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각본을 쓴 김은숙 작가의 신작 <미스터 션샤인>이 방송을 시작하였다. <미스터 션샤인>에 대한 반응은 예전 작품과 같진 않다. 공식으로 방영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도깨비>의 경우는 공식 방영되지 않았음에도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단순히 정식 방영 여부와는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스터 션샤인>에 김은숙 작가가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매력은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녹아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인기는 역사적 배경을 만든 작품이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예전 같은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하지만, <미스터 션샤인>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이 여러 가지 있다. 우선 자막의 번역 수준이다. 한국 드라마 중에서 개화기를 다룬 작품은 매우 드물다. 이 시기가 식민지로 가는 실패의 시기로 인식되어서일 것이다. 이 시기는 암울한 역사로 인식되어 상기하고 싶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다. 성공한 역사만 기억하고픈 것이 사람의 본성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개화기는 전통과 신문물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매우 매력적인 시기이다. 그리고 그 격변의 시기에 인간의 본성과 감성을 더 도드라지게 할 수 있어, 드라마나 영화의 매우 좋은 소재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중국에서 한국사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지 않고, 근대사에 관심 있는 이들은 더욱 적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한국인도 잘 모르는 역사적 사실을 한류 팬이라고 잘 알 리가 없다. 역사 마니아가 아니고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스터 션샤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드라마에 빠져들기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미스터 션샤인>에 자막 작업을 하는 ‘샤오완쥐(小玩剧)’ 자막팀은 역사 용어와 사건 등에 깨알 같은 설명을 상단에 제공하고 있다. 자막 제작을 통한 드라마 배포의 불법성과는 상관없이 아마추어 자막 작업팀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샤오완쥐의 자막 작업 – 출처 : https://www.weibo.com/playdrama?refer_flag=1005055013_&is_hot=1#_rnd1532957806741>
자막팀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미스터 션샤인>의 출발점이 되는 역사적 사건인 ‘신미양요’를 자세하게 설명한 <‘신미양요’는 어떻게 조선과 동아시아를 뒤흔들었는가?>라는 기사가 《펑파이 신문(澎湃新闻)》에 게재됐다. 《펑파이 신문》은 2014년에 만들어진 오픈형 뉴스 플랫폼이다. 시사, 정치, 사상에 중점을 둔 동 신문은 중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지식인이 글을 올리고 있다. 이 글을 쓴 이는 ‘지앙보(姜博)’씨다. 글에는 저자 설명이 안 나와 있지만, 학술 웹에서 검색해 보면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로 석사학위 논문을 쓴 중국인임을 알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 사람이 신미양요에 대한 글을 써, <미스터 션샤인>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글 말미에는 글을 쓰면서 참고한 문헌을 붙여 관심이 있는 이들이 더욱 지식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실상 드라마를 오락물로써 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펑파이 신문’에 올라온 신미양요 관련 글 – 출처 : https://www.thepaper.cn/newsDetail_forward_2260117>
김은숙 작가가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극 중 역사적 배경을 보다 이해한다면 드라마에 대한 이해와 몰입이 더 높아질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이와 관련된 일련의 활동이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초기 한류의 흥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더욱 심도 있게 한국 콘텐츠를 즐기는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미스터 션샤인>에 보다 깊이 있게 즐기고자 하는 모습은 한국 콘텐츠가 일방적으로 침투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혀 상호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 자료
https://www.thepaper.cn/newsDetail_forward_2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