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에 위치한 주터키 한국문화원에서 지난 8월 4일 ‘한식 경연대회’가 열렸다. 요리 과정을 담은 각자의 동영상으로 예선전을 통과한 12명의 본선 진출자는 백 명 이상의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한 시간 동안 “3첩 반상”을 두고 경쟁하게 되었다. 이번 경연대회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농어촌식품공사(aT)의 지원으로 개최되었으며, 심사위원으로는 한국문화원에서 수년째 한식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김미자 씨와 터키 내 한 대학 미식학과의 교수, 방송에서도 활동 중인 셰프 데니즈 오르훈(Deniz Orhun) 씨를 포함하여 한국인 3명, 터키인 2명이 자리하였다.
<경연에 집중하고 있는 본선 참가자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이번 한식경연대회의 심사를 맡은 위원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국문화원 조동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매년 한식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더불어 한식과 터키 음식에서 모두 발효법이 발달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식은 상당히 건강한 음식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문화원은 터키에 한식을 더욱더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터키 한국문화원은 설립 이래 꾸준히 연 2회 이상 터키인들을 상대로 한식 강좌를 제공해왔으며, 이렇게 한식을 배운 수강생들은 터키 내 아시안 음식점에 채용 제안을 받을 정도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 7월에는 한식 진흥원에서 김필화, 엄정웅 강사가 문화원으로 파견되어 떡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한식진흥원에서 협조한 한국문화원의 '떡 세미나' 현장 - 출처 : 주터키 한국문화원>
사실 발효기술 외에도 한식과 터키 음식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반찬 문화이다. 동아시아 지역들을 제외하고는 반찬 문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터키에는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해산물, 야채, 견과류 그리고 요거트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 메제(meze)라 불리는 찬 반찬들을 만들어놓고 주요리와 함께 먹는 문화가 존재해왔다. 이 메제 문화가 이번 경연대회에서 참가자로 하여금 ‘3첩 반상’이라는 컨셉을 충분히 이해하고, 터키의 식재료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터키의 식탁에 오르는 다양한 종류의 메제들 - 출처 : Ziyafet Kapımda>
경쟁결과로는, 가지 대학교 미식조리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메숫 메흐멧 데미렐(Mesut Mehmet Demirel) 씨가 1위를 차지하여 900USD(한화 약 102만원)의 상금과 함께 더욱 다양한 한식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한국 여행 기회를 얻게 되었고, 더불어 메숫 씨는 다가오는 9월에 한국에서 개최될 외국인 한식 경연대회에도 참가하게 되었다. 한편, 2위와 3위를 차지한 엘베다 예네르(Elveda Yener), 쉐이다 야일라(Seyda Yayla)에게는 각각 550USD(한화 약 62만원)와 350USD(한화 약 4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최종 우승자 메숫 씨는 예선에서 갈비찜을 선보였다. - 출처: mehmet demirel 유투브 채널>
심사위원들은 완성된 음식을 평가할 때 그것이 얼마나 한국스러운 지가 아니라 참가자가 터키 현지의 재료를 활용하여 얼마나 현지화된 한식 상차림을 만들어냈는가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한편, 심사를 마친 셰프 데니즈 오르훈씨는 통신원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모든 경쟁자들이 한식에 대해 기대 이상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 또한 생각보다 양국의 식재료가 서로 어울려 충분히 훌륭한 맛을 내는 것에 감탄했다. 이러한 퓨전 한식으로 터키에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식은 건강한 매력이 있다. 터키의 식문화에 있어서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요소들과, 받아 들여야 할 요소들이 있는데, 이런 점에 있어 한식과 터키 음식이 더욱 긴밀히 관계할 수 있기를 빈다. (…) 한국과 터키의 관계가 가까운 것은 알았지만, 이제는 요리와 식문화를 통해서도 양국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화적 소통은 정부 간의 외교 관계를 뛰어넘어, 양 국민들 간의 진정한 관계가 형성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 믿는다. |
본선 경쟁자 중 한 명인 유밋 잔 카야(Umit Can Kaya) 씨(Gazi Univ. 미식조리학과 석사과정 재학)는 경연 내내 떨리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고 소감을 밝히며, 자신이 요리한 반찬들은 굳이 따지자면 한식이기는 하지만, 음식이 내는 맛들 대부분이 터키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터키를 설명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 투바 데니즈(Tugba Deniz) 씨는 한국어 연수를 위해 한국에 거주한 3개월 동안 아시아 음식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이후 혼자 여러 가지 음식을 시도해보다가 이번 경연대회에까지 참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투바 씨는 특히 한국 사람들이 음식에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활용하고, 종류는 다르지만 향신료 사용에 대해서도 터키인들만큼이나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한국 음식에 크게 매료되었다고 한다.
음식에 있어서는 더더욱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터키인들이 한식을 즐기는 때가 온다면, 이는 한류가 이뤄낸 매우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이 아닌 세계요리에 흥미를 갖고 한식을 접하는 터키인들도 있겠지만, 이번 경연대회 참가자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터키인들의 한식 사랑 시작점에는 바로 한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우리의 창의적인 노력과 터키인들의 한식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지속되길 바란다.