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캐나다는 각종 여름 캠프 시즌이 된다. 운동, 악기, 야외활동, 박물관, 컴퓨터, 동물원 등 평소에 관심을 가진 영역에 더 깊이 있는 배움과 즐거움을 위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은 각종 캠프 활동에 여념이 없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한국어 캠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상과 연령도 재외동포에서부터 캐나다인,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다양해지고, 내용도 더 세밀하고 전문화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한국어 캠프를 진행하는 주최도 캐나다 교육원에서부터 토론토 교육청, 한글학교 협회, 교회, 한인회 등 그 숫자가 증가하였다. 또한 대구교육대학교, 서울교육대학교, 공주사범대학교 학생들이 직접 캐나다에 와서 캠프 수업에 참관하기도 하고 보조로 돕기도 하면서, 한국어 수업에 더욱 활기를 더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름 캠프 - 출처 : 캐나다 한국 교육원 제공>
이러한 한국어 캠프 증가는 특히나 재외동포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주로 캐나다인들에게 해당할 때가 많이 있다. 한글학교나 각 대학의 한글 수업을 듣고자 하는 학생들, 교육 여행으로 한국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증가는 한국적 문화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은 캐나다인으로서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어릴 적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시작한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한글은 여전히 엄마와 아빠의 언어이자, 그들의 문화로 취급될 때가 많이 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한글학교에 참석하기를 꺼려하는 재외동포 자녀들의 숫자가 많아졌지만, 늘 한류와 케이팝의 유행, 그리고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캐나다인들의 트렌드에 가려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듯했다. ‘캐나다인들이 열광하는 한류와 한국어’라는 뉴스 뒤에는 점점 한국어를 배우기 싫어하고 외면하는 우리 동포 자녀들의 현실이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서 캐나다 온타리오 한글학교 협회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한글 교육과 한인으로서의 정체성 교육을 고학년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 ‘청소년 역사문화 캠프’는 이러한 측면에서 새롭게 시도한 결과였다.
<캐나다 온타리오 청소년 역사문화 캠프 - 출처 : 통신원 촬영>
지난 7월 9일 부터 일주일간 있었던, ‘청소년 역사문화 캠프’는 토론토 교육청에서 이루어지는 여름 캠프와 연계되어 이루어졌는데, 릴리안 초등학교(Lillian Public School)와 밀우드 학교(Millwood Junior School) 두 학교에서 79명의 청소년들과 함께했다. 이번 청소년 역사문화 캠프는 역사라는 주제를 통하여, 코리안 캐나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깊게 다루어졌고 문화라는 주제를 통하여서는 한국문화의 다양함을 체험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역사 캠프로 이루어진 오전에는 ‘정체성’을 캐나다인/아시안-캐나다인/아시안이라는 영역으로 나눠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어 보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우리 재외동포 자녀들은 ‘캐나다인’이라고 했을 때는 하키나 푸틴과 같은 음식, 스포츠 등을 썼고, ‘아시안’에는 케이팝, 음식, 수학과 더불어, 엄격한 부모라고 썼다. 그리고 슬프게도 엄격한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섞여 있음을 볼 수 있었다. 2세 한인들이 가지는 정서적인 간격, 한국문화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들이 여과 없이 보였다. 또 한인이라는 둘레를 넘어서서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위안부, 난징 대학살, 마루타 사건 등에 대해서는 잘 배우고 있지 않은 현실에 주목하고, 전쟁의 아픔뿐 아니라, 전쟁의 원인과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캐나다 원주민들과 전 세계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 등에 대해 토론하기도 하였다. 또한 캐나다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우리 한인 커뮤니티를 대면하기도 하고, 코리안 캐나다인으로서 가지는 한계와 소망도 나누기도 하였다.
<캐나다-아시아인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고 있는 2, 3세 재외동포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역사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고 발표하고 있는 아이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청소년기에 접어든 이 나이에 아이들은 무얼 해도 재미없어하고 반응하지 않기로 유명한 때다. 그러나 이들도 자신들의 이야기, 자신 부모들의 이야기, 부모님들이 가진 역사 속 이야기에는 반응하기 시작했다. 함께 울기도 하고, 소리죽여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 이유는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세계 2차 대전의 동아시아 피해를 다룬 영화를 보며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는 청소년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류는 균형이 필요하다. 많은 외국인들이 호감을 가지고 발을 들여놓은 한국문화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을 한다. 깊이 있고, 넓은 한국문화를 알려야 한다고 우리 모두 자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준비된 이들이 있다. 각 나라에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최고의 인재들은 한류뿐 아니라 한국문화와 예술, 정치와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2세, 3세라 불리는 북미 재외동포들의 자녀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깊이 다가가기에는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그러한 장벽들을 좀 더 심도 깊게 고민하고, 이를 함께 제거하기 위해 노력할 때, 한류는 더 큰 파급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글학교 캠프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나의 이야기, 나의 정체성’은 우리 1세가 겪은 이야기, 2세가 겪은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의 정체성이 된다. 외국인들의 관심을 위한 많은 한국어 지원과 한류 행사도 필요하지만, 정작 한류의 중심이 되는 재외동포 자녀들에 대한 정서적, 물리적 지원이 올바른 균형을 위해 한 번쯤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