 보며, 더욱 발전해갔다고 밝혔다.
<작은 도서관 관장이자, 스토리빈 대표 한태주 씨가 스토리 텔러 아이들을 한명 한명 소개하고 있다>
이야기 콘서트 소식에 모인 캐나다 청중들의 세심한 배려는 어쩌면 한국과 캐나다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한국에서 온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캐나다 어른들,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격려와 지지, 그리고 사랑은 또 다른 에너지가 되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문화는 콘텐츠다.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콘텐츠. 이야기는 캐나다와 한국을 잇는 또 다른 한류로 융성하게 일어날 것을 기대하게 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