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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관객들을 만난 한국의 스릴러 문학

2025-08-1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5년 6월 말 토론토 대학 내 빅토리아 칼리지(Victoria College, University of Toronto)의 광장과 잔디밭, 강의실과 회의실 등은 각국에서 온 매혹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찼다. 영국, 핀란드, 아이슬란드,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모티브 크라임 앤 미스터리 페스티벌(MOTIVE Crime & Mystery Festival)'은 토론토국제작가축제(TIFA)의 장르문학 분과로 2022년부터는 독립적인 페스티벌로 출범한 캐나다 대표 범죄·스릴러 문학 축제다. 이는 사회적 맥락과 문학적 밀도를 함께 조명하는 장르문학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티브 크라임 앤 미스터리 페스티벌'에서 정유정 작가와 김예원 통역사가 참석해 세션을 이어가고 있다

< '모티브 크라임 앤 미스터리 페스티벌'에서 정유정 작가와 김예원 통역사가 참석해 세션을 이어가고 있다 - 출처: 김예원 통역사 제공 >

2024년 윤고은 작가 초청에 이어 올해는 한국문학번역원(KLTI)의 지원으로 정유정 작가와 서미애 작가가 공식 초대됐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두 작가의 통역을 맡았던 김예원 통역사는 지난 7월 24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행사는 단순한 책을 소개하는 자리라기보다 작가가 왜 이런 글을 쓰게 됐는지 그 배경과 세계관을 듣고자 하는 자리다. 캐나다 독자들의 진지한 관심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두 작가님 모두 단순한 스토리텔러가 아니라 삶의 경계에서 질문을 품고 글을 쓰시는 분들이라는 점에서 통역을 하면서도 무척 즐겁고 감동받았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유정 작가는 미국 작가 샤시 비쇼프(Sash Bischoff)와 함께 한 세션에서 『종의 기원(The Good Son)』 을 중심으로 '기억의 왜곡과 정의의 주관성'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그러면서 "스릴러는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범인이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라고 했다.

정유정 작가는 『종의 기원』, 『7년의 밤』, 『28』을 자신의 '악의 3부작'이라 소개하며 "인간 내면의 악이 생성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깊이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8』의 전염병 묘사에 대해 "코로나19 이전에 쓴 장면이지만 중환자실 간호사 시절의 경험이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28』을 쓸 때는 실제 병원 매뉴얼과 보건 당국의 대응 체계를 참고했습니다. 아이스링크 위에 늘어선 시신을 닦는 장면은 제 기억 속 응급실 풍경에서 나왔죠." 또한 『종의 기원』이 영어로 'The Good Son'으로 번역된 이유에 대해 "직역할 경우 과학소설로 오인될 수 있어 장르 독자의 기대에 맞게 제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북미 독자에게 익숙한 스티븐 킹(Steven King)의 『미저리(Misery)』를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으며 "필사를 통해 스릴러 문학의 밀도를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범죄 문학의 오늘' 세션에 참가한 박진우 사회자, 서미애 작가, 김예원 통역사, 정유정 작

< '한국 범죄 문학의 오늘' 세션에 참가한 박진우 사회자, 서미애 작가, 김예원 통역사, 정유정 작가(좌측에서 우측 순) - 출처: 김예원 통역사 제공 >

한편 서미애 작가는 『잘 자요 엄마(The Only Child)』를 중심으로 캐나다 작가 아드난 칸(Adnan khan)과 함께 '위험한 영향력과 그에 따른 도덕적 모호성'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펼쳤다. 또한 '한국 범죄 문학의 오늘' 세션에서는 정유정 작가와 함께 무대에 올라 한국 사회의 정서와 문화가 스릴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리고 글로벌 독자가 이를 어떻게 수용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미애 작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빅토리아 칼리지 잔디밭에서 진행된 패널 세션을 이렇게 회상했다. "야외 천막과 의자가 준비돼 있고 주변에 작가들의 책이 진열돼 있어 독자들이 자유롭게 책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분위기였어요. 한편 어떻게 스릴러 작가가 됐냐는 질문에 방송과 영화 대본 작가로 일하며 범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경험을 이야기했어요. 특히 인도네시아 대형 쓰나미 당시 현장에서 한국 과학수사요원이 미국 연방수사국(FBI)보다 뛰어난 기술로 신원 확인을 주도했다는 일화를 전했을 때는 관객들이 흥미로워했어요. 그리고 집필 스타일에 대한 질문에는 캐릭터를 오래 구상하면서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깊이 생각하고 그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고 답했습니다. 과학 수사하는 현장 전문가들과도 꾸준히 교류하면서 디테일한 묘사를 얻죠."라고 말했다.

행사를 마치고 나이아가라 폭포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는 서미애 작가는 "독자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경험은 작가로서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무대 밖에서도 두 작가는 관객들과 대화하고, 책 사인과 포토타임을 가지며 문학적 교감을 이어갔다. 이번 페스티벌은 한국의 스릴러 문학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그 장르가 가진 서사적 깊이와 문화적 맥락이 세계 독자, 특히 캐나다 독자들에게 어떻게 번역되고 해석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한국의 정유정, 시미애 작가의 목소리가 토론토의 여름을 가득 채웠다.
사진출처    
- 김예원 통역사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해밀턴 공립 도서관(Hamilton Public Library) 사서 보조 전) 캐나다 한국학교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